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도 못한 사이 ‘한 지붕 세 가족’ 대성그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3 14:19
  • 호수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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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家 후계자들 (27) 대성그룹] 세 형제, 3개 소그룹 분리경영… 집안마다 3세 후계자 제각각

 

대성그룹은 ‘한 지붕 세 가족’의 특이한 형태로 경영되고 있다. 고(故)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이 장남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에게 대성산업을, 차남 김영민 SCG 회장에게 서울도시가스를, 삼남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에게 대구도시가스를 기반으로 한 대성그룹을 각각 경영토록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대성’이라는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형제들은 현재 남보다도 못한 관계다. 분리경영 직후부터 경영권 등을 놓고 분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성가(家) ‘형제의 난’이다. 오랜 기간 다툼을 벌여온 만큼 형제간 감정의 골도 깊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남 김영대 회장과 삼남 김영훈 회장은 ‘대성’ 사명을 차지하기 위한 법정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2009년 대성그룹이 지주사 분리 당시 대성홀딩스로 상장했는데, 이듬해 김영대 회장이 대성지주로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김영훈 회장은 형을 상대로 ‘대성지주 상호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 결과 법원이 동생의 손을 들어주면서 김영대 회장은 대성지주 간판을 대성합동지주로 고쳐 달아야 했다. 형제들은 또 모친 여귀옥 여사가 타계한 2006년 유산상속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고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오른쪽)과 삼남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대성’이라는 사명(社名)을 차지하기 위해 법정소송을 벌인 바 있다.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3개 소그룹별 경영 성적표 별로 좋지 않아

 

형제별 소그룹의 경영 성적은 대체적으로 좋지 않다. 김영대 회장의 대성산업이 특히 심각하다. 한때 1조원이 넘었던 대성산업의 매출은 2014년 9722억원에서 지난해 7460억원까지 하락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2014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자본잠식이 50%를 넘기면서 거래소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대성산업은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상환해 나가고 있다.

 

대성산업의 부진은 무리한 사업 확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성산업은 그동안 GS칼텍스 석유제품 대리점 등 에너지 관련 사업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왔다. 그러나 2010년부터 해외자원 개발과 열병합발전, 유통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또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와 거제 디큐브백화점 등 개발사업도 벌였다. 그러나 이처럼 야심 차게 추진한 사업들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대성산업은 경영난에 빠지게 됐다.

 

김영민 회장의 서울도시가스(SCG) 경영 성적표도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최근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어서다. 영업손실의 폭도 2015년 25억원에서 지난해 67억원으로 40억원 이상 늘어났다. 여기에 매출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전망도 좋지 않다. 이를 최근 부진에 빠진 도시가스 업황 때문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경쟁사들은 오히려 이익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도시가스의 경우 비용절감 노력을 통해 영업이익이 2015년 58억원에서 지난해 11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나마 김영훈 회장은 형들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매출이 감소세이긴 하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경북 지역 도시가스 공급업체 대성에너지는 지난해 89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1조560억원)을 기점으로 1조원 매출의 벽이 깨졌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5년 240억원에서 지난해 294억원으로 54억원가량 증가했다. 김영훈 회장이 이런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 주력인 도시가스 공급 사업을 기반으로 내실을 탄탄히 다져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성그룹은 분리경영 특성상 소그룹별로 ‘황태자’가 있다. 대성산업가(家)의 후계자는 김영대 회장의 삼남인 김신한 대성산업 사장(43)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미국 애머스트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김신한 사장은 졸업 후 미국 IBM과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한 것은 2006년, 대성산업가스에 입사하면서다. 물론 처음부터 그가 후계자로 지목된 것은 아니다. 당초 장남인 고(故) 김정한 전 대성산업 사장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 시사저널 미술팀

 

대성산업은 김신한 사장, SCG는 김요한 부사장

 

김정한 전 사장은 동생인 김신한 사장보다 4년 앞선 2002년 대성산업 연구개발실 이사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상 조짐이 포착된 것은 2013년 김신한 사장이 김정한 전 사장보다 먼저 등기이사에 오르면서다. 이를 두고 김 전 사장이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2015년 김 전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라파바이오·대성엘앤에이·제이헨·포디알에스 등 4개사를 그룹에서 분리해 나갔다. 김 전 사장은 개인회사인 라파바이오 경영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경영실패에 책임을 지고 퇴진했다거나, 후계구도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김 전 사장은 얼마 되지 않아 경영난에 휩싸였다. 무리한 사세 확장이 화근이었다. 이로 인해 대구 소재 생산공장은 가압류를 당했고, 급기야 직원들로부터 임금 체불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김 전 사장은 사무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여기에 차남인 김인한씨는 미국 콜로라도대학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영에는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다. 삼남 김신한 사장이 사실상 대성산업의 유일한 후계자로 지목되는 이유다.

