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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사립유치원 휴업, 우리 현안 알렸기에 일단 의미 있다”

최정혜 한유총 이사장 단독 인터뷰… “이러나 저러나 말라죽긴 매한가지”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8(Mon)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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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저까지 만나러 오실 필요는 없었는데….”

 

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최정혜 이사장은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일련의 사태를 둘러싼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  

 

‘9·18 보육대란’으로 기록될 뻔했던 사립유치원 총휴업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그 전까지의 과정은 복잡했다. 최 이사장이 이끄는 한유총 지도부는 9월15일 교육부와 합의 끝에 휴업철회에 합의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9월16일 새벽, 한유총 투쟁위원회가 “휴업을 강행한다”며 합의를 뒤집었다. 그러자 이날 밤 지도부가 “휴업을 철회한다”고 합의를 재확인했다. 이어 9월17일에 국회에서 휴업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사태는 예고됐을 때부터 시선이 곱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휴업을 ‘불법’으로 못박았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9월14일 “휴업을 강행할 경우 관련 법령에 의거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부모와 아이들을 볼모로 사욕을 채우려 한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휴업 반대 청원에는 9월15일 기준 9800여명이 참여했다. 

 

시사저널은 9월14일 ‘사립유치원의 대모’로 불리는 최 이사장을 만났다. 휴업 논의가 한창 이뤄지고 있을 때였다. 최 이사장은 “사립유치원의 현안이 국민에게 알려져야 된다는 점에서 (이번 휴업 결정은) 일단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휴업 결정) 취지는 헌법 정신에 의거해 무상교육을 하자는 것이었는데, 언론에서 왜곡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호소했다. 최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언론에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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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이 100년 넘게 이어져온 것으로 안다. 그 전까지 순조롭다가 돌연 파업을 결정하게 된 진짜 속내가 뭔가.

 

우선 ‘파업’이 아니라 ‘휴업’이라고 표현해줬으면 한다. 정확히 말해 사립유치원은 120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이 가운데 국가는 116년 가까이 사립유치원을 완전히 방치했다. 그러다 2012년부터 누리과정(만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과정) 등 교육 지원책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에게 줘야 할 지원금이 기관(유치원)으로 들어왔다. 여기서 갈등이 생겼다. 정부가 회계에 대해 감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업무가 과중되고, 원장들이 자율적으로 운용했던 비용까지 문제 삼아 고소․고발로 이어졌다. 게다가 그동안 우리와 관련 없었던 사학기관의 재무회계 규칙을 적용하기까지 했다. 국공립 유치원과의 차별도 한 부분이다. 

 

 

정말로 차별이 있나? 한유총은 “국공립 유치원에 대한 국가의 원아 1인당 지원금이 월 98만원이고, 사립유치원은 29만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공립 유치원의 지원금에는 인건비와 시설비, 운영비 등을 포함시켰다”는 반론이 있다.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최초 설립자들이 건축비와 시설비를 투자한다. 교사 인건비의 경우 사립유치원은 ‘인건비’가 아니라 ‘처우개선비’란 이름으로 국가에서 지급받는다. 따라서 원아 한명이 받는 국가 지원금은 29만원이다. 누리과정비 22만원과 방과후 과정비 7만원을 합한 것이다. 

 

반면 국공립 유치원은 처우개선비보다 훨씬 큰 금액을 인건비로 받고 있다. 여기에다 시설비와 운영비까지 포함해 산출하면 원아 1인당 98만원이 나온다. 이마저도 우리가 각종 수당을 빼고 계산한 수치다. 교육부가 발표한 모든 자료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120만~130만원까지 나오기도 한다. 

 

 

국공립 유치원과의 차별을 철폐한다면,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금이 더 늘어날테고, 그러면 감사가 더 촘촘해질텐데.

 

감사는 지원금에 대한 것이다. 우리의 주장은 돈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다. 지원금을 바우처(voucher․정부가 비용을 보장해주는 쿠폰) 형태로 학부모들에게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해서 무상교육을 실현하자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이는 헌법에서 규정한 행복추구권과도 일치한다. 정부가 국공립 유치원을 더 짓겠다고 하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돈을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에게 주면 무상교육이 가능하다. 

 

 

근거가 있나.

 

지금은 저출산 시대다. 국공립 유치원을 신설한다면 아이들의 수를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사립유치원도 교실이 남아돈다. 그렇다면 새로 짓지 말고 여유가 있는 사립유치원을 활용하면 무상교육 되지 않겠나? 통계적으로도 입증이 된다. 

 

 

유치원 원서는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초에 접수한다. 사립유치원은 이 기간 굉장히 예민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을 국공립 유치원에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하필 이 민감한 시점에 휴업을 주도한 이유가 있나.

 

사립유치기 죽이기 작전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각 시교육청은 7월 초(13일)부터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세미나를 지역별로 열었다. (해당 발전계획의 핵심 내용은 국공립 유치원의 원아 비율을 지금의 24%에서 2022년까지 40%로 올리자는 것이다.) 이 계획이 통과되면 사립유치원은 다 문 닫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 번째 세미나를 막았다. 이후 휴업을 결정했다. 이때가 8월이다.

 

 

이번 휴업 결정 이전부터 사립유치원은 불미스런 일에 휘말린 경우가 적지 않다. 원아 폭행사건이나 원장의 횡령혐의 등이 그 예다. 이런 점과 관련해 사립유치원은 그동안 자정(自淨)을 위해 노력해왔나.

 

(노력을) 안 했다면 교육기관이라고 볼 수 없다. 한유총의 지역별 지회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아동 인권과 관련된 교육을 하고 있다. 원장들의 횡령죄는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 났다. 다만 개개인의 일탈까지 막지 못한다는 한계는 있다. 

 

 

인터뷰 도중 최성균 한유총 사무국장이 “우리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공립 유치원의 CCTV 설치율이 턱없이 낮다 보니 사립유치원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확대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사립유치원의 2만5505개 교실 중 CCTV가 설치된 교실은 2만65개(78.7%)였다. 반면 전국 국공립 유치원의 경우 9457개 교실 가운데 370곳(3.9%)에만 CCTV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성균 사무국장은 “정부가 이번 휴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는데, 그럼 정부는 과연 법을 지키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지적은 “①무상교육에는 공립과 사립의 구분이 없는데 왜 실제론 차별을 두는 것이고 ②왜 사립유치원만 원비 인상률을 1%에 묶어놓았으며 ③사립유치원은 국공립과 달리 재산세를 내는데 왜 혜택은 없냐”는 것이었다. 

 

최정혜 이사장은 “이러나 저러나 고사(枯死)되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그렇다면 정부가 우리 의견을 들어줄 때까지 맞서겠다”고 말했다. 내용은 강경했지만 어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최 이사장은 “제 뜻이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네요”라며 처음으로 엷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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