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배치 넘어 독자적 핵 무장 나서야”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1 10:16
  • 호수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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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동물과 육식동물 간 평화협정은 유지되기 어려운 법… 미국도 한국의 핵무장 용인할 것”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은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주한미군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미국에 방문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보수 야당의 또 다른 한 축인 바른정당은 미국의 핵을 공동으로 사용할 권한을 갖는 ‘핵공유’를 주장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계승을 표방하고 있는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도 전술핵 배치를 거론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중국이 대북제재를 할 수 있게 하는 카드가 없으니 전술핵 재배치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전술핵 재배치가 아니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식으로 미국 동의하에 한국이 전술핵을 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보수 야당과 여당 일부 ‘전술핵 배치’ 주장

 

여당 내에서도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 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 “정부 정책과 다르지만 북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 이것을 검토함으로써 확장억제 요구를 미국에 강하게 할 수 있다”면서 “다만 여러 제약이 있으며 정부 공식 검토가 아니다. 꼭 그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뒤이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과 미국, 북한이 협상할 때 북한은 핵보유국이고 우리는 아니라면 균형이 맞지 않아 결국 대화도 못하게 된다”며 “협상을 위한 균형을 갖추는 수단 중 하나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진영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전술핵을 재배치함으로써 북한의 일방적 핵보유로 인한 전략적 불균형을 해소해 남북 간의 ‘공포의 균형’이 성립됨으로써 전면 전쟁의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김대식 원장은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을 포기시킬 수 있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무지와 오만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북핵 해결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굴한 대화와 ‘구걸평화’가 아니라 핵 균형과 압박이다. 힘의 우위에 의한 ‘무장평화’가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고 자유통일의 기반을 마련해 준다”고 주장했다.

 

보수 시민단체 회원들이 9월5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핵무장 결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미 사문화됐다”

 

문재인 정부와 진보진영에서는 전술핵 재배치가 ‘한반도의 비핵화 공동선언’에 위배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58년부터 미국의 전술핵이 배치됐는데,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되면서 냉전종식으로 인한 신(新)데탕트 시대가 도래했다. 부시 대통령은 1991년 9월 해외에 배치된 전술핵의 본국 철수를 선언했고, 같은 해 10월 고르바초프 대통령 역시 같은 조치를 내리면서 부시-고르바초프 합의가 완성됐다. 이와 맥을 같이해 노태우 대통령은 1991년 12월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 종료를 선언했고, 남북한은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비핵화 선언의 제1항은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서는 이 선언이 이미 사문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전술핵 철수는 북한과의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전제조건의 하나였다. 북한이 핵무장을 했기 때문에 우리만 선언을 지킬 이유가 없다”면서 “이 선언은 이미 무효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 선언에 대한 무효화 선언을 하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철수된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환원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진영에서는 전술핵이 배치됨으로써 핵전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 역시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핵전쟁 가능성을 이유로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런 가능성은 북한만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북한이 재래식 전면전을 도발할 가능성이나 북한이 개발한 전술핵무기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격당할 확률보다 낮다”면서 “북한이 이미 핵보유국 반열에 들어섰고 비핵화 전망도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기 위해 전술핵을 재반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어느 한쪽만이 다른 쪽을 공격할 수 있는 일방적 취약성 상태를 무한정 수용하자는 무책임한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술핵 재배치는 현재 겪고 있는 각종 안보 딜레마들에 대한 임시적이지만 종합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최종 목표인 한국에 있어 전술핵 재반입은 최종 목표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일 뿐이다. 그러나 전술핵 재반입은 북한의 한국 겁주기, 미국의 한국 배제, 중국의 한국 때리기 등을 예방·완화하는 데 기여하는 종합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술핵 배치 논의 자체가 우리나라가 사용할 수 있는 외교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대식 원장은 “한·미 양국이 전술핵 재반입을 논의하기 시작하는 것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일단, 전술핵 재반입 논의는 북한에 일방적 핵보유를 허용치 않겠다는 경고이자 핵 포기를 종용하는 강력한 압박이 된다”면서 “또 중국에는 북핵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버리도록 압박하는 강력한 외교카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이야말로 한·미 양국이 전술핵 재반입 논의를 시작할 적기다”고 말했다.

