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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통삼겹’ 가고 ‘냉동삼겹’ 시대 다시 온다

불경기 맞는 삼겹살 시장의 지각변동 예측

김유진 푸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6(Sat) 16:00:00 |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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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면 다음 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분석서가 서점가에 즐비하다. 비즈니스를 하든 그렇지 않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남들보다 빨리 알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트렌드 분석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고객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고객을 읽고(Read) 기획된 시장이나 제품으로 이끌기(Lead) 위함이다. 그렇다면 트렌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전부는 아니라도 최소한 외식업만큼은 트렌드 분석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분석이나 예측에는 명확한 목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베이스는 늘 현재분사로 진행되어야 한다. 과거 어느 시점부터 현재까지를 기간으로 잡고 입체적으로 착수해야 한다. 아이템이 잡히면 과거의 기록을 이 잡듯 뒤져 고객의 호불호를 가려내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정 기간 동안의 기사 검색은 유의미하다. 여기에 고객의 검색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도 대세를 이루고 있다.

 

소셜메트릭스라는 사이트가 있다. 사이트 우측 상단에 있는 검색창에 관심 있는 단어를 입력하면 연관 키워드 순위, 감성 키워드 순위, 주간 급등 키워드 순위를 얻어낼 수 있다. 공짜다. 매일매일 사이트에 들어가다 보면 트렌드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생긴다. 상단에 있는 소셜 인사이트를 클릭해 ‘삼겹살’과 연관된 ‘맵’을 제공받아 보자. 오늘은 ‘고기·맛·찌개·메뉴·사진·돼지·친구·집·맛집·맛있다·밥·실패하다·음식·김치·저녁’(무료는 15개까지 연관어를 제시한다)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표시된다. 여기서 CSI 과학수사대처럼 단서를 찾아야 한다. 평이한 단어들 사이에 전략적 차별화 포인트가 보인다. 외식업계의 프로듀서들은 이 단서를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고기·밥·찌개·김치 등에 느낌표와 물음표를 찍는다.

 

‘숙성 고기냐, 아니냐? 밥이 맛있는 식당! 뭔가 다른 찌개가 등장하는 고깃집? 그래, 김치를 네 종류나 주는 삼겹살 전문점!’ 이름값 좀 하는 고깃집들이라면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음 단계는 시장 분석이다. 어느 상권이든 월요일 오전 7시부터 그 주 일요일 자정을 넘긴 새벽 2시까지 일정 간격으로 관찰해 보면 또렷하게 보인다. 다닥다닥 줄 서 있는 집들을 멀리서 지켜봐도 알 수 있다. 서빙하는 직원들이 왼손에는 집게, 오른손에는 가위를 들고 연신 무언가를 썰고 있다면 그 집은 통삼겹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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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지루함, 그리고 가격 상승

 

2010년대 들어서며 불붙기 시작한 통삼겹은 두툼한 살집과 멜젓(대멸치를 소금에 절여 만든 젓갈), 그리고 구워주는 서비스가 고객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았다. 선봉에 선 파이오니어들을 뒤쫓아 프랜차이즈도 통삼겹을 선보였고 한반도 전체는 ‘굽고 잘라주는 통고기 공화국’으로 변신했다. 고객은 유행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 전에는 무슨 고기를 먹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오죽하면 1980년대 중반부터 20여 년간 왕좌를 지켰던 냉동삼겹살이 이색 메뉴로 매스컴에 소개되었겠는가. 사각 불판 위에 알루미늄 호일을 깔고 불에 올린 뒤 스테인리스 쟁반에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냉동삼겹살을 가져다주면 비명을 질러댔다. 취업한 선배 덕에 순대볶음이 아닌 ‘진짜’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한없이 소주를 꺾어 넣었다. 가장자리로 흐른 기름에 김치를 굽고, 바싹 타들어간 고기 몇 점을 넣어 밥을 볶았다. 이 기억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생통삼겹살이 대신했다.

 

성장과 진화에는 끝이 있는 법. 다시 냉동삼겹살의 대유행을 예측해 본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는 금리와 부동산, 그리고 불경기다.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는 얼어붙는다. 그중에서도 외식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 심리적 배경도 한몫한다. 정치적 혼란기에는 매운맛과 긴(Long) 패션, 불경기에는 단맛과 짧은(Short) 패션, 그리고 복고가 유행한다. 지금은 불경기다.

 

두 번째 이유는 지루함이다. 통삼겹살은 원육의 질과 굽는 정도에 따라 제품력이 판가름 난다. 경쟁하듯 원 플러스 냉장육을 고객에게 선보였다. 납작하게 썰린 일반 삼겹살에 비해 식감도 육즙도 뛰어났다. 명이나물과 멜젓도 단단히 거들었다. 종지에서 끓고 있는 추자도산 멜젓에 푹 담갔던 고기를 명이나물 위에 다소곳이 올린다. 조심스레 감싼 뒤 입속으로 밀어넣고 꾹 깨물면 명이나물이 찢어지며 고기를 밀어낸다. 이 맛에 취한 고객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통삼겹살집 문턱을 넘나들었다. 그 덕에 매출은 상승했고 이를 지켜본 상당수 외식업 오너들은 너도나도 통삼겹 대오에 합류했다. 하지만, 과당경쟁은 상향평준화를 야기했고 그만큼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어려워졌다. 고객은 지루함이 반복되면 거래를 거절한다. 전략적 차별화의 무기이자 추가 주문 시 별도의 비용을 내야 할 정도로 인기였던 명이나물과 멜젓은 이제 흔해빠진 찬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마지막 이유는 가격 상승이다. 구워주는 고기는 손님이 직접 구워 먹는 고기에 비해 만족도가 높다. 그 덕에 소비자가격을 더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불경기에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기존 시장의 경쟁자보다 앞선 서비스가 이제는 족쇄가 되어 버렸다. 테이블에 서서 일일이 구워주던 서비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 외식 시장에 데뷔할 무렵만 해도 1만원대 초반이었던 녀석이 이제는 2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더 좋은 고기, 더 좋은 서비스, 더 좋은 인테리어를 내세우며 올리기 시작한 1인분 가격이 수입산 소고기 스테이크 가격에 다다르자 중저 소득계층이 자연스레 고객 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냉동삼겹살의 시대가 닥쳐올 것이다. 그리고 쓰나미처럼 한반도를 집어삼킬 것이다. 고객의 취향은 LTE급으로 바뀐다. 이들을 관찰하고 읽지 못한다면 절대로 시장을 이끌어갈 수 없다. 그래서 감히 냉동삼겹살을 거론한다. 가장 유력한 차기 트렌드로! 

국내산, 수입산 모두 냉장에 비해 냉동 고기가 저렴하다. 게다가 젊은 층에게는 새롭기까지 하다. 여기에 밥·찌개·김치·파절이 등을 치밀하게 매칭시킨다면 확산 속도는 배가될 것이다. 음식의 전략적 차별화는 해체와 조립에 있다. 고기를 자르는 두께와 길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누군가는 삼겹살이 아니라 목살이나 전지를 대패살처럼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냉동삼겹살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니 잊고 있던 상차림이 하나둘 떠오른다. 빨갛게 무친 콩나물, 아삭아삭한 무채, 간장으로 볶은 어묵, 그리고 열무김치. 명이나물과 멜젓을 대체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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