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상] 청춘이 흘린 땀방울, 고스란히 전달됐다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8 10:08
  • 호수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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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재건축단지 놀이터 전수조사’ 등 6편 수상

 

“자격도 없고, 누구도 권한 적 없었지만, 세상에 짱돌 하나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다. 불의에 저항하고 악행을 미워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한, 세상은 한 번쯤 잘못된 길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줄 테니까….”

 

최근 언론과 검찰의 비리를 담은 SBS 드라마 《조작》에서 자칭 ‘기레기’ 한무영(남궁민 분)의 마지막 대사다. 이 드라마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언론의 현실을 송곳처럼 찔렀다. 동시에 사필귀정으로 이어진 결말을 통해 ‘기레기 시대의 종말’이라는 희망을 말한다. 그만큼 저널리즘은 위기를 맞고 있다. ‘기레기’라는 신조어의 뜻을 새삼스레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시대다. 수많은 드라마에 비친 언론의 모습은 한없이 초라했다. 어쩌면 모 언론사 간부들이 대기업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현실보다는 덜 초라했을지 모른다. 대중의 따가운 시선 속에 ‘기자 정신’을 입에 올리기 부끄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청춘들이 언론인의 길을 꿈꾸고 있다. 캄캄한 바다의 적막을 뚫고 출항을 준비한다. 그들에겐 강력한 태풍과 거대한 파도가 기다리고 있다. 그들 또한 순탄한 항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험난한 길을 택한 이유는 바로 ‘세상에 짱돌 하나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일 것이다. 어쩌면 새롭게 닻을 올리는 그들이 지금 난파선과 같은 언론을 구조할 수 있는 희망일지 모른다.

 

올해는 예비 언론인들의 땀방울이 빛을 발했다. 제6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에서 4년 만에 대상 수상작이 선정됐다. 3단계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작에 선정된 작품들은 모두 취재력과 문장 구성, 기획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권대우 시사저널 사장(맨 왼쪽)과 박영철 편집국장(오른쪽), 대학언론상 수상자들이 9월15일 시상식에 참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4년 만에 대상 선정…“현장 취재 돋보였다”

 

시사저널은 9월15일 서울 용산 사옥 대강당에서 제6회 대학언론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재건축단지,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만 있었다’ 등 6편에 대해 총 85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재건축단지,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만 있었다’ 기사는 삭막한 도시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 속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 부실의 문제점을 제도적 한계와 함께 정확하게 진단했다. 서울시에 위치한 44개 재건축 아파트를 전수조사 하는 등의 노력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관련법과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국·영국 등 외국의 사례까지 제시하면서 법 개선을 유도했다.

 

대상을 놓고 경합을 벌이다 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주택가가 위험하다…주택가 안심벨의 현주소’ 기사는 주택가 안심벨의 실태를 상세히 고발했다. 유사한 내용이 기사화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의 사례를 바탕으로 문제를 잘 지적했다는 점에서 기존 보도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크로스 체크를 통해 기사의 구성, 전개, 결론 등이 적절하게 제시됐다.

 

또 다른 우수상 수상작인 ‘후쿠시마 피폭 언론인의 77개월 후’ 기사는 일반인들에게 가려져 소외됐던 언론인들의 피폭 현황과 문제점, 대안 등을 점검했다. 학생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현직 언론인들을 찾아 직접 인터뷰하며 심경을 전달한 노력이 돋보였다. 짜임새 있는 기획과 전개가 돋보인다는 평가도 받았다.

 

장려상 수상작인 ‘위 프로젝트, 하루 8명씩 상담해도 학생 행복은 꼴찌’ 기사는 학생 상담 정책에 대한 문제를 다양한 경로로 잘 지적했다. 상담 선생님과 학생,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터뷰를 시도하며 제도적 문제, 개선 방향 등을 제시했다. ‘두 번 소외당하는 장애예술인의 삶’ 기사는 장애 예술인들의 현황과 지원, 정책에 대한 사회적 외면을 분석했다. 인터뷰는 물론 직접 대학로 등 현장을 발로 뛰며 기사를 작성한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블라인드 채용 정책, 명문대 역차별?’ 기사는 학벌과 학점의 상관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블라인드 정책이 소위 ‘명문대’에 역차별일 수 있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시의 적절한 소재를 새로운 기법으로 분석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시상식에 참여한 권대우 시사저널 사장은 “대학언론상은 양식 있는 언론인을 사회에 배출하는 전 단계다. 예비 언론인의 꿈을 키워주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며 “이번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현장에서 소재를 더 많이 발굴해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글을 계속 써 달라”고 당부했다. 유덕영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은 축사에서 “예비 언론인들의 경험 쌓기를 위해 대학언론상을 진행해 오는 시사저널에 감사드린다”며 “수상자들을 포함한 예비 언론인들과 취재 현장에서 함께 동료로 만나자”고 격려했다.

 

 

예년 대비 응모작 급증, 다시 희망을 말하다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이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았다. 대학언론상을 마련한 취지는 간단했다. 대학생들이 직접 현장을 누비며 취재하는 경험을 쌓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예비 언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것 또한 언론의 의무라고 여겼다. 이 상은 기성 언론계에도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여섯 차례의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어려움도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공모작 수가 줄었고, 그만큼 수준도 낮아졌다. 때문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상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했다. 외부 심사위원으로 활동해 온 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은 “몇 년째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심사에서 신선한 관점과 도전적인 문제 제기 등을 보며 보람이 있었다”면서도 “아주 근년에는 ‘수준 미달’의 응모작도 봐야 한다는 새로운 부담도 크게 늘었다”고 토로했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선 수준 저하의 이유를 ‘감성의 극대화’ ‘SNS를 통한 감정의 과잉 공유’ 같은 세대적 트렌드에서 찾으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시사저널 내부에선 대학언론상의 존폐를 놓고 토론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기성세대의 이 같은 분석이 틀렸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직접 발로 뛰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전달한 이야기는 그만큼 생생했다. ‘너희 기성 언론들이 잘 들여다보지 않는 부분을 우리가 대신 말해 주겠다’는 각오가 단단하게 느껴지는, 청춘의 치열한 기록물들은 다시금 저널리즘의 희망을 말한다. 잘 정돈된 길 대신 꾸불꾸불하고 울퉁불퉁한 험로를 택한 이들의 도전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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