 

 

‘NPT 탈퇴’ ‘핵 주권 회복’ 주장도 제기

 

전술핵 재배치를 넘어 ‘핵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포기했던 핵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능력을 다시 찾아오자는 것이다. 이른바 ‘자위적 핵무장론’이다.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필요한데, 핵 재처리 과정을 통해 사용이 끝난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은 폐연료 등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사실상 모두 갖춘 상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일본은 짧게는 사흘, 대만도 9〜12개월 안에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마음만 먹으면 (기술적으로) 3~6개월 안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독자적 핵무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NPT(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를 탈퇴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80여 개국이 NPT에 가입해 있다. 북한은 1985년 NPT 가입 이후 1992년 탈퇴를 선언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을 여전히 NPT 회원국으로 판단하고 있다. NPT를 탈퇴하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받게 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이다. 우리나라가 독자적 핵무장에 나선다면, 그것은 곧 ‘한·미 동맹 파기’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입장 역시 과거와 같을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북한, 중국, 러시아 북방 삼각 국가들은 모두 핵보유국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언젠가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면서 핵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현재의 반확산정책에서 탈피할 시기가 올 수 있다. 즉, 미국이 동맹국들의 자위적 핵보유를 용인함으로써 신냉전 구도에서 북·중·러 북방 삼각과 한·미·일 남방 삼각 간의 전략적 균형을 모색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태우 교수는 “향후 안보리가 더 많은 대북결의를 채택하더라도 비공식적으로 북핵을 비호하는 중·러의 이중 플레이는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다”면서 “자위적 핵무장은 미국이 계속적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중국의 위협적인 팽창주의를 견제하는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찰스 퍼거슨 미국과학자협회(FAS) 회장은 2015년 펴낸 보고서에서 “동북아지역 안보환경 전개 상황에 따라 미국은 비밀리에 일본과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환영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태도는 미국의 핵비확산 정책에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무력을 발전시키고 주요한 동맹 세력인 한국과 일본이 위험에 노출될 경우 미국의 선택지는 몹시 제한적일 것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1998년 인도가 핵실험을 단행하자 인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미국이 인도의 핵개발을 용인한 것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인도는 북한이나 이란과는 달리 민주주의의 신념이 있고 국제사찰을 확실히 다짐한 나라여서 미국의 특별대접을 받았다”며 인도의 핵폭탄 보유를 정당화했다. 퍼거슨 회장은 “주요 국제교역국인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경우 국제적 제재로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지만, 1998년 핵실험을 강행한 인도의 사례를 보면 제재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8월30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美,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용인할 것”

 

한·미 동맹이 깨질 것이라는 주장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동맹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의 입장에서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014년 세계에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한국이며, 우리나라 수입무기의 약 90%는 미국산이다. 또한 2012년 기준 한국은 미국의 수출 대상국 중 8위, 수입 대상국 중 6위를 차지했다. 미국도 한·미 동맹의 유지에 이해관계를 같이한다”면서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될 경우, 한국의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50% 정도로 낮출 수 있다. 이는 건강한 한·미 동맹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방위예산 감축 압력을 받고 있는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북핵문제와 평화체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에서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보수진영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 있다.

 

“역사는 대결적 체제를 가진 국가들 간 또는 현상유지가 아닌 공세적인 의도를 가진 나라가 포함된 평화협정은 예외 없이 파기되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제1차 대전을 마감한 1919년 베르사유조약, 나치 독일과 소련이 서명했던 1939년 독소불가침조약, 베트남전쟁의 종전을 가져온 1973년 파리평화협정 등이 지속력을 가지지 못했던 과거 역사가 이를 웅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자고로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간의 평화협정은 유지되기 어려운 법이다.”(김태우 교수) 

 

“비핵화 위해서라도 한국의 핵무장 필요”

조갑제 대표 인터뷰

 

© 사진=뉴시스

여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는 “전술핵 배치는 ‘한반도 비핵화’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먼저 어겼다. 한반도의 비핵화 공동선언은 무효가 됐다. 이미 사문화된 것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무효화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전에는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돼 있었다. 미국과 합의만 하면 충분히 전술핵을 재배치할 수 있다. 전술핵 철수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만큼 전술핵은 당연히 재배치돼야 한다. 비핵화는 장기적 목적이다. 비핵화를 위해서라도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하다.

 

 

전술핵이 군사적으로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전술핵 배치는 심리적인 효과가 크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약한 고리는 우리 국민들이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겁을 먹지 않도록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해야 한다. 전술핵은 ‘단도’에 비유할 수 있다. 전술핵은 ‘표적’을 정확히 제거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 수뇌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가 NPT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나토(NATO) 식 핵공유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NPT 위반이 아니다. 핵공유 방식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다. 미국에서는 좌파적 성향을 가진 문재인 정부와 핵을 공유할 수 없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NPT를 탈퇴하고 독자적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NPT 10조 1항은 비상사태 시 회원국이 조약을 탈퇴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는 우리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다. NPT 탈퇴는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할 때 ‘압박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선 김정은 체제가 붕괴돼야 한다. 경제 제재 등 비군사적 방식으로 김정은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본다. 특수부대를 통한 김정은 암살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기 환수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전작권 조기 ‘환수’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작권을 ‘이원화’하자는 것이다. 하나로 통일된 명령 체계가 둘로 쪼개지는 것이다. 전작권은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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