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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1세기는 ‘거대한 가속도의 시대’

[이진아의 지구 위 인류사(유럽사 편)]

이진아 환경․생명 저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8(Mon)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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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사상계의 큰 별 중 하나인 영국의 정치철학자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는 근대의 정치세계를 가리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근대 이후의 경제세계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기업처럼 내놓고 장사하는 집단에서는 물론 개인 차원에서도 누구나 나름대로 잡을 수 있는 경제적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강도 높게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고 사업을 벌이며, 그 결과로 자원이 빠르게 소진되어 가며 생태계도 파괴됐다. 그래서인지 근대 이후의 세상은 빠른 변화 속에 휩싸여왔다. ‘격동의 세기’ 같은 제목은 미디어의 표제어로 20세기부터 종종 등장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지구상 대부분의 국가에서 한 가문이 몇 백 년 동안 한 나라를 쥐고 흔들었는데, 이젠 대통령의 임기가 고작 4, 5년이다. 경제활동 측면에서도, 그에 따라 생겨나는 문화 풍토 면에서도, 또 그런 활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 환경변화 측면에서도,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이 됐다. 

 

근대기에서야 유럽인이 아무리 신대륙을 결딴낸다 해도, 유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참상을 직접 체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이 되면서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온 세계 구석구석이 서로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게 되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지구촌에 일어나는 엄청난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됐다. 그 변화의 속도는 웬만한 사람에게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어떤 것들이 어느 정도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OECD 국가, 특히 지구촌 사회에 대한 연구를 주도하는 미국, 영국,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이같이 지구적 규모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본격적이고 광범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연구 결과 중 일부가 다음과 같은 그래프로 요약돼서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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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부터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지구의 변화

 

이 그래프는 세계의 권위 있는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미국 소재 ‘국제 지리권·생물권 프로그램(IGBP)’이라는 연구기관에서 작성한 것이다. 처음 6개는 소위 인간의 경제활동에 관련된 것, 그 다음 6개는 그 결과 생기는 환경변화에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모든 부문에 있어서, 비슷한 패턴으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변화는 1700년대 중반 이후 빨라지기 시작했고, 20세기 중반부터 갑자기 가속도가 붙기 시작해서, 현재는 더욱 가속도가 붙은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거대한 가속도의 시대”Age of Great Acceleration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런 가속적인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돈을 벌 욕심에 점점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여 지구환경을 망쳐가고 있다. 따라서 이 지구상에서 모든 일들이 더 빨리 진행되는 동시에 환경도 파괴되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환경문제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테다. 그 말도 어떤 면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견해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왜 사람들은, 지구촌 전체적으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1750년 무렵부터 갑자기 욕심을 더 내기 시작했고, 1950년대부터는 거기서 한 층 더 욕심을 내기 시작했을까?”

지금까지 이 연재를 통해서 인간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모두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왔다. 특히 인간의 속성에만 비추어볼 때 이해가 잘 안 됐던 일들은 기후변화 그래프와 비교해보면 납득할 만한 인과관계를 찾을 수 있었다. 1750년부터 2000년까지 지구상 모든 부문에서의 변화 패턴이 거의 같다는 사실, 이 놀라운 동향 역시 기후변화 추이와 비교해보면 뭔가 설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래서 비교해본다. 1750년부터 2000년까지의 기후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와, 위에서 제시된 그래프 중 자료가 1750년대부터 충분히 있어 모양이 제대로 나온 것 두 개를 함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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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0년부터 2000년까지, 지구상에 일어난 변화들은 기후의 온난화 경향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물이나 금속을 데우면, 그 분자의 운동이 활발해지듯이,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사람들의 활동도 그만큼 활발해져왔다는 얘기다.

 

사실 이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아무래도 겨울보다 여름에 사람들의 활동량이 많아지고, 식생들의 생육도 빨라진다. 일 년을 주기로 봐도 그런데, 약 1000년을 전후로 주기성을 보이는 기후변화에서도 마찬가지 패턴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아마 이전의 온난기에 대해서는 최근 2~300년만큼의 자료가 없어서 그렇지, 온난기엔 항상 이렇게 인간의 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지구상의 변화도 많이 일어났다고 추정하는 게 맞을지 모른다. 

 

이렇게 추론하는 것에 대해, 말도 안 된다, 인간이 뭐 산소와 수로로 구성된 물 분자냐? 이런 반문을 제기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도 자연의 일부며, 인간의 삶과 죽음에 작용하는 법칙은 자연의 법칙을 기초로 하고 있다. 즉 나서 생장하고 쇠락하고 죽는 하나의 사이클을 계속 반복해가는 가운데 점점 더 복잡하게 진화해가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과 동일시되는 것이 낯설게 여겨진다면, 그것은 근대기를 거쳐 오는 동안 우리가 받은 교육 때문일 것이다. 근대기엔 학자들이 인간은 마치 자연의 법칙을 초월해있는 것처럼 말해왔다. 근대 유럽 발(發) 인간중심주의를 제외한 모든 시대, 모든 사회에서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기후변화가 이렇게 인간사회의 모든 일에 있어서 큰 흐름을 좌우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그 다음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앞으로 기후변화는 어떻게 흘러갈 것이며, 우리들은 그 조건 하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게 가장 좋을까?”

기후변화의 장기적 동향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동안, 특히 지난 세기 말 이번 세기 초 무렵 매스컴에서는 지구가 점점 온난화로 치달아서 인간이 도저히 살만한 곳이 못 될 정도가 될 것인 양 난리법석이었다. 이것은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 인간이 사용하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때문이라고 보고, 이렇게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한다면 너무 더워져 조만간 파국이 올 거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기후변화의 미래

 

하지만 여기 대해서 최근 반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자연주기 현상에서 인간이 좌우하는 부분은 지극히 미미하다는 것, 과거에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도 지금보다 훨씬 더 기온이 높은 때도 많았지만 다시 내려가기도 한다는 사실 등이 계속되는 연구에 의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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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의 지구평균기온은 홀로세 기후최적 때는 물론 중세 온난기의 피크 때보다도 낮은 편이다. 아주 최근의 기온변화 경향에 대해서도 어떤 방식으로 통계를 내고 전체적인 경향성을 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지구 전체의 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극지방 생태권역에 갇혀 있었던 냉기가 기류와 해류로서 위도가 낮은 지역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온난화 경향은 실제로 그만큼 감소할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온난주기에 들어가 있으며 향후 온난화 경향이 어느 정도 지속되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두 번째 질문.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까?”는 이 연재의 궁극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답은 입장의 차이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인이라는 일반적인 입장에서 어느 정도 공통된 부분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이 연재를 통해서 보아왔듯이 기후변화 등 거시적 지표의 변화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또 기회를 잡았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걸 현명하게 이용하지는 않는다.

 

복잡해 보이는 인간 세상의 법칙을 단순한 패턴으로 정리해서 파악하려면 무엇보다 약간 거리를 두고 봐야 한다. 시간적으로, 또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거리를 두고 본다는 것이 바로 역사를 훑어보는 일이다. 이건 지금까지 인류가 어디로 가야할지 혼란스러워질 때마다 해오던 일이다. 이 연재에서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공간적으로 거리를 두고 보기 위해, 지구 전체적인 기후변화를 역사에 통합해보았다.

 

현재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찾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먼저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일을 시간적·공간적인 거리를 두고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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