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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차의 발전, 대륙의 개념을 바꿨다

[조창완의 중국 다시 보기] 평택에서 리스본까지 ‘新실크로드’의 탐험

조창완 중국 전문 컨설턴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5(Fri)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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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남짓 필자를 괴롭힌 것은 ‘유라시아 횡단’이라는 단어다. 중국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가보지도 않은 유럽까지의 긴 여정을 설계하는 일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카자흐스탄이나 러시아, 유럽 구간의 지인들을 하나둘씩 끌어들여 결국 이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7월3일 평택항에서 출발해 유라시아대륙 서쪽 끝의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열차로 횡단하는 긴 여정을 마쳤다.

 

평택항에서 배를 타고 중국 롄윈강(連雲港)으로 건너 간 후, 중국횡단철도(TCR)를 따라 중국과 카자흐스탄·러시아·독일·네덜란드를 거쳐 리스본까지 1만5000㎞를 간다. 열차를 19번 갈아타고, 12개 나라를 지나며, 18개 도시를 들른다. 리스본에서 8월3일 비행기로 귀국하니 만 1개월짜리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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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횡단철도 통한 ‘新실크로드’ 탐험

 

얼마 전 필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관한 글을 쓰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이 추진 중인 신(新) 실크로드 전략)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육상으로 그 기나긴 여정을 하나하나 거슬러 가는, 말 그대로 ‘신 실크로드’를 탐험하는 것이다. 옌타이(煙臺)나 웨이하이(威海)·칭다오(靑島)·따리엔(大連) 같은 동부 항구도시들이 많지만 롄윈강을 선택한 것은, 롄윈강이 중국에서 출발하는 중국횡단철도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유럽을 잇는 중국횡단철도는 롄윈강에서 시작해 정저우(鄭州)·시안(西安)·우무루치를 거쳐서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아스타나를 지난다. 아스타나 이후에는 우랄산맥을 지나서 모스크바를 거쳐서 베를린을 경유하고, 네델란드 로테르담까지 잇는다. 중국 구간만 4018㎞이고, 전체 거리는 1만900㎞다.

 

이번 탐사팀은 중간에 쉬는 경우도 있어서 이 구간만으로 20일 정도 걸렸지만, 현재 운행되는 화물열차로는 1주일 정도 걸린다. 구간만 좋아진다면, 1만㎞이므로 시속 200㎞로 달리면 55시간, 즉 3일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물론 지금 이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 곳은 중국 밖에 없다.

 

이 길이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신 실크로드 정책과 부합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이 정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이 길에서 소외되면 한국은 중국의 옆에서 갈수록 가난해지는 빈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길에 합류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가 유럽과 중국을 잇는 기점이자 종착지가 될 수 있다.

 

이번에 필자가 고통스럽게 이 일을 맡은 것은 현장에서 신 실크로드와 우리나라의 접점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궁극적으로 중국횡단철도는 물론이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베이징(北京)을 거쳐서 몽골을 통과하는 몽골횡단철도(TMGR), 만주횡단철도(TMR)와의 연결이 가능하다. 남북철도 연결은 아무리 빨라도 이 정부에선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선은 해상으로라도 한국과 중국이 다양한 연결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천·평택·대산·군산항에서 출발한 배들이 중국의 연해 대도시랑 상당수 연결되어 있다. 일단 여기에서 철학과 논리가 있어야 남북철도도 탄력을 받을 수 있어서, 두 프로젝트는 경쟁이 아니라 시너지를 내는 상보적 관계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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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앙쑤성, 새로운 한류 문화의 중심 가능성

 

롄윈강을 출발한 일행은 중국에서는 시안·우루무치·호르고스를 중점적으로 본다. 롄윈강은 중국횡단철도의 출발점이긴 하지만 아직 한국과는 물류가 활발하지 않다. 필자는 공직생활을 할 때 롄윈강을 방문해 얼마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 도시는 지앙쑤성(江蘇省)의 해양물류 중심지다. 지앙쑤성은 인구가 8000만 명이고, GDP도 3~4년 후면 한국에 근접한다. 우리의 중요한 교역 대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중요성을 그다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산둥성에 비해 한국에서 약간 먼 지역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산둥성에 비해 이점이 결코 적지 않다.

