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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도박 자금 마련 위해 범죄에 빠지는 아이들

청소년 4명 중 1명 돈내기 게임 경험 토로…전문가들 “예방교육 시급” 한목소리

차성민 인천취재본부 기자 ㅣ sisa312@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9(Tue) 0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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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A 중학교 김진수(3학년·가명)군은 지난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중고품 거래사이트에 허위 매물을 올려놓은 뒤 돈만 가로챈 혐의였다. 경찰은 김군을 불러 조사를 벌이던 중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김군이 사기 행각을 벌인 이유가 다름 아닌 ‘도박 자금’ 마련 때문이라는 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평소 김군은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불법 인터넷 도박을 즐겨 해왔다. 처음에는 재미삼아 시작한 도박은 큰 돈을 딴 후 배팅 액수가 점점 늘었다. 김군은 부모에게 거짓말을 해 용돈을 받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리기까지 했다. 계속 돈을 잃은 김군은 자신의 옷이나 물건을 친구들에게 파는 방법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했다. 

 

도박에 중독된 김군은 결국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허위매물을 올리는 범죄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김군은 인천 소재의 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훈방 처리됐다. 김군은 처음에는 자신이 도박 중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담과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이 어느 정도 도박에 중독돼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사기 통해 도박자금 마련  

김 군은 “처음에는 얼마나 중독 된지 몰랐지만 상담과 교육을 받은 뒤 정신을 차리고 게임을 끊었다. 지금은 학교생활을 잘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B중학교 3학년생 최익성(가명)군은 학교에서 별 탈 없이 지내는 모범생이었다. 평소에도 조용한 학교 생활을 하는 편으로, 교사와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하는 불법인터넷 도박을 보고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다. 도박으로 딴 돈으로 친구들과 간식도 사먹을 수 있었고 점차 재미도 느꼈다. 도박의 문턱은 그만큼 낮았다.

 

용돈벌이로 시작한 도박은 쉽게 범죄로 이어졌다. 최군 또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 허위 매물을 올려 돈만 가로채기 시작했다. 그렇게 얻은 돈은 또 다시 도박자금으로 쓰였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가족들은 도박에 빠져 범죄를 저지른 최군의 사연을 알게 됐다.  최군은 “도박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학교에 가면 도박하는 친구가 오늘 ‘사다리(불법 인터넷 도박 이름) 안할래?’라며 유혹한다”며 “이런 친구는 한 반에 2~3명 정도는 도박을 즐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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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중 1명은 도박 경험…도박에 빠진 아이들 

 

도박에 빠져 범죄에 노출된 아이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중독에 가까운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예방교육이 절실하지만 교육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시작된 도박은 성인까지 이어진다”며 예방 교육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청소년 4명 중 1명은 돈내기 게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청소년 흡연율인 9.2%보다 높은 수치로 도박문제를 경험하는 학생들은 3만명에 이른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전국 중1~고2 학생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5.1%(위험군 4.0%, 문제군 1.1%)가 도박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문제가 있는 청소년들은 전체 학생 중 5%가량이다. 4%는 위험군에 속하고, 1%는 문제군으로 분류된다. 위험군은 도박경험이 있으며, 경미한 수준의 도박증상을 보이는 등 심리, 사회, 경제적 피해 등이 발생한 상태를 뜻한다. 위험군도 1%에 달하는데 이는 반복적인 도박 경험이 있으며 심각한 수준의 조절 실패와 이에 따른 피해가 심각한 수준의 학생들이다.

 

학교 밖 청소년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무려 20%(위험군 10.8%, 문제군 9.2%)가 도박중독에 빠져있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형 뽑기, 사다리, 달팽이, 뻑치기’…다양한 도박에 노출  

 

청소년들이 가장 자주한 도박은 인형 뽑기 등 뽑기 게임으로 47.5%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뒤를 이어 ‘카드나 화투 게임’(15.8%), ‘스포츠 경기 내기’(14.4%) 등으로 나타났다.

 

참여시간으로는 온라인용 도박 게임이 87.3분으로 가장 길었으며, 한게임·넷마블 등에 있는 화투 게임이 75.5분으로 그 뒤를 이었다. 아이들이 도박에 쓴 평균 비용은 2만원이었으며, 심지어는 960만원을 쓴 학생들도 있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한 불법도박을 경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학생들이 주로 접속하는 게임으로는 사다리게임과 달팽이 레이싱, 로하이게임, 파워볼 게임 등 단순한 게임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까지 점차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도박에 빠진 아이들이 피해가 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은 미미한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국회의원실이 제출받은 도박문제 예방교육 현황을 보면 지난 2016년도에 도박 예방교육을 받은 학교 비율은 초등학교 1.2%, 중학교 7.0% 고등학교 7.4%에 그쳤다. 

 

 

전문가들 “예방교육 절실”…일선 교육청은 ‘뒷짐’ 

 ​ 

특히 학생들의 도박 문제로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인천 지역 예방 교육 비율은 전국 평균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실제로 인천지역 학교들의 예방교육 현황을 분석하면 2016년도 초등학교 0.4%, 중학교 3.7%, 고등학교 3.2%로 전국 평균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도박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예방교육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김정렬 인천센터장은 “청소년기의 뇌는 감정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가 사고의 뇌인 전두엽보다 먼저 발달해 성인보다 감정을 통제 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감정적인 대처로 충동성과 공격성 등 다양한 일탈 행동 및 문제행동이 나타나기 쉽다”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도박에 참여한다고 해서 모든 청소년에게 도박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사전에 치밀한 검사를 통해 위험도에 노출된 아이들을 선별하고 이에 따른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청소년 도박 중독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기의 도박 중독은 대부분 성인 도박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기 예방교육에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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