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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사실 ‘우아진’보다 ‘박복자’ 역이 더 욕심났어요”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로 제2 전성기 맞은 김희선

이예지 우먼센스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7(Thu) 17:30:00 | 1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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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선은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의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자진해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시청률 9%를 넘긴 자축의 의미였고, 사랑을 준 시청자들에 대한 간접적 인사였다. 분위기는 밝았다. 김희선의 주도 아래 왁자지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행동 하나에, 말 한마디에 그녀 특유의 성격이 묻어났다. 어디 하나 막힌 구석 없이 시원시원했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도 에둘러 말하는 법 없이 화끈하게 대답했고, ‘19금’ 발언 후에는 자기가 더 크게 웃었다. 이런 게 바로 김희선표 품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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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앵그리맘》 《품위있는 그녀》 그리고 JTBC 예능 프로그램 《섬총사》까지 그야말로 대박 행진이다. 김희선이 하면 안 되는 게 없다. 

 

“다들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데, 이번 작품은 속 끓였던 시간이 있었어요. 촬영을 다 마치고도 방영 일정이 잡히지 않아서 걱정했고, 우여곡절 끝에 방송됐는데 첫 방송 시청률이 저조했죠, 2% 정도. 제 인생에서 가장 저조한 숫자였어요. 사실 이 정도 반응이면 30~40%는 그냥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상파 세대라 그런지 지금 시청률 시스템에 적응이 안 되네요. 아무것도 아닌 그 숫자에 이렇게 마음 졸여본 것도 처음인 것 같아요.”

백미경 작가는 김희선을 염두에 두고 ‘우아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박복자’ 역할엔 라미란이 거론됐지만 결국 김선아로 낙점됐다. 김희선은 우아한 ‘우아진’보다 박복한 ‘박복자’에 더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저를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건 배우로서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사실 처음엔 여러 번 고사했어요. ‘우아진’보다 ‘박복자’가 더 탐났거든요. 평소 친분이 있던 백 작가님께 “‘우아진’ 말고 ‘박복자’ 하게 해 달라”고 엄청 졸랐죠(웃음). 이유요? 김희선이라면 딸의 교사와 바람난 남편을 보고 ‘우아진’처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에요. 세상에 이런 여자는 없으니까요. 적어도 제 주위엔 없거든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반응과 평가가 좋아 다행이에요.”

결과적으로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무엇보다 실제 김희선의 삶이 변했다. 조금 더 침착하게 됐고, 그로 인해 소소하게 찾아오는 남편과의 갈등 앞에서도 현명할 줄 알게 됐다. 김희선은 《품위있는 그녀》 출연 후 부부싸움이 확연히 줄었다며 웃었다.

 

“바람난 남편을 대하는 ‘우아진’을 연기하면서 ‘나는 별것 아닌 일로도 남편이랑 싸우는데, 앞으론 ‘우아진’처럼 침착하게 행동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어떤 게 현명한 아내일까’를 생각하다 보니까 많이 유해지더라고요. 화가 막 날 때, 그 순간을 참으면 된다는 걸 배웠죠.”

 

밖에선 ‘우아진’일지 몰라도 집에선 ‘천생 주부’

 

둘째 며느리, 강남맘, 모두가 부러워하는 미모…. 알려진 김희선에 대한 건 궁금하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김희선의 ‘리얼 라이프’는 어떨까?

 

“솔직히 제가 좀 깍쟁이에 드세 보이긴 하잖아요. 집에 일하시는 아주머니 몇 명 부릴 것 같은…. 근데 알고 보면 저 집안일도 엄청 열심히 하고, 장 보는 거 좋아하는 천생 여자, 천생 주부랍니다. 시댁 식구들한테 잘하려고 하고, 남편 뒷바라지 잘하고, 딸에게 한없이 약한 엄마거든요(웃음). 어른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에요. 아버지 없이 엄마 밑에서 혼자 자라면서 대화 상대가 늘 엄마였기 때문에 어른들과 도란도란 대화하는 게 익숙해요. 시어머니, 시아버지와도 하루 종일 수다 떨 수 있을 정도죠.”

올해로 결혼 10년 차다. 주부로서 며느리로서 엄마로서의 내공이 쌓일 만큼 쌓였을 김희선은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안과의 관계라고 말했다.

 

“결혼은 둘이서 하는 게 아니라 집안과 집안이 만나 하나의 집안을 이루는 거예요. 어르신들을 잘 공경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위는 아내의 친정 식구들과 잘 지내야 하고, 며느리는 시댁 어르신을 잘 모셔야 하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남편의 역할이에요. 시댁 식구들과 며느리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잘해야 하죠. 저희 신랑요? 제가 봐도 잘해요. 저희 어머님도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들진 않으실 거예요. 물론 잔소리도 하시죠. 그때마다 신랑이 나서서 어머님과 한편이 돼요. 저한테는 ‘이따가 엄마 편들 거니까 서운해하지 마’라고 미리 언질을 준 후라 괜찮아요. 저와 시어머니 사이가 좋은 건 모두 남편이 중간에서 역할을 잘해 줬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딸은 김희선에게 어떤 존재일까?

