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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창조과학자의 뉴라이트 사관은 우연의 일치일까

“박성진 후보자 지명은 현 정부의 인물난 보여주는 사례” 지적

박혁진 기자 ㅣ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1(Mon) 09:30:00 |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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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의 검증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그의 역사관과 한국창조과학회 활동 이력이었다. 박 후보자는 2015년 자신이 교수로 있던 포항공대에 낸 연구논문에서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이승만 정부 당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립을 위해 독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으며,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는 “진정한 신분 계층 제도의 타파”라고 평가했다. 이는 건국절과 이승만 독재 등에 대한 뉴라이트 사관과 유사한 시각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창조과학회 이력과 관련해서는 ‘팩트’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검증이 어려운 종교적 가설’인 창조론을 주장하는 단체의 이사를 맡았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박 후보자는 역사관과 관련해서는 “잘 몰랐다”고 해명했고, 창조과학회 활동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직접 ‘종교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창조과학회 활동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청와대의 해명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모양새가 됐다. 종교계와 과학계에서는 청와대 해명 이후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무엇보다 창조과학회 및 그가 했던 발언들은 보수적 정치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 대형 교회와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관과 관련한 해명도 결국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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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회, 진화론 부정하는 연구

 

창조과학회는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창조과학운동이 1980년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출범한 단체다. 창조과학회 측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기독교 내부에서는 창조과학회를 기독교 근본주의 또는 문자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주의다. 창조과학회는 구약성서에 기록된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가 실제로 존재했다고 믿고 이를 연구하고 있다. 공룡이 살던 시대에도 인간이 존재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지질학적 증거를 찾고 있기도 하다. 창조과학회는 구약성서에 근거해 지구의 나이가 6000~8000년 정도 되는 것으로 보는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류 과학계에서는 이런 창조과학을 과학 자체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창조과학회는 하나의 극단적 주장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박 후보자의 장관 지명으로 창조과학회에 대한 논란이 일자 창조과학회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창조과학회는 성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않고, 극단적 문자주의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창조과학회 주제별 자료실을 보면 ‘압도적인 노아 홍수의 지질학적 증거들’ ‘사람과 공룡이 함께 살았다는 증거들’ ‘진화를 부정하는 살아 있는 화석들’ ‘진화론의 허구적 증거와 주장’ ‘부정되고 있는 수십 억년의 지구연대’ 등 성경 내러티브 속에서 ‘팩트’를 찾으려는 시도를 계속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자료들은 창조과학회가 결과적으로 진화론은 물론이고 우주과학, 지질 전 분야에서 과학적 결과들을 부정하는 시도라고 과학계는 판단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창조과학회 운영이사를 맡으면서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이 문제 삼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창조과학은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라며 “신에 의한 세상 창조를 믿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지만 신에 의한 세상 창조를 과학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창조과학회의 주장처럼 신에 의한 세상 창조가 과학적으로 옳은 것이라면 오히려 기존 과학은 사이비가 된다. (박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사이비 과학에 연구비를 주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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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사관인지 정말 몰랐을까

 

기독교계 일각에선 그의 창조과학회 활동과 관련해 ‘그가 몰랐다고 주장했던 뉴라이트 역사관을 과연 정말 몰랐겠느냐’는 의문이 들게끔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창조과학회가 보수적 대형 교회의 후원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창조과학회의 산파 역할을 한 인물 중 한 명은 고 김준곤 목사다. 그는 기독교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박정희 정권과 유착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김 목사는 박정희 정권 시절이던 1968년 열린 첫 공식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하려는 나라가 속히 임하길 빈다”면서 “우리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

 

창조과학회의 가장 큰 후원 교회 중 하나는 서울 서빙고동에 위치한 온누리교회다. 온누리교회를 보수적 대형 교회라고 보는 데에는 시각차가 있을 수 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지명됐다가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으로 낙마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온누리신문 편집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출석했던 소망교회나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역시 창조과학회를 후원하는 대표적 대형 교회다. 창조과학회가 2010년 《30가지 테마로 본 창조과학》이란 책을 발간했을 때 추천사를 썼던 조용목 목사가 담임으로 시무하는 경기도 안양의 은혜와 진리 교회는 지난해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대거 교인을 동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신교 인사는 “박 후보자가 창조과학회 활동을 한 것이나 뉴라이트 사관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 눈에 띌 만한 연결고리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 모두 한국 대형 교회와 연관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는 것을 보면 우연으로만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이런 점에서 청와대가 박 후보자의 창조과학회 활동을 종교의 자유 영역으로만 치부한 것은 너무 안일한 상황 판단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들이 하나같이 주식 백지 신탁을 꺼려 했다”며 “역설적으로 현 정부의 인물난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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