 

산둥 지역은 유교문화의 발상지고, 우리나라에 온 화교들이 대부분 산둥 출신이어서인지 한·중간 선박이나 항공 노선도 산둥이 먼저 생겼다. 상대적으로 지앙쑤성에서 한국과 직항이 있는 곳은 성도인 난징(南京)이나 최근에 직항이 생긴 옌청(鹽城) 정도다. 비행시간으로 한 시간대에 있고, 인구도 700~800만 명인 도시들과 직항조차 없다는 게 안타깝다. 쑤저우(蘇州)나 우시(無錫), 양저우(揚州) 같은 도시들도 지앙쑤성에 속하는데, 우리나라 말로 표현하면 양반기질이 좀 있다. 다만 후와이허라는 큰 호수 같은 강의 지역의 중심에 있어서 과거부터 홍수가 잦았다. 창지앙도 범람하면 이 지앙쑤성을 쓸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대에는 비교적 황폐한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치수기술이 좋아지면서 이곳은 옥토로 바뀌었고, 지금은 상당히 부유한 성이다.

 

지앙쑤성의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10만 위안 정도다. 우리 돈으로 하면 1700만원 정도니까 한국의 절반 정도다. 하지만 이곳은 빈부격차가 아주 심한 성이 아니라서 소비층들의 취향이 우리나라랑 비슷하다. 물론 난징이나 쑤저우 같은 지역은 한국을 앞선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한국이 직접적으로 들어갈 공간이 많다. 또 해외여행을 막 시작하는 층들이 많아서 우리나라가 중요한 관광지가 될 수 있다. 사드와 같은 외교문제를 풀고 나서 적극적으로 논리를 개발해 마케팅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롄윈강에서 철도를 타고 가다보면 쉬저우·정저우·뤄양을 지나 시안에 닿는다. 시안은 중국 최대의 고도다. 시안에는 한국 총영사관도 있고, 코트라(KOTRA)도 있다. 몇 년 전부터 삼성전자 현지공장이 가동돼 건실하게 이익을 내는 곳이다. 이강국 시안 총영사는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일대일로 전문가다. 단행본도 내고, 최근에도 실크로드 문화답사에 관한 책을 냈다.

 

시안이 한반도에 가장 익숙한 것은 당나라 때다. 그때는 장안으로 불렸는데, 수천 명의 신라 유학생들이 있었다. 필자에게 이번 탐사는 그들이 그 때 왜 그곳에 갔을 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통일신라 시기 그들이 장안에 갔던 목적은 선진문물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당시 그곳은 아랍은 물론이고 유럽 상인들까지 와서 교류하고 있었다. 일본도 1만 명이 넘는 유학생을 보냈다. 그 중에는 ‘입당구법순례행기’를 쓴 엔닌 같은 고승도 있었다. 지난 30년은 수천 년 한·중 교류사에서 드물게 우리나라가 중국에 일부지만 영향을 준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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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신 실크로드는 다시 시안이 동서 교류의 중심이 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후 주목해야 할 도시는 아무래도 란저우(兰州)나 우루무치 같이 성들의 중심도시일 것이다. 란저우는 깐수성(甘肅省)의 성도고, 우루무치는 신장자치주의 성도다. 인구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서 한국 사람의 진출도 많지 않다. 신 실크로드는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될 수 있다. 신장 웨이얼족은 한족(漢族)과는 완전히 다른 민족이다. 차라리 아랍 민족에 가깝다. 또 한족과는 민족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서 무관하기 때문에 적대감이 많지 않다. 이곳에도 약간의 한류가 있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속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결국 그 속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도 만들어진다.
 
이 철도는 이후 아라산 입구나 호르고스를 통해 카자흐스탄과 연결된다. 아라산코우는 기존의 역이고, 호르고스는 중국과 카자흐스탄이 연합해 만든 변방 경제자유구역이다. 이곳은 중국과 서방을 잇는 경계가 될 것이 확실하다. 알마티·아스타나 등 카자흐스탄을 경유해 유럽으로 이어지는 길도 그 변화의 속도를 알기 힘들다. 러시아나 벨로루시를 거쳐서 베를린·함부르크·로테르담으로 이어지는 길은 이미 상당 부분 활성화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카스피해·흑해를 이용해 육로와 해상을 연결하는 길도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지금도 비자가 필요한 드문 나라에 속하는 벨로루시의 경우 중국은 이미 경제 특구를 만들어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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