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시즌2] 최선의 백내장 예방책 ‘선글라스’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4 11:10
  • 호수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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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백내장 치료 전문가’ 전루민 이대목동병원 교수 효과적인 치료법은 인공 수정체 교체 수술

 

전루민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누구

 

1997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1년과 2005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각각 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04년 세브란스병원 안과와 이화여대부속병원 안과에서 전임의 생활을 했다. 2004~06년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를 지내고 2006년부터 이화여대 의대 안과 교수로 있다. 2014년부터 이화여대목동병원 안과 과장을 맡고 있다. 주요 진료 분야는 백내장, 각막질환, 안성형 등이다. 대한안과학회 정회원이고,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상임이사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은 눈의 중요성을 잘 표현한다. 눈은 무게 7g에 지름 2.4cm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람이 외부로부터 얻는 정보의 70% 이상을 받아들이는 기관이다. 시기만 다를 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눈 질환이 백내장이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져 사물이 뿌옇게 보이는 병이다. 수정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굳어지는 현상인데, 마치 달걀 프라이를 할 때 투명한 흰자가 흰색으로 변하는 것과 흡사하다.

 

한 번 혼탁해진 수정체는 자연 치유되지 않는다. 수술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백내장 수술은 국내 모든 수술 가운데 가장 잦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5년 주요수술통계연보’를 보면, 백내장 수술 환자는 34만6000명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실명 원인 1위가 백내장이다.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대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일이다. 지름 6.5mm의 인공 수정체를 접어서 2mm 짼 부분으로 집어넣는다. 전루민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국내 최고의 백내장 치료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세심한 손놀림으로 백내장 수술을 꼼꼼하게 진행하기로 유명하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카메라 렌즈를 깨끗한 렌즈로 바꾸는 것이지, 고성능의 렌즈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고 전 교수는 설명한다. 그는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시력이 좋아지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안경을 쓰던 사람은 안경을 벗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소 시력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젊은 시력을 되찾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루민 이대목동병원 교수 © 시사저널 박은숙

인공 수정체는 단초점과 다초점이 있다. 단초점은 초점이 먼 곳에만 맺힌다.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지만 가까이 있는 사물은 흐리게 보인다. 책이나 신문을 보기 위해서는 돋보기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 단점을 개선한 것이 다초점 인공 수정체다. 가까운 거리, 중간 거리, 먼 거리가 모두 보인다. 그러나 모든 거리에 초점이 잘 맞는 것은 아니다. 선명도가 단초점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게 다초점 인공 수정체의 단점이다. 전 교수는 “인공 수정체를 선택하기에 앞서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할 필요가 있다. 직업이나 만족도에 따라 단초점 또는 다초점 인공 수정체를 선택해야 수술 후 높은 삶의 질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내장의 주요 원인은 나이다. 백내장은 노화로 일어나므로 명확한 예방법이 없다. 그러나 강한 햇빛 아래서 일하는 사람에게 백내장이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농부나 어부가 백내장에 잘 걸리는 것은 자외선 노출이 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사람이 과거보다 늘면서 백내장에 걸리는 나이가 늦춰지고 있다. 전 교수는 “평소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 백내장이 오는 시기를 늦추거나 그 증상을 낮추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백내장이란 어떤 질환이며, 우리가 이 병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노화가 진행되는데, 특히 눈에 노화가 빨리 찾아온다. 가장 흔한 눈 노화가 백내장이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병이다. 유리창이 탁해서 밖이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백내장 때문에 사물을 잘 볼 수 없고 시력도 떨어진다. 나이가 많을수록 백내장도 증가하는데, 60대 인구의 절반이, 70대에서는 3분의 2가량이 백내장을 경험한다.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은 드문 안과 질환이므로 자신과 무관할 수 있다. 그러나 백내장은 나, 가족, 친구에게 생기는 것이므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백내장은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나.

 

서서히 시야가 흐려지거나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이 나빠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백내장은 찾아온다. 따라서 언제 수술하고, 그 후의 삶을 어떻게 이어갈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백내장이 한쪽 눈에만 생기기도 하나.

 

양쪽의 시력이 다르긴 하지만(비대칭), 양쪽 눈에 백내장이 온다. 감염 문제, 신체적 부담 등을 고려해 양쪽 눈을 한 번에 수술하지는 않는다. 한쪽 눈을 수술하고 며칠 후 다른 눈을 수술한다. 시력의 비대칭 정도가 심하면 두 수술 사이의 기간을 오래 두기도 한다.

