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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홍석천 “용산구청장 출마…시간 두고 차근차근 준비”

[인터뷰] 방송인 홍석천 “지난 대선 때 도마 오른 ‘동성애’, 상처 받았지만 희망도 가졌다”

손구민 인턴기자 ㅣ koominsohn@gmail.com | 승인 2017.09.02(Sat)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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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충남 청양에서 무작정 상경한 한 청년이 있었다. 19살의 배우지망생, 홍석천이었다. 그가 서울 지도를 펼친 뒤, 콕 찍어 터를 잡은 곳이 용산구 이태원이었다. 서울 한가운데 살면 돌아다니기 편할 것이라는 단순한 이유였다. 그렇게 시작한 ‘이태원살이’가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겼다. 그러는 동안 홍석천과 이태원은 함께 성장했다. 상경 당시 수중에 단돈 7만원이 전부였던 그는 이제 이태원에서 10여개의 가게를 운영하는 ‘큰손’이 됐다.

 

시사저널이 8월31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곳도 그가 운영하는 가게 중 하나였다.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에 위치한 레스토랑 ‘마이스카이’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방송에서 봐왔던 그의 모습은 하이톤의 음성에 예능감 넘치는 다소 가벼운 모습이었다. 직접 만난 홍씨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외려 점잖고 차분한 인상이었다. 뜨거운 차 한 잔을 앞에 둔 채, 그는 우리가 방송에서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꺼냈다. 그의 음성은 나지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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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 온 계기가 지도상에서 서울의 한가운데였기 때문이라고.

 

19세에 돈 몇 만원만 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이곳저곳 열심히 돌아다니려면 도시의 가운데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 중반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 나오면서부터 얼굴이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이태원엔 대부분 외국인이 살고 있어 날 알아보지는 못했다. 그때부터 계속 이곳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태원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태원 말고도 연남동이나 성수동처럼 젊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서 그렇다. 하지만 이유를 이태원 안에서 찾자면 주차 문제다. 이태원, 경리단길 일대 시세가 오르면서 대학생들이 오기엔 가격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비싼 만큼 차를 갖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주차가 안 되니 그런 사람들마저 안 오는 것이다. 구청에서 좀만 더 신경써주면 여기 상인들에겐 큰 힘이 될텐데. 이 문제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이런 얘기들을 듣고있자니 자연스레 ‘구청장 출마설’이 떠오르게 된다. 지금도 유효한가.

 

그렇다. 용산구청장이 돼서 내 아이디어들을 갖고 내가 사랑하는 동네를 위해 일해보고 싶다. 내 인생의 과업은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도 이렇게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성애자인 내가 선출직에 출마하는 것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주변사람들이 나한테 출마하라며 더 난리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에 나갈지는 모르겠다. 시간을 좀 더 두고 생각해보고 있다. 

 

 

“구청장 출마하면 무소속으로”

 

어떤 이유로 출마를 미룰 수도 있다는 것인가.

 

일단 내 앞에 당장 놓인 숙제들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내 개인적 사명감보다는 내 가족, 내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이 더 크다. 그런 부분들이 정리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볼 것이다. 정계에서 날 자주 찾아오긴 하는데, 그때마다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씀드린다. 정치인들 하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말하게 되더라.(웃음) 사람이 작은 권력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유혹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차분히 준비하고 싶다. 

 

 

공천을 받고 출마할 것인가.

 

나가면 무소속을 생각하고 있다. 내가 정당원으로서 출마한다면 그 동안 구청장이 되기 위해 힘써온 사람들의 기회 자체를 빼앗는 것 아닌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그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방송인’ ‘사업가’ 등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많다. 그중 가장 큰 수식어는 ‘대한민국 대표 동성애자’가 아닐까. 동성애 질문이 식상하지 않나. 자신의 성 정체성이 예능의 요소로 사용될 때면 불쾌하지 않은가.

 

동성애 이슈를 말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방송 중에 불편할 때도 자주 있다. 같이 방송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니까 웃고 넘어간다. 미디어가 나를 동성애자로만 비추는 것은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내가 사업가, 요리사, 여행가 등으로 꾸준히 변모하려는 이유다. 내가 노력하면 방송환경의 차별적 분위기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노력해서 다음의 누군가가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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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에 동성애결혼합법화 포함한다는 움직임 자체 놀라워”

 

커밍아웃한 지 17년. 그 사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지지 않았나.

 

그 움직임에 내가 일조했다면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 내 나이(46세)에 커밍아웃을 하라고 했으면, 글쎄. 안했을 것 같다. 지난 17년 동안 너무 힘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달려왔다. 지금은 좀 지치기도 했다. 그래도 다른 성소수자들이 날 찾아와 고맙다고 할 때면 다시 힘을 내게 된다. 

 

 

사회적으로 성소수자 이슈가 공론화 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지난 대선 TV토론 때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동성애 공방이 논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발언은 우리(동성애자들)에겐 직격탄이었다. 실제로 당시 문재인을 지지했던 많은 동성애자들이 투표 직전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통령 선거에 ‘동성애’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 자체다. 동성애가 사회적 의제로 제시됐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상처도 받았지만, 우리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에 희망을 갖기도 했다. 

 

 

개헌에 동성애결혼 합법화 내용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우리사회가 받아들이기엔 이른 감이 있지 않나.

 

내년 개헌에 그 내용이 포함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른 감이 있다고 하고 싶진 않다. 최근 칠레에선 동성애 결혼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라고 왜 못하겠는가. 이번 개헌을 계기로 우리사회가 진지하게 동성애에 대해 얘기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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