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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文 정권, 현실 인식부터 정확히 해야”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인터뷰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3(Wed) 14:00:00 |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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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월3일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예상했었지만, 예상 시기보다 더 빠르게 북한이 행동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선제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또 국내에서는 ‘전술핵 도입론’도 대두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9월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김동엽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해군사관학교 46기로 국방대학교에서 석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군사전문가다. 국방부 재직 시에는 북핵과 남북군사회담에 참여했다. 그는 줄곧 북한에 대한 제재만으로 남북관계를 풀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김 교수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으로 북한 문제의 주도권을 쥘 수 없다”며 “명확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이에 맞는 대화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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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렇게 빠르게 핵실험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지난해 5차 핵실험 이후에 꾸준히 6차 핵실험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다. 당시에는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면 올해 9월쯤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9월에 들어서자마자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당시 9월로 예상한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은 이미 미국의 과거 정권을 통해 충분히 학습한 상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월에 들어선 이후, 미국과 북한의 게임 진행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의 과거 정부도 집권 1년 차에 북한 관련 의제를 선순위에 올리지 못했다. 선거로 집권한 정부는 필연적으로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먼저 추진하게 돼 있다. 북한이 트럼프를 당선시켜준 것은 아니지 않나. 당연히 북한 관련 의제는 뒤로 밀리게 돼 있다.

 

버락 오바마 정권이 2009년 1월 들어섰을 때, 많은 이들이 북한과 미국이 곧 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해 5월22일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 예상과 전혀 달랐다. 대북정책의 공백기에 북한이 치고 들어간 것이다.

 

 

“한국은 ‘한반도 게임’ 링 위에도 못 올라갔다”

 

북한의 의도는 후순위에 있는 대북 관련 의제를 위로 올리라는 것인가.

 

그렇다. 두 가지 의도가 있는데 첫 번째는 북한이 스스로의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다. 또 하나는 ‘우리와 관련된 의제는 시급한 문제이니 빨리 링에 올라오라’는 신호를 미국에 보낸 것이다. 실제 협상에 들어갔을 때 내밀 수 있는 카드를 늘리자는 것이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협상을 하는 것과 발사하기 전에 협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판돈을 늘리려는 의도다.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핵 무력의 완성이다. 어떻게 보면 북한은 핵을 거래의 도구로 보지 않고 있다. 미국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네가 (협상에)응하지 않으면 난 계속 내 갈 길 가겠다’는 계산이다.

 

 

그럼 북한의 행위는 미국을 바라본 것인데, 일각에서 제기하는 ‘코리아 패싱’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닌가.

 

‘코리아 패싱’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현재 제기되는 ‘코리아 패싱’은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미·북 관계가 극적으로 좋아진다 하더라도 한국을 제쳐놓고 북한과 대화할 수는 없다. 미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으면 미국이 한국을 버리고 북한과 함께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 관계는 동맹관계가 아니다. 그럼 동맹이 깨진다.

 

 

우리 정부는 ‘베를린 구상’을 발표하며 대화를 강조했다. 여기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한반도의 링에는 이미 미국과 북한이 올라와서 싸우고 있었다. 이 링에 중국이 뛰어든 상황이다. 우리는 이 링에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본선에 올라가지도 못한 선수가 주도권을 잡았다고 이야기하는 꼴이다. 이미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이런 주장이 통할 리가 없다.

 

한반도 게임에서 미, 중, 북은 이미 오랜 시간 싸워봤다. 우리는 그에 비하면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올라가자마자 게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 우리 위주로 이 판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부가 2008년 이전의 국제정세에 갇혀 있는 것 같다. ‘김대중·노무현의 후계자로서 대화로 손을 내밀면 북한이 응할 것’이라는 막연한 착각 속에 있는 것이다.

 

 

“‘베를린 구상’은 안이한 생각, 현실인식부터 해야”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대화’와 ‘핵포기’를 언급하고 있다.

 

순진한 생각이다. 정부는 ‘핵동결’을 이야기하는데, 동결이란 말은 의미가 없다. 북한은 이미 1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핵탄두가 없던 예전에는 이 말이 통했겠지만 핵탄두를 이미 보유한 상황에서는 의미 없는 말이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나.

 

우리가 주도권을 잡을 능력과 시기가 되면 당연히 잡아야 한다. 하지만 무리하게 운전대를 잡게 되면 사고가 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주도해야 할지, 한 발 뒤에 있어야 할지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언적 의미도 중요하다. 뒤에서 말을 한마디씩 던지면서 북한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가 여러 제안을 북한에 하고 있지만,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수준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우리만의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술핵 도입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북의 핵은 어떻게 보면 살기 위한 수단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북한보다 45배 이상 잘산다. 북한과의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설혹 북이 핵을 갖고 있더라도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런 나라가 겁을 먹고 전술핵을 얘기한다. 전술핵 도입론자들의 주장대로 하려 한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한·미 동맹 파기다. 한·미 동맹을 파기하면 자위권 때문에라도 핵을 가져야 한다. 핵보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한·미 동맹 파기를 외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앞으로 취해야 할 전략적 방향은 무엇일까.

 

대북정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6·15, 10·4 선언 계승 선언은 아주 잘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의 변화를 제대로 분석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여러 사항을 잘 고려해 현 상황을 분석하고, 과감하게 판단해야 한다. 결정의 순간에는 주변의 눈치를 보면 안 된다. 그리고 주변국에는 남과 북의 문제를 직접 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미·북 간에 대화가 성사될 때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생길 것이다. 또 우리가 미국과 북한의 대화 과정에서 ‘중재자’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 대화를 하기 전에 물밑에서 아주 정교한 대화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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