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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성추행 누명’에 목숨 버린 중학교 교사

학생들 “잘못 없다” 했는데…학생인권센터 ‘강압조사’ 의혹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6(Wed) 14:30:00 | 1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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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5일 오후 2시30분쯤 전북 김제시 백구면의 한 주택에서 부안 상서중학교에 재직 중이던 송경진 교사(56)의 시신이 발견됐다. 차고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 강아무개씨(55)가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송 교사가 남긴 유서에는 “가족들과 모두에게 미안하고, 모두 내가 안고 가겠다”고 적혀 있었다.

 

송 교사는 성추행 혐의로 경찰과 전북도 학생인권센터의 조사를 받았다.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학생부장(체육교사)은 송 교사가 “여학생 7명에 대한 성추행이 의심된다”고 학교장에게 알렸다. 송 교사가 여학생들의 허벅지와 어깨를 주물렀다는 게 골자다. 학교 측은 4월19일 송 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현행법상 교사는 학생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인지할 경우 학교장에게 보고하고, 학교장은 즉시 경찰에 고발 조치하도록 돼 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이지 피해 학생들은 “선생님은 죄가 없다”며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내사종결하고 부안교육지원청에 고지했다. 4월24일 부안교육지원청은 경찰의 내사종결에도 불구하고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송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전북교원연수원으로 대기발령 조치했다. ‘성추행 혐의’가 있는 송 교사를 학생과 학부모, 학교로부터 사실상 격리 조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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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신고가 접수된 지 열흘 만인 4월29일 피해 학생들은 송 교사의 무고함을 호소하는 자필 탄원서를 교육청에 접수했다. 학생들은 탄원서에서 “선생님과 야자시간에 불거진 서운함이 이렇게 하면 빨리 해결될 줄 알았다”며 “선생님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양은 “다리 떨면 복 떨어진다고 무릎을 친 것을 주물렀다고 적었다”며 “허벅지를 만진 것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B양도 “수업에 집중하라고 어깨를 토닥인 것을 주물렀다는 표현을 했다. 죄송하다”고 적었다. 학생들은 처음 체육교사에게 신고할 때의 진술을 번복했고, 표현이 과장됐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었다. 학생과 학부모 등 25명도 전북도교육청에 송 교사의 오해를 풀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송 교사에 대한 조사는 계속됐다. 전북도 학생인권센터는 송 교사를 여러 차례 불러 성추행 혐의에 대해 추궁했다. 5월2일에는 약 3시간에 걸쳐 1차 문답 조사를 벌였다. 그 후 몇 차례 더 조사를 진행했으며, 7월18일 송 교사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정통지문을 발송했다. 센터는 송 교사의 성희롱과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인격권 침해 등이 인정된다며 신분상 제재 처분을 권고했다. 사실상 송 교사의 ‘성추행 혐의’를 유죄로 본 것이다. 이후 전북 지역 지상파 방송에 이 내용을 토대로 한 뉴스가 보도됐다.

 

결국 송 교사는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 지 약 4개월 만에 교육청 감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 측은 경찰의 내사종결과 학생의 진술 번복 내용의 탄원 후에도 조사가 강행됐다며 이것이 송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한다. 유족은 “고인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치욕과 수치심으로 괴로워했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수면상태가 불안정해 신경정신과의 안정제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했다”고 전했다.

 

송 교사가 사망한 후 유족들은 포털사이트 등에 전북도 학생인권센터의 강압적인 조사와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했다. 유족 측은 “고인은 성추행 혐의가 없고 무고로 밝혀졌는데도, 학생인권센터가 강압적이고 무리하게 조사하면서 성추행범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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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센터 “강압조사 없었다”

 

실제 학생인권센터의 결정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피해자인 학생들이 처음에 했던 진술을 번복하고 “선생님은 죄가 없다”고 탄원서까지 냈는데도, 센터가 성추행이 인정된다고 결정한 것에 의문이 생긴다.

 

학교에서 경찰에 신고하기 전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송 교사의 진술 등 소명 기회를 주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학생인권센터는 학생들이 진술을 번복했는데도 이에 대한 재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 더욱 의아하게 했다. 학생들에 대한 면담이나 조사를 통해 진술 번복 이유를 조사해야 하는데도 그런 절차를 생략했던 것이다.

 

즉 문제를 제기한 피해 당사자가 “사실이 아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입장을 듣지 않은 것이다. 경찰의 내사종결과 학생들의 탄원서가 접수된 후 송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와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진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당사자인 학생들과 송 교사가 서로 “죄가 없다”는 주장을 했는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계가 이뤄진 셈이다.

