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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한강로에서] 김정은의 핵도발 중단 이후가 더 문제다

박영철 편집국장 ㅣ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4(Thu) 14:30:00 |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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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1456호 커버스토리는 북한 핵 총력 특집입니다. 계산해 보니 29쪽이 할애됐군요. 2015년 9월1일 제가 시사저널 편집국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가장 많은 분량을 쏟아 부었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총력특집이란 명칭을 붙인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지금 북한 핵 사태가 엄중하다는 뜻이겠죠.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예전과 양상이 판이합니다. 우선 주식시장을 보면 예전에는 북한이 핵실험한 당일만 빠졌다가 바로 반등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6차 핵실험 후 첫 주인 9월 둘째 주의 주식시장은 댓새 중 하루만 주가가 오르고 나머지 날은 하락했습니다. 안보불감증이 심한 국민들도 “이번에는 심상찮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죠.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도 예전과 다른 점입니다. 북한은 더 이상 변방의 소국이 아닙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핵으로 위협하는 집단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지만 그것을 잘 모르는 세계인들의 눈에는 ‘미국도 별것 아니구나’ 하고 비치게 됩니다. 현 상황이 어떻게 종결되든 미국은 최대 피해자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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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승리자는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입니다. 김정은은 현재 지구촌을 뒤흔드는 북한 핵 사태의 주역 중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북한 핵 사태의 설계자여서 모든 도발은 김정은 몫입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김정은이 불규칙 바운드로 무차별적으로 쏴대는 볼을 방어하기에도 급급한 형편입니다. 김정은은 어린 나이에 정권을 물려받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많았으나 갈수록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어 전문가들을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위중한 탓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느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전쟁이란 게 우발적인 요소로도 발발할 수 있어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전쟁이 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봅니다. 아직은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것이 틀림없고 미국은 자국을 상대로 한 북한의 핵공갈에 잔뜩 화가 나 있습니다. 미국은 자신이 설정한 ‘진짜 레드라인’을 북한이 넘으면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은 그 점을 잘 알기에 영리한 도발만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현 사태가 어정쩡하게 종식된 후가 더 문젭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합심해 북한에 제재를 가하면 그나마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이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김정은이 어떤 이유에서든 핵도발을 잠시 중단하면 한국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북한은 여전히 핵개발을 해 나가는데 말입니다. 다음에 북한이 핵도발을 개시할 때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을 선보일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안보에 관한 한 국론을 통일해야 합니다. 가령 우리는 어디까지 참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 때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해 우리 국민을 학살하고 있는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공언한 대로 북한이 백령도와 연평도를 기습 공격하면 대한민국은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있을까요.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언제까지나 남한에 미군이 주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국론분열이 심하면 미군이 철수하는 날이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핵을 쏘겠다고 위협하는데 남한엔 ‘평화주의자’가 넘쳐나면 미국이 남한을 왜 지켜주려고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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