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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文정부 제재·핵억지력·대화 ‘쓰리 트랙’ 유지해야”

[인터뷰] 《슈퍼피셜 코리아》출간한 신기욱 스탠퍼드대학 교수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5(Fri)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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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한국 사회는 다층위로 충격을 받았다. 사고를 인지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고 발생부터 아직 끝나지 않은 사고후처리까지, 모든 것을 지켜본 국민들은 비탄에 빠졌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르게 안착한 민주주의와 고도 경제성장의 성적표 속에 ‘우리도 이제 선진국 대열에 올랐구나’며 안도했던 마음들은 ‘빠른 성장’의 비극적 부작용을 마주하고 혼란스러워해야 했다. 

 

세월호 사고 직후 한국사회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있었다. 연극인들은 무대 위에 세월호를 올렸고, 시인들은 단어 속에 진도 앞바다를 담아냈다. 사회과학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경제학자들은 이 사고가 한국에 가져올 직간접적 경제적 파장을 예측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학 교수의 신간 《슈퍼피셜 코리아》 역시 그러한 모색 중에 발아한 결과물이다. ‘외부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책이었다.

 

“안 해도 되지만 안 할 수 없는 네트워킹을 지속하다보니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돈독한 인간관계가 형성되기보다는 오히려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슈퍼피셜한 관계만 늘어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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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피셜 코리아》의 한 대목이다. 저자 신기욱 교수는 한국의 제도, 관계맺음 문화, 청년들의 스펙쌓기, 한반도 외교 안보 상황 등 다방면으로 한국사회를 진단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결국 ‘한국은 슈퍼피셜하다’는 것. ‘슈퍼피셜(superficial)’은 ‘깊이없는’ 혹은 ‘피상적인’이란 뜻의 단어다. 그러니까 ‘슈퍼피셜 코리아’를 직역한다면 ‘피상적인 한국’ 정도가 되겠다. 제목 그대로, 저자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경계에 서서 ‘피상적인 관계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의 모습을 조명한다. 

 

“경제가 발전하면 거품(bubble)이 생긴다. 그걸 걷어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빠른 사회적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슈퍼피셜’한 거품이 많이 생겼다. 결국 사회 구조조정을 통해 거품을 걷어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경계에 서 있는 이 사회학자는 빠른 성장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해버린 정치․경제․사회적 ‘거품’을 걷어낼 것을 제언했다. 평소 합리주의적, 실용주의적 입장의 학자로 평가받는 그의 책은 역시 그의 실용주의적 관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스탠퍼드 대학 사회학과 교수 겸 국제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인 그는 2005년부터 동(同)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9월9일, 신간 출판을 기념해 잠시 한국을 방문한 신 교수를 만났다. 책 내용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이내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펼쳐지고 있는 북핵 위기에 대한 것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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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엔결의안을 무시하고 핵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굉장히 전략적이다. 북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진 미국과 ‘강대강’ 구도로 밀어붙일 것이다. 그러다 원하는 목표를 이뤘다 싶으면 협상하려 들 것이다.

 

(북의 목표는 뭔가.)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전한 성공 아니겠나. 이게 성공하면 북은 급격하게 ‘도발’에서 ‘협상’으로 국면을 바꾸려할 것이다. 그때부터 미국과 한국의 고민이 시작되는 거다. 이 협상을 받아들일지 계속 제재할 것인지 말이다.

 

북한의 핵 보유는 이젠 기정사실화됐다. 또 아무도 북이 도발을 멈추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안타깝지만 이젠 실패를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내가 제안하는 건 ‘쓰리(three) 트랙’ 전략이다.

 

일단 북에 대핸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 물론 제재를 한다고 북이 핵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핵을 가졌을 때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북이 알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젠 한국도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 ‘레드라인’이란 것은 사실 한국 입장에선 아무 의미가 없다. 레드라인은 철저히 미국 입장에서 선택된 용어다. 그렇게 치면 한국은 이미 ‘레드존’에 들어와 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 채널은 만들어야 한다. 북한문제가 협상국면으로 넘어갔을 때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보수정부의 여러 과오 가운데 가장 잘못한 것 중 하나가 북한과의 채널 단절이다. 외교안보라인에서 완전히 끊긴 것 같더라. 북은 ICBM이 완성될 때까지 대화에 절대 나서지 않을 것이다. 한 6개월에서 1년을 보고 있다.

 

 

핵억지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좀 의외다.

 

지난해까진 저도 한반도 비핵화론자였다. 이 부분에 대해선 생각이 바뀐 것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아직 비핵화를 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상황을 보니 1년 안으로 북 핵이 완성될 것 같다. 이제 현실적으로 비핵화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핵억지력 가진다고 상황이 달라질까?

 

북한의 태도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다. 다만 핵억지력은 다른 여러 가지 용도가 있다.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국민들의 불안감도 달래줄 수 있다. 물론 핵억지력을 보유하는데까지 갈 길은 멀어보인다. 중국은 물론이요, 미국도 반대 입장이니까.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로도 이 정도인데, 핵 억지력을 갖겠다고 하면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사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최선의 해법’은 없다. 때를 놓쳤다고 본다. 이젠 어쩔 수 없이 ‘플랜B’ 찾아야하는 시점이다. 일정한 손해 감수하고서라도 현 상황을 관리하는 수준에서 유지하고 다음 방법을 찾아 한다. 

 

문재인 정권 초기에 이 문제에 대해 중국과 분명히 하고 갔어야 했다. 전임 정부의 결정이지 않냐. 다소 비겁해보이긴 해도 인정할 건 깔끔하게 인정하고, 그 다음 단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 논의했어야 했다. 엎질러진 물은 닦아내야 하는 법이다. 다시 컵에 집어넣으려 해도 할 수 없다. 

 

 

북한이 협상을 제의했을 때, 우리의 카드는 뭔가?

 

사실 마땅한 게 없는 게 한국 정부의 고민거리다. 우리로서 쉬운 상황이 아니다. 북한은 현재 자국 경제를 지나치게 중국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때문에 북이 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이 말로는 미군 철수를 외치지만 사실을 미국과의 관계 개선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보다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며 양국의 외교안보라인 메신저 역할을 하신다고 들었다. 양국의 한반도 상황 인식은 어떤가.

 

메신저라기보단, 제가 한국인으로서 재미학자로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워싱턴과 서울의 외교안보라인 사람들은 종종 만나 자문도 하고 의견도 전달하고 그럴 기회가 좀 있었다. 이런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좀 걱정되는 부분은 트럼프정부 이후 한미 양국간 실무 라인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지 9개월이 넘었는데 주한미국대사, 국무부 아태차관보 등 실무진이 결정되지 않았다.

 

실무라인 공백 장기화는 무엇보다 미국 행정부 내에 한국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여론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커진다는 얘기다. 이럴때일수록 한국은 공공외교 등을 통해 보다 체계적,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가야 한다. ‘미들파워(middle power, 초강대국이나 강대국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제법 크거나 혹은 일정한 국제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서 외교전략을 짜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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