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로 갈라진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세력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5 16:40
  • 호수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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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에 뒤통수 맞았다” vs “최선의 결정이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후 열흘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반발이 뜨겁다. 9월7일 오전 경북 성주군에 사드 체계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배치되면서 성주 주민들은 물론, 박근혜 정부 때부터 사드 반대를 외쳐온 진보 시민단체에서도 연일 규탄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배치 이튿날인 8일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연이은 북한의 도발로부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지만 이들의 실망감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문재인 정부 탄생을 그 누구보다 환영했던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강한 수위로 정부의 사드 추가 배치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었다”고 주장한다. 사드의 효용성 문제를 떠나 모든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처사였다는 지적이다.

 

9월10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주민 등이 사드 배치 반대 집회 중 경찰과 충돌하면서 생긴 잔해를 쌓아 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文 대통령, 사드 관련 약속 지킨 것 없어”

 

지난 6월 총파업을 비롯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노총은 이번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알 박고 문재인 정부가 못 박은 격”이라고 표현했다. 더 이상 이전 정부만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박석민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 마땅한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다”며 “어제오늘 일도 아닌 북한 핵실험을 이유로 서둘러 사드 배치를 결정한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내각 구성 과정에서 핵심 세력으로 꼽히기도 했던 참여연대는 사드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사전 약속 가운데 사실상 지킨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는 “국방부가 자체조사를 하도록 하고 감사원에 감사 청구도 하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사드와 관련해 국회 동의를 받겠다고 공약집에 명시하기도 했는데, 사실상 공약을 파기한 것임에도 아직까지 어떠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가 지나기만을 참고 기다렸던 성주 주민들의 낙담은 현재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선 전 민주당 의원 다수가 성주에 찾아와 “선거만 지나면 다 해결된다”고 한 약속을 믿고 있었기에 이들이 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성주 주민들이 마치 전자파·원불교 성지 걱정만으로 버티고 있는 듯 외부에 비치는 것 같아 우려된다는 입장도 나왔다.

 

대선 기간 문재인 당시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에 높은 평가를 내렸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 대통령이 7월6일 베를린 평화 구상을 발표한 후 사실상 이와 배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사드 배치 직후 논평을 통해 “임시 배치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영구 배치를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조성훈 경실련 통일협회 간사는 “북한이 끊임없이 미사일 발사로 도발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이 연일 강경대응을 강조하면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기조는 사라져버린 지 오래”라고 평가했다.

 

9월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드 배치, 대통령 지지율엔 영향 못 준 듯

 

나날이 정부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시민단체들과 달리 문 대통령을 향한 일반 여론의 지지는 여전히 견고하기만 하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찬성하는 시민들은 ‘현 시점에서 정부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 결정’ ‘국익을 위한 거시적인 결단’이었다고 해석한다. 정부의 똑같은 과정, 똑같은 결정을 지켜본 시민단체와 일반 지지자들 간에 확연한 온도차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 사이에선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단체들의 태도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지난 정부부터 이어진 불가피한 상황을 비판하는 건 지나친 ‘발목잡기’라는 것이다. 부정선거를 감시하는 시민단체 ‘시민의 눈’에서 활동하며 선거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김옥선씨는 “참여정부 초반 이라크 파병 결정 때도 여기저기서 많이 흔들지 않았느냐”면서 “그런데 결국 지금은 그때 결정을 두고 잘했다는 평가가 더 많다. 지금 정부의 결정도 좀 더 지켜봐주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기간 중 일정 대부분을 따라다니며 문 대통령 지지활동을 했다는 ‘문팬’ 회원 최아무개씨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과거와 같은 ‘비판적 지지’가 아니라 ‘무한한 신뢰’”라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문팬’ ‘젠틀재인’ 등 문 대통령 팬카페에도 ‘실(失)보다 득(得)이 많은 결정’ ‘대통령님 마음은 오죽하겠나’ 등 결정에 찬성하는 글이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팬클럽 중 한 곳의 운영자는 “지지자들끼리 모이면 꼭 나오는 얘기가 있다. 대통령이 결정하셨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얘기다”라며 “결정하는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것을 선택할 분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끝까지 믿고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들 역시 여전히 문 대통령의 결정을 신뢰하고 지지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에서도 사드 배치가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은 듯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배치 결정 이튿날인 9월8일 조사한 일간 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9.2%로 오히려 이전 조사와 대비해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9월8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조사에서도 사드 배치를 ‘잘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드 임시 배치 논란이 일단은 지지층의 추가 이탈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최근 들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소 하락하는 추세지만 그 요인으로는 ‘전술핵 배치’ 논란과 ‘내각 인선 실패’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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