 

이에 대해 인권센터 측은 “학생들의 탄원서는 참고했지만, 재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송 교사에 대한 조사 내용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유족 측의 강압조사 주장에 대해서는 “교육부 감사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조사 상황이 담긴 녹취파일 등을 제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녹취파일’에는 송 교사가 성희롱을 인정한 내용이 있다고도 했다. 인권센터는 또 유족 측의 주장처럼 조사 과정에서 강요나 협박은 없었고 밝혔다. 고인이 성추행은 부인했지만 단순한 사실관계는 인정해 학생 탄원서 등을 감안, 부적절한 접촉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유족들과 인권센터 측의 입장이 팽팽히 갈린다. 유족은 “인권센터의 강압조사”를 주장하고 있고, 센터 측은 “강압조사는 없었고, 송 교사가 (단순 사실관계) 혐의를 인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사자인 송 교사는 이미 숨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어떠한 얘기도 할 수가 없다. 송 교사가 억울하게 성추행 누명을 쓴 것인지 아니면 실제 성추행을 했는지는 근거와 증거로 가려내야 한다.

 

유족 측은 송 교사가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학생들의 탄원서와 학생들이 송 교사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한 학생이 보낸 문자에는 처음 성추행당했다고 체육교사에게 진술한 배경이 적혀 있다.

 

“저희들 모두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체육쌤이 교무실로 2학년 여학생을 데리고 가서 모두 적으라 하셔서,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도, 다리 떨면 복 떨어진다고 하신 것도 모두 만졌다고 적었어요. 적으면 자습시간에 잘못해서 화나신 거 모두 풀어 주실 거라 생각했어요. 저희를 위해 항상 신경써주시고 잘 해주시는 선생님이었는데 정말 속상합니다. 수학선생님, 교육감님께 탄원서도 썼어요. 힘내세요. 그리고 빨리 학교에 돌아오세요. 선생님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오네요. 선생님 카톡하고 나면 잠이 올 것 같아 늦은 시간에 보냅니다.” 이 문자의 내용도 학생들이 쓴 탄원서의 내용과 같다.

 

송 교사의 부인 강씨는 8월23일 전북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센터는 학생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탄원서는 학생들이 자필로 작성했고, 이는 곧 피해자의 진술인데 참고만 했다는 것은 학생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강씨는 “남편은 인권센터 조사 당시 ‘(조사관이) 내 말을 하나도 안 들어준다. 학생들이 처음에 진술한 내용을 계속 들이대며 인정하라고만 한다’고 했다. 우리는 강압조사가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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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끝까지 억울함 밝히겠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송 교사는 처음부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고,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들도 “선생님은 잘못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학생인권센터 측은 송 교사가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 녹취록이 있다며 이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것이 ‘성추행’을 인정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 사실관계’를 인정했다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한 진위를 밝히기 위해서는 경찰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송 교사 유족은 경찰에 전북도교육청과 학생인권센터에 대한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인권센터가 규정을 준수한 가운데 조사를 했는지, 송 교사가 어떤 혐의를 인정했는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유족 측은 또 학생들을 이용해 송 교사를 무고한 의혹이 있는 상서중학교 학생부장에 대한 고발장도 같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학생부장이 모든 상황을 만들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무릎을 친 것’과 ‘어깨를 토닥인 것’을 ‘주물렀다’고 과장되게 표현한 것도 학생부장이 요구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서를 썼다고 보고 있다. 송 교사의 부인은 “이와 관련한 탄원서와 녹취록도 확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학생들의 진술서가 처음부터 강요된 것이었고, 이로 인해 송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교육단체들도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은 8월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억지로 짜 맞춘 덫으로 교육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전북도교육청과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를 교육부에 요청했다.

 

고 송경진 교사는 끝까지 억울함을 주장했다. 교육 당국과 사법 당국은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끝까지 밝혀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故 송경진 교사의 마지막 하루

 

전북 부안군 상서면에 있는 상서중학교는 남녀공학으로 전교생 수가 19명인 작은 시골학교다. 고 송경진 교사는 30년 교직생활 중 이곳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었다. 송 교사는 평소 학생들을 끔찍하게 아꼈다고 한다. 특히 가정이 불우한 아이들은 자식처럼 챙겼다.

 

송 교사가 숨진 후 장례식장에는 졸업생 포함, 200여 명의 학생들이 문상을 다녀갔다. 송 교사의 부인에 따르면, 지금도 제자들이 전화나 문자를 보내 “우리 선생님 같은 좋으신 분이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믿을 수 없다”는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이런 송 교사였기에 ‘성추행 오명’은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부인에 따르면, 송 교사는  모욕감과 치욕감을 견딜 수 없어 했다. 그는 결국 ‘성추행 오명’을 쓰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송 교사는 죽음을 앞두고 어머니와 마지막 식사를 하고 학교로 가서 짐을 정리했다. 그리고 책상에서 가족에게 남기는 유서를 쓴 후 차고에서 목을 맸다. 제대로 눈도 감지 못한 상태였다. 유족들은 “고인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주겠다”며 모든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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