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과 ‘선제공격’ 카드 만지작거리는 일본
  • 이규석 일본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4 14:08
  • 호수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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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018년 헌법 개정해 자위대를 軍 지위 갖도록 할 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있던 9월3일 오전 9시 반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급 전화회담을 가졌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도발행위를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미·일이 함께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북한의 핵실험을 놓고 “수소폭탄이거나 강화형(型) 원폭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핵기술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오노데라는 9월6일 이번 북한 핵실험의 폭발 규모를  현재까지 최대인 160kt이라 발표하며 1945년 히로시마 원폭의 10배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일본은 ‘재무장’ 명분을 얻게 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는 2018년 12월 개헌을 통해 재무장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 사진=EPA연합

 

북핵 실험으로 내심 웃고 있는 일본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도 NHK 《클로즈업 겐다이 플러스》에 9월4일 출연해 “북한이 9월3일 사진으로 공표한 ‘화성-14형’ 핵탄두라는 것은 앞부분이 핵융합을 하는 부분이고, 뒷부분이 기폭장치로 보인다. 이런 형태는 수소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사진으로 보여준 것이 가짜가 아닌 진짜라면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크기다. 그리 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8월29일 새벽, 당초 목표 예상지였던 괌 주변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일본 홋카이도 에리모미사키(襟裳岬) 상공을 통과하는 최대고도 550㎞, 사정거리 2700㎞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일본을 경악시켰다.

 

일본 정부도 지난 8월, 계속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로 불리는 해안지역 배치 이지스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일본은 해상에는 이지스함 탑재 SM-3, 해안지역에는 이지스 어쇼어, 육상에는 PAC-3를 배치해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태세를 3단계로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일본에 대한 북한 위협은 집요한 수준이다. 북한은 일본 영토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뿐만 아니라 ICBM까지도 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ICBM이라 하더라도 발사각도를 조정해서 쏘면, 높은 곳에서 직각으로 떨어지는 빠른 속도의 미사일을 일본이 막아내기가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 북한의 계산이기도 하다.

 

국가 생존권이 달려 있는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북한에 대해 실제행동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상되는 일본의 행동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바로 핵무장과 미군과 연합해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일이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6개월~1년)에 5500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수량으로 따지면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 제3위의 핵 강대국이 된다. 일본이 지금까지 국제적 명분이 없어 핵무기 개발을 참아왔지만, 거듭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일본의 핵물질 제조와 핵무기 개발에 적지 않은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미국과 함께 북한을 무력으로 선제공격할 경우에는 미국의 주도 아래 일본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10일, 북한은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목표 중 하나로 괌을 거론했다. 이때 중국은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環球時報)를 통해 “북한이 먼저 괌 앞바다에 미사일을 쏘고 미국으로부터 보복조치를 받는다 해도 중국은 중립의 입장을 지키며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북한은 더 이상 미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중국의 의사표현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북한은 9월3일 6차 핵실험을 통해 미국을 강하게 자극하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앞으로 북한에 대해 대화보다는 군사적 옵션을 취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핵항모 칼빈슨호(가운데)가 8월26일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4척과 공동훈련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개헌 통과시켜 재무장 시도할 수도

 

미국의 정치·외교에 정통한 사사카와(笹川) 평화재단의 와타나베 쓰네오 특임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력 행사를 항상 검토해 왔으며 이번엔 제한적인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제한적인 공격이란, 기습적인 선제공격으로 100여 개의 북한 미사일 기지를 동시에 타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거에 타격하지 않으면, 그 와중에 북한이 아직 타격 받지 않은 미사일 기지로부터 일본으로 각종 미사일을 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일 연합군이 참가하는 이 작전이 수행될 때 일본 측이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50여 개의 이동식 발사대를 파괴하는 일이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이동식 발사대만 파괴할 수 있다면, 일본은 북한 핵·미사일의 급박한 위협으로부터는 일단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금 일본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를 찾기 위한 정보수집에 열중하고 있다.

 

이런 정세하에서 일본 정부는 2018년 12월 중의원 선거와 함께 개헌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헌법에는 물론 군(軍)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자위대를 명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일 내에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면 핵전력 보유와 교전권도 새 헌법에 기술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 될 때 일본은 국제무대에서 주요 행위자(player)로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장밋빛 시나리오를 바라볼 때, 아베 총리와 총리 부인 아키에가 연루된 모리토모학원(森友學園) 문제나 가케학원(加計學園) 문제 등은 일본 국민들에게 조족지혈로 비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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