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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개발 주역은 ‘노동당 군수공업부’

“북핵 전문인력 3000명”…핵심기술 빼내려 스파이도 파견

이영종 중앙일보 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4(Thu) 08:00:00 |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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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야욕을 꺾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도 오는 12월 김정은과 북한 지휘부 제거를 노린 ‘참수부대’ 창설 방침을 공개하는 등 강력한 응징 입장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 특수전사령부의 대북 타격 훈련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특수요원들이 북한의 핵 개발 시설로 추정되는 곳에 침투해 연구인력을 체포·장악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흰색 가운을 입은 북한 연구원들을 단숨에 제압하는 장면이 훈련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사시 핵과 미사일 시설뿐만 아니라 개발·연구 인력의 신병확보와 처리에 우리 군 당국이 주안점을 두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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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개발자들에게 ‘특별상금’ 지급

 

북한은 핵 개발과 미사일 시험발사에 기여한 과학자와 기술인력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하는 모습이다. 집권 6년 차인 김정은 체제 들어 생긴 변화다. 핵무기연구소나 북한 전략군 소속 연구원의 기술인력은 물론 김일성대학과 김책공대의 교수 등에게도 평양의 고급아파트와 여러 혜택이 주어진다. 현장을 찾은 김정은은 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평양으로 불러들여 환영파티와 축하행사를 베풀기도 한다. 8월 하순에는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특별상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표창이나 ‘감사’를 보내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상금을 전달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밝히고 나선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핵실험 감행 사흘 만인 9월6일에는 평양에서 핵실험 성공을 축하하는 군중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수소탄 시험 성공에 기여한 성원들이 참석했다”는 게 노동신문의 보도다. 이들이 평양으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노동당 고위간부들이 도열해 환영했고, 행사 참석 뒤에는 주요 휴양시설을 돌며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대북 정보 당국은 북한의 핵 관련 인력들 가운데 매우 젊은 세대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북한이 핵 개발 기술 확보를 위해 신세대 연구인력을 집중 양성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6일자 보도에서 “북한이 빠른 속도로 핵·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건 중국 유학파 과학자들 때문”이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냉전시대에는 북한의 과학자들이 주로 소련에서 핵기술을 배웠지만 탈 냉전 후에는 이란과 파키스탄에서 역량을 키웠다”며 “최근 들어 중국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젊은 차세대 핵기술자의 상당수가 중국 유학이나 연수를 통해 관련 기술을 습득하게 됐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신상도 드러나고 있다. 1년 이상 중국 하얼빈 연구소에 머문 김경솔이란 과학자는 베이징의 군사전문가와 공동 논문을 집필할 정도로 심도 있는 연구를 했다고 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는 북한 과학자에게 핵기술 등을 가르치거나 전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적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의 핵 개발은 1960년대 소련 최대의 듀브나 핵연구소에 핵물리학자를 파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소련에 갔던 북한 핵물리학자 최학근은 1986년 12월 원자력공업부장으로 임명돼 자체적인 핵 개발을 총지휘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의 핵 관련 전문인력은 고급인력 200여 명을 포함해 3000명에 이른다는 게 우리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앞서 핵물리학의 토대를 닦은 도상록 박사는 북핵 개발의 아버지로 불릴 만하다. 함남 함흥 출신인 도상록은 일본 도쿄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졸업 뒤 개성 송도중학교 교원 시절에는 ‘헬륨수소 분자의 양자역학적 취급’ ‘수소 가스의 양자역학적 이론’이란 논문 두 편을 미국 학술지에 발표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해방 직후 서울대 교수로 있다가 1946년 5월 월북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도상록은 원자력 이론서 30여 권을 집필하고 핵 가속장치를 개발해 김일성대학에 설치하는 등 핵기술 토대를 마련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0년 10월 노동당 제6차 대회 당시 도 교수를 당 대회 대표로 임명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연구인력은 아니지만 해외로부터 관련 핵심기술을 획득하려고 스파이 활동을 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해외 현지에서 핵 개발에 대한 정보나 장비를 빼내려다 적발돼 추방되거나 사법 처리된 경우도 있다. 우라늄 농축시설용 알루미늄 파이프를 수입하거나 일본산 정밀부품을 입수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대북 소식통은 “미사일 기술을 훔치려다 2011년 체포돼 현재까지 교도소에 복역 중인 북한인의 경우처럼 핵 분야에도 유사한 사례가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유학파 과학자들이 개발 주역

 

직접적인 연구·기술 인력은 아니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떠오르는 핵 개발의 주역들이 있다. 노동당 군수공업부의 고위 멤버들이다. 북핵 개발의 총책임자로 꼽히는 홍승무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은 9월6일 평양에서 열린 핵실험 성공 축하 경축대회에 대장(별 넷) 계급장을 달고 등장했다. 또 핵 개발 2인자이자 실무 책임자로 평가되는 리홍섭 핵무기연구소 소장도 상장(별 셋) 군복을 입고 나왔다. 이들 두 사람은 핵실험 하루 전 김정은이 수소탄 탄두 모형을 참관할 때 바로 옆에서 설명하는 등 최측근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동안 민간 당관료로 알려져 왔다는 점에서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포상 차원에서 파격적인 군사칭호 수여가 이뤄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들 두 사람은 유엔과 우리 정부의 제재 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다.

 

핵 개발은 돈과 기술 외에 국가 최고지도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거치며 북핵 개발과 미사일 능력 확보에 전력투구했다. 이런 측면 때문에 북핵 개발의 최고 일등공신은 김씨 부자, 그 가운데서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체제 생존의 핵심요소라는 판단 아래 여타의 체제 역량이나 민생을 도외시한 채 핵 질주를 벌여온 장본인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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