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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무대에서 백악관 전 대변인 ‘셀프 디스’한 이유

패러디로 트럼프 정부 비판한 코미디언, 에미상서 최우수희극인상 수상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8(Mon)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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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거칠게 시작(rocky start)’한 건 알고 있어. 여기서 거칠다는 말은 영화 ‘록키(Rocky)’처럼 시작한다는 뜻이야! 내 주먹 좀 보라고!” (*록키: 실베스터 스탤론이 권투선수를 연기한 영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초대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서를 풍자했던 여배우, 멀리사 매카시(47․Melissa McCarthy)가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희극인상을 받았다. 에미상은 미국 텔레비전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작품과 사람에게 해마다 주는 상으로, ‘텔레비전의 아카데미’라 불리며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에미상 시상식은 9월1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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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상을 받은 멀리사 매카시는 NBC의 오랜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에서 스파이서 전 대변인으로 분장해 그의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행태를 꼬집은 바 있다. 여성 코미디언인 매카시는 직접 남성인 스파이서 전 대변인의 모습으로 분장해 언론에 위압적인 트럼프 정부의 관료들 전체를 풍자하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기자들에게 ‘물총 세례’를 퍼붓고 강연대를 밀어붙이며 돌진하는 등 과장된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5월에는 전동바퀴가 달린 강연대에 올라선 채 뉴욕 맨해튼의 도심을 질주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매카시의 스파이서 풍자는 대중으로부터 “최근 SNL 풍자 중 가장 웃겼다”는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며 후속 패러디 촬영으로까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멀리사 매카시가 백악관 대변인으로 분장한 뒤 연단 모양의 전동휠을 타고 미국 뉴욕 시내를 달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작가이자 패션디자이너인 멀리사 매카시는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유명 드라마 ‘길모어 걸스’ ‘사만다 후?’와 영화 ‘스파이’ ‘고스트 버스터즈’ 등에 출연했다. 2015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여배우를 대상으로 1년간 세전 수입을 조사한 결과 멀리사 매카시는 2300만 달러로 3위에 랭크됐다.

 

트럼프 정부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악명이 높았다. 특히 초대 백악관 대변인을 맡은 스파이서 전 대변인은 재임 시기에 고압적인 브리핑 태도로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거짓말과 과장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할 때 뉴욕타임스 등 비판적인 언론을 제외했고, 정례브리핑 때 카메라 촬영을 금지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기자를 향해 “고개를 젓지 말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간 각종 TV프로그램에서 잦은 풍자 대상이 됐던 스파이서 전 대변인은 결국 트럼프 정부 출범 6개월 만인 지난 7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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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서 대변인 시상식에 깜짝 등장…유머에 유머로 응수

 

스파이서 대변인을 풍자한 매카시가 상을 받는 에미상 시상식 자리에는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숀 스파이서 본인이 직접 등장했다. 스파이서 전 대변인은 재임 당시 매카시의 패러디 연기에 대해 “재미는 없고 멍청하고 악의적”이라고 불편함을 드러내며 방송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9월17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에미상 시상식엔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이 깜짝 등장해 ‘셀프 디스’로 좌중에 웃음 안겼다. 

 

 

하지만 그는 막상 대변인에서 물러난 이후 매카시의 과장된 연기에 대해 “귀엽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에미상 시상식 깜짝 등장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사회자의 소개로 갑작스럽게 시상식 무대에 오른 스파이서 전 대변인은 무대에 놓인 연단에 자리 잡은 뒤 콜베어의 질문에 응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실 그의 등장은 ‘셀프 디스’에 가까운 쇼(show)다. 스파이서 전 대변인은 사회자가 “에미상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에미 시상식 사상 역대 최대 인파다.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라고 답했다. 그는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인파를 과장한 것을 옹호하기 위해 “역대 가장 큰 규모였으며 전 세계를 통틀어 최대 규모”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그는 기자들로부터 추가 질문도 받지 않아 ‘지나치게 일방적인 기자회견’으로 비난 받아야 했다.

 

이번 스파이서 전 대변인의 에미상 등장은 SNS 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풍자에 너그러운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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