 

그런 김신한 사장이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해서는 대성산업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당초 대성산업은 ‘대성합동지주→대성산업→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였다. 하지만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올해 8월2일 대성산업에 대성합동지주를 흡수 합병시켰다. 이를 통해 대성산업이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됐다. 대성산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31.59%를 보유한 김영대 회장이다. 반면 김신한 사장의 지분은 0.05%로 미미한 수준이다. 향후 어떻게든 부친의 지분을 넘겨받아야 하는 처지다. 현재 지분 매입을 위한 재원은 마련돼 있지 않다. 당초 김신한 사장이 최대주주이던 계열사 에이원과 대성초저온ENG가 ‘곳간’으로 지목됐지만, 에이원은 김영대 회장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고, 대성초저온ENG는 영업부진으로 해산된 상태다. 김신한 사장은 현재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와 기울어진 사세를 회복하는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SCG가(家)에서는 김영민 회장의 장남인 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36)이 눈에 띈다. 2009년 서울도시가스 기획조정실장을 맡으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온 그는 2013년 사비(私費)를 투입해 에픽셀이라는 웹툰 플랫폼 업체를 창업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도시가스 사업에 집중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에픽셀은 설립 1년여 만인 2014년 결국 부도를 맞았다. 김 부사장은 이후 아버지 김영민 회장의 품으로 돌아가 경영수업에 매진하고 있다.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받고 있는 삼남 김신한 대성산업 사장 © 시사저널 포토


 

대성그룹 후계자 1994년생 김의한씨 유력

 

SCG그룹 경영권 이양의 핵심은 서울도시가스다. 이 회사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도시가스의 최대주주는 김영민 회장이 지분 98.04%를 보유한 서울도시개발(26.25%)이다. 김 회장이 직접 보유한 13.93%를 더하면 총 40.18%가 김요한 부사장이 향후 확보해야 할 지분이다. 현재 그의 지분율은 0.01%에 불과하다. 그러나 향후 경영권 승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SCG솔루션즈가 승계의 발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계열사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급격하게 사세를 확장해 왔다.

 

대성그룹가(家)에서는 이변이 없는 이상 김영훈 회장의 유일한 아들 김의한(24)씨가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1994년생인 김의한씨는 현재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미 소그룹 지주사 격인 대성홀딩스 지분을 상당 규모 확보하고 있다. 김영훈 회장(39.9%)과 계열사 대성밸류인베스트먼트(16.78%)에 이은 3대 주주(16.06%)다. 그가 대성홀딩스 3대 주주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고모들의 덕이 컸다. 김수근 명예회장의 장녀 김영주 대성그룹 부회장과 차녀 김정주 대성홀딩스 사장이 2013년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대성홀딩스 지분 전량을 조카인 김의한씨에게 증여했기 때문이다. 

 

 

대성그룹 가계도

다른 재벌가와 달리 평범한 집안과 혼사 

 

대성그룹의 모태는 고(故)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이 1947년 대구 북구 칠성동에 설립한 연탄제조 업체 대성산업공사다. 이후 1957년 서울에 올라와 대성연탄을 세웠고, 왕십리 공장을 준공하면서 1959년 연탄 생산·판매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듬해인 1960년에는 문경탄광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석탄 채굴사업에 돌입했다. 1968년에는 대성산업을 세워 액화석유가스(LPG)와 LNG(액화천연가스) 등을 판매하며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1983년 서울시영도시가스를 인수하고, 서울도시가스와 대구도시가스 등을 세우면서 그룹의 면모를 갖춰 나갔다.

 

김수근 명예회장은 1942년 세계기독교여자절제회 한국지부 회장을 지낸 고(故) 여귀옥 여사와 결혼해 슬하에 4남3녀(영대-영민-영주-정주-영훈-영철-성주)를 뒀다. 김 명예회장은 이 가운데 4남 영철씨를 1973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김수근 명예회장의 자녀들은 비교적 평범한 집안과의 혼사가 유독 많이 눈에 띄었다. 정·재계를 중심으로 혼맥을 구축하는 여느 재벌가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김 명예회장의 장남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은 모친의 지인 소개로 1971년 혁명재판소 시절 검사를 지낸 법조인 차영조씨의 딸 정현씨와 결혼했다. 부부는 슬하에 3형제(정한-인한-신한)를 뒀다. 장남 고(故) 김정한 전 대성산업 사장은 1997년 서울 덕수교회에서 대원외고 동창인 전성은씨와 결혼했고, 차남 김인한씨는 고대 정치외교학과 재학 시절 만난 후배인 이내리씨와 2002년 결혼했다. 삼남 김신한 대성산업 사장은 미국 유학 중 지인의 소개로 만난 한조희씨와 교제하다 2006년 결혼식을 올렸다.

 

김 명예회장의 차남 김영민 SCG 회장은 친지의 소개로 민유봉 전 유화증권 사장의 딸 민명옥씨와 1970년 결혼했다. 슬하에는 2남1녀(은혜-요한-종한)가 있다. 삼남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1993년 박영창 목사의 소개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차녀인 김정윤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사이에 1남3녀(의한-은진-의진-은정)를 뒀다.

 

장녀인 김영주 대성그룹 부회장은 1975년 서울대 의대 출신 내과전문의인 신현정씨와 결혼해 현재 1남1녀(정희-명철)가 있으며, 삼녀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미국 하버드대학 동창생인 딘 고달드와 결혼해 딸 지혜씨를 두고 있다. 김성주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역임한 바 있다. 하버드대 신학 박사 출신으로 연세대 교수를 겸하고 있는 차녀 김정주 대성홀딩스 사장은 독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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