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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번엔 나가지만, 4년 뒤는 장담 못한다

역대 가장 힘겨웠던 월드컵 본선행…희망과 환희의 아이콘이 될 변화와 개혁 필요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1(Mon) 18:30:00 |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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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조용히 귀국했다. 선수단을 맞은 대한축구협회가 펼친 현수막에는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아래에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더욱 분발하겠습니다’라는 글귀도 들어가 있었다. 하루 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달성한 ‘성과’에 대한 격려치고는 담담함을 넘어 ‘반성’의 뉘앙스가 느껴지는 문구였다.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은 세계에서 브라질, 이탈리아, 독일, 아르헨티나, 스페인에 이어 한국이 6번째로 세운 대기록이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 수뇌부와 김정남, 이회택, 김호, 차범근, 허정무 등 역대 한국인 월드컵 대표팀 감독들이 공항에 출동했지만 분위기는 조심스러웠다. 국민 여론을 의식한 모습이었다.

 

한국은 최종예선 10경기에서 4승3무3패, 승점 15점으로 A조 2위를 차지했다. 천신만고 끝에 조 2위까지 주어지는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잡았다. 3위 시리아가 승점 13점으로 마지막까지 추격했다. 만일 최종전에서 시리아가 이란에 승리했다면 한국은 골득실 차에서 밀려 3위로 추락, 험난한 플레이오프 일정을 거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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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진출당했다’ 조롱 앞에 선 대표팀

 

이란(홈), 우즈베키스탄(원정)과의 마지막 2경기를 앞두고 한국 축구는 대표팀 감독을 교체했다. 최종예선 도중 감독을 교체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2014년 9월 부임해 승승장구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에서 졸전을 거듭했고 지난 6월 카타르에 2대3으로 패한 뒤 하루 만에 경질됐다. 지난 3년간 대표팀 코치, U-23 대표팀과 U-20 대표팀 감독을 맡은 신태용 감독이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불안감은 여전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 전까지 가장 극적이고 고된 본선 진출은 1994년 미국월드컵 최종예선이 꼽힌다. ‘도하의 기적’으로 칭할 만큼 단 1분 사이 한국의 본선행 운명이 결정됐다. 이라크의 자파르 살만이 일본을 상대로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으며 한국은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골득실로 밀어내고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미국월드컵 최종예선의 경쟁 수준이다. 6개 팀이 카타르 도하에 모여 3일 간격으로 긴장의 연속인 5경기를 치렀다. 게다가 아시아에 주어진 본선행 티켓은 2장으로 현재의 4.5장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됐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의 경우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5개 팀으로 나뉜 A, B 2개 조에서 2위만 차지하면 됐다.

 

한국은 이제 그마저도 힘겨운 상황에 처했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때도 골득실로 우즈베키스탄을 제치고 조 2위에 올랐다. 월드컵을 치를 때마다 점점 불안해지는 최종예선 과정을 보며 팬들은 “본선 진출을 이룬 게 아니라 당했다”고 조롱했다.

 

‘아시아의 맹주’라는 타이틀만으로 최종예선 통과를 자신하던 시절은 과거형이다. 발전이 가장 뒤처져 있다던 아시아 축구는 중동과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와 이란, 일본, 호주 등 기존 강호의 건재함 속에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한국은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 황희찬 등 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의 기량을 믿었지만 경쟁국들은 국가 차원의 총력 지원 속에 한국의 방심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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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력부터 지원, 국민 열망까지 모두 뒤처졌다

 

한국의 불안한 경기력은 공수 밸런스 붕괴와 조직력 부족에 기인한다. 한국은 11골을 기록하며 A조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지만 10골을 내주며 카타르 다음으로 많은 실점을 허용했다. 마지막 5경기에서는 4골을 넣는 데 그치며 1승2무2패를 기록했다. 무득점 경기가 3번이나 됐다. 신태용 감독은 마지막 2경기에서 불안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비에 중점을 뒀지만 반대급부로 1골도 넣지 못했다. 한국이 자랑하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 손흥민은 최종예선 8경기에 나서 1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선수들의 경기력만 문제가 아니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과 투자도 가장 뒤처졌다. 연봉 200억원을 받는 중국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비롯해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카타르의 호르헤 포사티, 사우디아라비아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일본의 바히드 할리호지치 등 이제 아시아 무대에서도 세계적인 감독들이 팀을 이끌고 있다.

 

한국은 지도자로서의 경력과 성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돌파하려고 했다가 지략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연봉은 최종예선 상대국 감독들에 비해 낮은 15억원 수준이었다. 해외파들이 유럽, 중국, 중동에서 세계적인 명성의 감독들과 함께하는 상황에서 무늬만 외국인인 감독만으로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최종예선 통과 뒤에는 한국 축구의 영원한 영웅인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설까지 흘러나왔다. 국민들이 원한다면 봉사 차원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고려해 보겠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히딩크 감독 본인이 아닌 그의 국내 활동을 관리하는 히딩크재단 측의 언급에서 비롯된, 실체가 없는 이야기였지만 여론은 뜨겁게 반응했다. 최종예선 통과를 이끈 신태용 감독은 하루 만에 불어닥친 히딩크 감독 부임설에 섭섭함을 표현했다. 힘겹게 본선행을 이룬 현 감독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부족한 여론몰이였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대표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감독 선임과 대표팀 운영 방식은 설득력을 줘야 한다. 소속팀에서 막대한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태극마크에 임하는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타개할 지속적인 경쟁 구도가 필요하다. 유망주들의 발굴을 통해 대표팀 동력을 유지하는 것은 미래의 월드컵을 위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본선이 아닌 최종예선에서 좌절하는 순간은 필연적으로 현실이 된다. 2018년 6월 러시아에서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이 실망과 분노가 아닌 희망과 환희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변화와 개혁이 더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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