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식량지원, 대상주민 170만명인데 배급직원 52명 불과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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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도발에도 추진하겠다는 대북지원, 주민에게 정말 도움 될지 불투명

 

북한의 미사일 도발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지원에 대한 의지를 꺾진 못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9월15일 “북한의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68분경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북태평양 방향으로 쐈다.

 

정부는 800만 달러(약 91억6000만 원) 규모의 지원을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를 통해 실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북한 주민이 정말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와 관련, 이유진 부대변인은 “(유니세프와 WFP는) 엄격한 투명성을 가지고 북한 지역을 모니터링 해왔다”면서 “북한에 상주 기구가 있기 때문에 철저한 모니터링이 집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원 계획의 실행 여부는 오는 9월21일 결정된다.

 

 

2004년 4월 당시 북한의 3살짜리 아기가 WFP가 지원한 영양죽을 먹고있는 모습. © 연합뉴스

 


대북지원, 취약계층에게 도움 줄 수 있을까 

 

지원이 결정되면 유니세프의 백신·의약품·영양실조 치료제 사업에 350만 달러가 투입된다. 또 WFP의 영양 강화 사업에 450만 달러가 들어간다. 즉 북한에 실제로 지급되는 건 현금이 아니라 현물이다. WFP는 ‘접근 없인 배급 없다(No access No food)’라는 원칙하에 식량 배분을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WFP는 현재 북한 내에서 배분을 감시할 여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WFP는 평양을 비롯해 원산, 청진, 함흥 등 북한 지역 4곳에 사무소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WFP의 ‘2016 대북 영양지원 표준설계’ 보고서는 “2016년 여름에 (평양을 뺀) 3곳의 사무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 원인으론 열악한 통신망과 UN의 대북제재가 꼽혔다. 

 

인력도 문제다. WFP가 올해 8월15일 발표한 ‘임시 대북지원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유일하게 남은 평양의 사무소엔 국제 직원 16명과 현지 직원 36명이 근무하고 있다. 반면 영양지원이 필요한 북한 주민은 약 170만명에 달한다. 게다가 보고서는 “WFP의 예산 부족으로 직원 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이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날 새벽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대북 인도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열악한 감시환경… 사무소는 평양에 유일

 

러시아 타스통신은 9월14일 “올해 들어 WFP의 대북사업을 지원한 나라는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스위스 등 4개국 뿐”이라고 전했다. 열악한 재정은 식량 배급량의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WFP가 북한에 지급한 식량은 2566톤이다. 그러나 6월에는 1335톤으로 절반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북한 당국의 통제도 장애물로 지적된다. WFP는 식량이 정말 취약계층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북한의 가정이나 학교를 임의로 방문할 수 있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방문 24시간 전에 당국에 통보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2014년 9월 “북한 정부는 감시를 지연시키면서 식량배급의 국제 기준을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럽북한인권협회(EAHRNK)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해 “‘접근 없인 지원 없다’는 원칙은 반드시 엄격히 집행돼야한다”면서 “적절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북지원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감시 위해 방문 24시간 전 당국에 통보해야

 

WFP의 활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케냐의 시장경제 연구소 IREN의 제임스 시크와티 소장은 2005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WFP의 식량지원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정치인들이 식량을 가로채 뇌물로 사용할 수 있고, 암시장에 되팔아 지역 농가를 죽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북한에는 암시장이 ‘장마당’이란 이름으로 묵인되고 있다. 다만 WFP는 “지원 식량에 로고가 찍혀있기 때문에 빼돌리기 힘들고, 장마당에 대한 감시도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와중에 자유아시아방송(RFA)은 9월14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북한 주민들은 국제사회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이 매체에 “WFP가 북한에서 생산하는 어린이 영양과자가 인민군의 비상식량으로 둔갑하고 국경 경비대에 건빵 대용으로 공급되고 있다” “순수한 의미의 인도주의 지원물자가 일부 특권층과 외화벌이 사업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등의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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