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규 회장, 차남 밀어주려 ‘깡통 회사’ 만들었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8 11: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말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검찰에 고소되면서 배경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고소인은 현재 “허 회장과 일진그룹의 갑질로 수천억원 가치가 있는 기술과 회사를 강탈당했다”며 “치밀한 계획 하에 회사를 빼앗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기존에 희토류 관련 사업을 하던 일진IRM이 사실상 청산되고, 생산시설과 인력, 자산 등이 일진머티리얼즈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현재 일진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이다. 허 회장은 2013년 11월 지주회사 격인 일진홀딩스 지분 전량(15.3%)을 장남인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 측에 몰아주면서 사실상 후계구도를 마무리 지었다.

 

차남인 허재명 대표의 경우 일진머티리얼즈를 통해 나머지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허 대표는 이 회사의 지분 6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한다. 이 회사로 최근 일진IRM이 보유한 희토류 관련 생산시설과 자산 등이 모두 넘어가면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일진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일진머티리얼즈는 2011년 3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오른쪽 두번째가 허진규 회장의 차남인 허재명 대표다. © 사진=연합뉴스

 

회사 경영 상황이 좋기 않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일진그룹은 2015년 9월 이사회를 통해 일진IRM의 생산기계를 생산원가 이하로 일진머티리얼즈에 넘겼다. “사실상 고철값이나 다름없었다”는 게 고소인 김씨의 주장이다.

 

당시 김씨는 “3개월간 한시적으로 모든 경비를 부담하고, 제고를 40억원 이상에 매각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안산 공장의 생산을 모두 중단하고 일진머티리얼즈의 익산 공장으로 모든 설비를 옮겼다”고 말했다.

 

이후 일진머티리얼즈는 제품 생산을 재개했다. 김씨는 “내가 대표이사에서 해임되고, 생산설비까지 차남 회사에 넘어갔다”며 “치밀한 계산에 따라 차남에게 희토류 관련 사업을 넘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4년까지만 해도 회사 자산이 144억원이었다. 2015년 12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해도 1년 만에 자산이 10억원대 회사로 둔갑했다”며 “차남에게 승계하기 위해 일진IRM을 깡통 회사로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희토류 본드 파우더는 전기자동차나 휴대폰, PC,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의 모터에 사용되는 첨단 자석의 재료다. 최근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희토류를 얼마나 확보하는 지가 그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열쇠가 됐다.

 

일례로 중국과 일본은 지난 2012년 다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서 순식간에 희토류 가격이 치솟은 바 있다.

 

첨단 자석의 원료가 되는 희토류.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고율의 관세 부과를 비롯해 보호무역 조치에 나서면 중국이 스마트폰 등 전자 제품에 쓰이는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자동차와 반도체가 주력 수출품인 만큼 희토류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설 “남한의 쌀과 북한의 희토류를 맞교환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김씨가 최근 상황에 대해 아쉬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사업 초기만 해도 ‘대단한 기술이다. 누구한테도 보여줘서는 안된다’고 허 회장이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을 부리며 사업에서 나를 배제했다”며 “당초 약속한대로 인도에서 재료를 받아 희토류 본드 파우더를 생산했다면 수천억원대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아쉽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