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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시론] 4차 산업혁명과 시놉티콘

이현우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정치경영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3(Sun) 18:00:00 |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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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쓰는 은어(隱語)들의 뜻을 듣고서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거나 아름다운 우리말을 파괴한다고 혀를 찬다면 분명히 나이 든 세대다. 억지로 유행어를 배울 필요는 없지만 현대인으로 남기 위해 몇 가지 용어들을 인터넷의 힘을 빌려 챙겨보게 된다. 최근 일상대화 속에 등장하는 시사용어가 ‘빅데이터’와 ‘4차 산업혁명’이다. 작년부터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정부에서도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호들갑이다. 어떠한 대비가 필요한 것일까.

 

빅데이터란 용어 그대로 크기가 큰 데이터라는 외형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용적 차별성이다. 기존에 데이터란 의도에 따라 축적된 정보가 주류였다. 반면에 빅데이터는 특정 목적에 의해 관리되지 않은 정보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카드로 계산을 하면 새로운 정보가 생겨난다. 그런데 슈퍼마켓은 어떤 물건을 판매했는지 알지만 상품구매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 한편 카드회사는 슈퍼마켓에서 물건 값이 지불된 것은 알지만 무슨 물건을 구매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슈퍼마켓과 카드회사의 정보가 결합하면 어떤 특성의 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상업적 가치가 큰 정보를 생성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어떤 물건을 구입했는지 직접 묻지 않아도 오히려 더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정보가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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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인간과 사물의 연결성이 높아지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기술을 이용해 지능화된 사회로 변화해 가는 것이다. 정보의 통합성과 활용성이 높아지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자율자동차 시대가 오면 각 자동차는 운전정보를 개별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자동차들이 운전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정보의 개방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적 발전 과정에서 개인의 정보가 상업적으로 유용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정보기술의 발전은 이미 국가의 국민 개인 정보관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말정산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매우 간소화됐다. 카드 사용내역이나 병원비, 보험료 등의 서류를 개인적으로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이제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클릭 몇 번으로 일 년간 지출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득신고가 편해져서 좋기는 하지만 국세청이 나의 소비정보를 모두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국가에 의한 개인정보 관리는 더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경제적 여파만 따질 것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정치적으로 개인정보 습득과 관리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래 민주주의는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끊임없는 감시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서 정기적 선거가 필수인 것이다. 광범위한 정보수집 및 관리를 특성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권력이 은밀하게 개인을 감시하는 파놉티콘(panopticon) 체제에 기여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시민들의 소통 활성화를 통해 시놉티콘(synopticon) 즉, 시민 다수가 소수의 권력자를 감시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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