 

“저를 숨 쉬게 하는 유일한 존재. 딸의 사소한 거 하나하나가 감동이에요.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좋아하던 술 생각이 하나도 안 나는 거예요. 예쁜 것만 먹고 싶고, 좋은 것만 보고 싶었죠. 모유 수유하는 동안에도 술을 못 마셨는데, 거의 2년 만에 와인 한 잔을 먹고 뻗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그만큼 제 딸은 저를 ‘여자 김희선’이 아닌 ‘엄마’로 만들어줘요.”

드라마 이야기로 시작해 사적인 이야기까지 했다.

 

“나의 모든 걸 너무 말하는 것 같다”면서 물을 벌컥 들이켠다. 자세를 고쳐 앉은 김희선이 “이젠 배우 김희선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라고 제안했다. 과연 ‘김희선’스럽다. 어떤 배우를 꿈꾸느냐고 먼저 물었다. “저만의 색깔은 있지만, 한 이미지에만 고정되어 있지 않은, 시도하는 여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변화를 주려고 하는데, 그런 제 모습을 대중이 좋아해 줄지 걱정이에요. 다음 주에 《섬총사》 촬영 때문에 섬에 들어가는데, 대본과 시나리오를 왕창 들고 가려고 해요. 집에선 살림하느라 챙겨 보지 못했던 작품을 꼼꼼히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거든요. 어떤 작품으로 또 시청자를 만나게 될지 저도 너무 궁금해요.”


 

극중 남편 정상훈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

 

‘배우 김희선’을 둘러싼 수식어는 꽤나 많다. ‘마당발’ ‘주당’ 등등. ‘배우’와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수식어도 자기만의 색깔로 체화(體化)시키는 것 또한 김희선의 능력이고 아우라다. 이번엔 동료 배우들과의 친분에 대해 물었다.

 

“사실 배우 활동을 하다 보면, 또 이 나이가 되면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동료 배우나 스태프, 소속사 식구들이 지인의 전부죠. 그렇다 보니 작품을 통해 만나는 동료 배우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가 또 술을 좋아하잖아요. 예전엔 그냥 술이 좋아서 부어라 마셔라 했다면, 지금은 누구랑 마시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과는 맥주 두 잔만 마셔도 기분 좋게 취하는데, 어렵고 어색한 사람과 마시면 마치 CCTV로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죠(웃음).”

대화는 자연스럽게 《품위있는 그녀》에서 함께 연기한 김선아와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았어요. 워낙 부딪히는 장면이 많아 친해질 기회가 없었죠. (김)선아 언니와 연기하는 방식도 달랐어요. 예를 들어 감정 신을 앞두고 며칠 동안 철저히 준비하는 언니와 달리 저는 현장 분위기에 따라 연기가 달라지는 벼락치기 스타일이거든요. 유난히 감정 신이 많고, 기복이 심했던 ‘박복자’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던 언니가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분명한 건 우리 팀 분위기가 완전 좋았다는 거예요. 일단 정상훈씨가 있잖아요. 워낙 성격이 좋아 팀 분위기를 주도해 줬죠. 사실 이번 작품에 정상훈씨를 추천한 게 저였어요. 일면식도 없었는데, 대본을 보고 ‘안재석’ 캐릭터에 딱 맞는 사람으로 ‘칭다오’ 정상훈씨가 떠오르는 거예요. 드라마가 잘됐으니 망정이지, 잘 안 됐으면 그 욕을 다 어떻게 들었겠어요(웃음). 오늘도 정상훈씨가 주최하는 번개 회식이 있어요. 김용건 선생님, 유서진씨, 정다혜씨 등이 함께하는 자리인데 벌써부터 신나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배우 유서진과 정다혜가 자리를 찾았다. 근처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회식 장소로 이동하는 길에 들렀다고 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예쁜데 털털하기까지 하니까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여배우가 너무 솔직한 것 아니냐’는 핀잔에 그녀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배우로서, 또 사람으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저의 가장 큰 무기가 솔직한 거라고 생각해요. 숨기는 성격도 못 되고, 숨긴다고 숨겨도 언젠가는 꼭 들통나고 말더라고요. 그래서 늘 시원시원하게, 솔직하게 말했던 것 같아요. 물론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말을 조심해야 하기도 하죠. 근데 제가 워낙 꽁해 있는 성격이 아니라 서운한 게 있어도 바로바로 이야기하고 풀어버려요. 쌓아놨다가 나중에 이야기하면 쪼잔한 사람이 되잖아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제 관리 노하우 중 하나랍니다.”

김희선이 우리나라 최고 미녀 배우라 꼽히는 몇 가지 이유. 자신감, 배려심, 재치, 성격…. 그녀의 예쁜 얼굴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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