 

 

수술 받지 않고 약으로 치료할 방법은 없나.

 

백내장을 치료하는 최고의 방법은 수술이다. 백내장 초기에 눈의 산화(酸化)를 줄여 백내장의 진행을 늦추는 약이 있긴 한데, 그 효과는 크지 않다.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라는 얘긴데, 일반인으로서는 언제 수술을 받을지가 고민일 것 같다.

 

수술을 해야 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시력이 많이 떨어진 후에 수술했고, 요즘은 시력이 좋은데도 수술 받는 사람이 있다. 백내장이 생기면 사물을 보기가 불편해진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가 적절한 수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즉 언제 수술 받느냐는 백내장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증상을 고려해 정하면 된다.

 

 

수술 받으면 쓰던 안경을 벗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데, 실제로 그런가.

 

시력이 0.2이던 사람은 백내장 수술 후 0.8이나 1.0까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멀리 잘 안 보이던 사람이나 가까운 것을 보기 위해 돋보기가 필요했던 사람은 다소 개선된 시력을 기대할 수 있다. 시력은 약간 좋아지지만, 눈이 예전보다 잘 건조해지는 등 다른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또 노안 때문에 안경을 벗고 가까운 물체나 글씨를 보던 사람이 수술 후 안경을 쓰지 않게 되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백내장 수술은 눈을 젊게 되돌리는 수술이 아니라 초점을 맞추는 수술이다.

 

 

노안이 있는 사람 중에는 백내장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리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이 있다.

 

노안은 가까운 것만 흐리게 보일 뿐 나머지는 정상이다. 노안을 개선해 보고자 수술을 받으면 나머지 ‘정상’을 모두 잃을 수 있다. 예컨대 백내장 수술 후 운전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흔한데, 내 환자 중에도 수술 후 야간 주차를 못하는 사람이 있다. 수술하면 그 이전으로 돌이킬 수 없다. 노안 때문에 백내장 수술을 결심하는 것은 이롭지 않다.

 

 

라식 수술을 받았던 사람은 백내장 수술 받기가 어려운가.

 

수술 자체는 어렵지 않다. 다만, 백내장 수술 후의 효과에 대한 예측을 정확하게 할 수 없다. 백내장 수술을 하기 전에 의사는 수술 후 환자의 도수를 예측한다. 그 예측에 각막 등 여러 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라식 수술을 한 사람은 각막을 한 번 손댄 경우라서 각막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 따라서 라식 수술을 받은 사람이 백내장 수술을 하면 도수 예측이 다소 떨어진다. 젊을 때 라식 수술을 한다면 그 안과에 기존 눈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해서 보관해 두면 좋다. 나중에 백내장 수술을 받을 때 그 정보를 사용해 정확한 도수 예측이 가능하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수정체낭에서 꺼낸 후 깨끗한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인데, 수정체가 들어 있는 수정체낭을 통째로 교체하는 게 더 쉽지 않나.

 

1960~70년대 그런 수술을 했었다. 수정체낭을 꺼내야 하므로 각막을 많이 절개했다. 그만큼 감염으로 염증이 잘 생기고 회복도 늦다. 또 망막이나 시신경에 영향을 줘서 합병증이 잘 생기기도 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지금의 수술법이다. 수정체낭은 놔두고 수정체만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넣는 방법이다. 이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수술 합병증이 많이 줄었다.

 

백내장이 생긴 눈(왼쪽)과 인공 수정체로 수술한 눈. © 사진=이대목동병원 제공

 

인공 수정체는 단초점과 다초점이 있는데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단초점 인공 수정체는 원거리 즉, 멀리 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거리가 좀 있는 물체는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있는 것은 흐리게 보인다. 근거리 물체를 보기 위해 돋보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먼 거리뿐만 아니라 가까운 거리도 잘 보도록 개발한 것이 다초점 인공 수정체다. 요즘은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므로 원거리, 근거리뿐만 아니라 중간 거리도 잘 보는 다초점 인공 수정체가 나왔다. 모든 거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선명도는 단초점 인공 수정체보다 떨어진다. 한 렌즈를 원거리·근거리·중간거리로 삼등분했기 때문에 야간에 빛을 보면 눈부심도 생긴다. 따라서 야간 운전을 많이 하는 사람, 근거리나 원거리의 사물을 선명하게 봐야 하는 사람, 세밀한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다초점 인공 수정체는 적합하지 않다.

 

 

조금 선명하지 않더라도 편리함 때문에 다초점 인공 수정체를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옳은 선택이라고 보는가.

 

인공 수정체는 아무래도 사람의 수정체가 아니므로 여러모로 불편하다. 따라서 수술 후 인공 수정체에 적응해야 한다. 인공 수정체에 금방 적응하는 사람이 있고, 끝내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대체로 예민한 사람이 잘 적응하지 못한다. 인공 수정체에 적응하지 못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특히 다초점 인공 수정체는 수백만원으로 비싸다. 비싼 만큼 더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다초점 인공 수정체를 선택하면 안 된다. 백내장 수술에 기대를 많이 할수록 실망도 크다. 따라서 수술 후 시력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대해 의사와 충분히 상당할 필요가 있다.

 

 

백내장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할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

 

60세를 전후해 보이는 게 예전과 달라졌다면 한 번쯤 눈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시야가 뿌옇게 보이거나 안경 도수가 바뀌기도 한다. 책을 볼 때 돋보기를 쓰던 사람이 돋보기가 없어도 글씨가 잘 보인다면 백내장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백내장이 생기면 어두울 때보다 조명이 밝을 때 오히려 잘 안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백내장이 늘어난다면 이 질환의 주요 원인은 노화인가.

 

그렇다. 선천성 백내장, 외상에 의한 백내장 등 백내장에도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백내장은 노인성 백내장이다. 나이가 들수록 잘 생기는 노인성 백내장이 전체 백내장의 90%를 차지한다. 그 외에는 자외선, 흡연, 당뇨, 고도근시 등이 백내장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백내장을 예방할 방법은 없을 것 같다.

 

뾰족한 수는 없다. 그러나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할 필요는 있다. 시골보다 도시의 자외선이 더 강하다. 시골처럼 풀이나 흙이 없어서 도시에는 반사되는 자외선이 많다. 또 담배를 피우지 말고, 과일과 채소에 많은 항산화 물질을 섭취하는 것도 좋겠다.

 

 

선글라스 착용과 백내장 예방 관계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자외선은 노인 백내장을 일찍 생기게 하거나 그 증상을 심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자외선 스트레스가 눈에 산화가 일어나도록 한다. 산화가 빈번할수록 노화가 빨라지고, 백내장도 빨리 찾아온다. 따라서 평소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 백내장 시기를 늦추거나 그 증상을 낮추는 방법이다. 

 

 

 

“인공 수정체에 적응하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

 

전루민 교수(맨 왼쪽)가 백내장 수술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김아무개씨(여·67)는 어느 날 갑자기 두 눈의 시력이 떨어져서 병원을 찾았다. 시력을 측정해 보니 오른쪽 눈은 0.4, 왼쪽 눈은 0.3으로 나타났고, 노인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 얼마 후 다초점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2주 뒤 원거리 시력은 1.0, 근거리 시력은 J3(시계·휴대전화 글씨 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정도)으로 호전됐다. 휴대전화 보기 등 일상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아, 기존에 착용하던 안경이 필요 없게 됐다. 신문의 작은 글씨를 볼 때만 돋보기를 사용할 정도로 수술 후 시력에 만족하고 있다.

 

정아무개씨(여·48)는 천식 때문에 스테로이드 약을 먹어온 탓인지, 수개월 동안 시력이 점차 떨어졌다. 병원에서 백내장이 원인인 것을 알게 됐다. 일단 한쪽 눈에 다초점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 시력은 0.2 정도였다. 수술 후 원거리 시력은 0.9, 근거리 시력은 J2(신문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정도)로 호전됐다. 그러나 본인은 선명도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 달 뒤 다른 쪽 눈에는 원거리에 초점을 맞춘 단초점 인공 수정체를 삽입했다. 당연히 근거리는 잘 보이지 않으므로 책이나 신문을 볼 때는 돋보기를 착용한다.

 

두 사례처럼 백내장 수술 후 만족 여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백내장 수술이란 자신의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래 자기 눈의 시력이나 선명도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루민 이대목동병원 안과 교수는 “특히 다초점 인공 수정체는 근거리와 먼 거리 외에 중간 거리까지 보도록 만든 렌즈지만 선명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런 인공 수정체에 얼마나 적응하느냐에 따라 백내장 수술 후 삶의 질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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