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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정신 ‘王실장’, 트럼프도 바꿀 수 있을까

존 켈리 백악관 신임 비서실장 임명 후 달라진 백악관 분위기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31(Thu) 08:00:00 |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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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를 거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보하면, 그날이 당신들이 잘리는(fire) 날이다.”

 

지난 7월3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 새로운 비서실장으로 입성한 존 켈리 전 국토안보부 장관(67)이 웨스트윙(백악관 참모 집무동)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서슬 퍼런 모습으로 발언했다고 알려진 내용이다. 켈리 비서실장의 이러한 ‘군기 잡기’는 빈말이 아니었다. 그의 취임과 동시에 ‘미니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막말을 과시하던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이 바로 경질됐다.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은 전임 레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밀어내면서 백악관을 장악했던 것처럼 보였지만 ‘10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8월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진짜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사임했다. 불과 3주도 지나지 않은 시간에 켈리 비서실장이 백악관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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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오합지졸’ 군기 잡는 존 켈리

 

실제로 켈리 비서실장이 입성하기 전까지 백악관은 완전히 ‘오합지졸’이었다. 직원들마다 한곳에 모여 웅성거리는 것은 고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내용이나 국가기밀들도 줄줄 새나갔다. 미 언론들이 백악관을 ‘동물원’이라고 비꼬며 보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켈리 비서실장의 등장으로 백악관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백악관의 주인인 트럼프 대통령이 달라질 수 있겠냐는 점이다. ‘막말의 대명사’라는 별칭이 말해 주듯 실제로 백악관 혼돈의 원인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켈리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도 바꿀 만큼 진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해병대 장군 출신인 켈리 비서실장의 경력이나 이력을 봤을 때 백악관 직원들을 다루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세이던 1970년 해병대에 입대해 47년을 군대에서 보낸 그는 지난해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발탁돼 전역하기까지 미군 남부 총사령관을 지냈다. 조직의 기강을 중요시하는 전형적인 군부 관료 출신이다. 이러한 그가 국토안보부 장관에 있을 때, 미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 “당신들이 법을 다시 고치든지, 아니면 입을 닥치라(shut up)”라고 소리친 일화는 유명하다. 어느 누구한테도 지지 않겠다는 군인 정신이 아직도 몸에 그대로 배어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호사가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다시 별들이 장악했다고 표현한다. 켈리 비서실장과 함께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강골의 군 장성 출신이다. 국방을 총괄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트럼프의 정책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군 장성 출신들은 확고한 개입주의를 표방하는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로 통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국제분쟁에는 가급적 개입하지 않겠다는 ‘고립주의’ 노선을 펴왔다. 이러한 노선에 핵심적인 이념을 제공한 사람은 경질된 스티브 배넌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8월21일,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발표하면서 “우리 군대는 이기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다시 적극적인 ‘개입주의’로 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내가 원래 원하는 것은 철수고, 경험적으로 나는 그런 본능을 따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신이 백악관 사무실 책상 뒤에 앉으면 평생토록 들었던 것과는 매우 다른 결정을 하게 된다. 나는 모든 이들로부터 매우 상세하게 아프간에 대해 공부했다”면서 자신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의 정책을 바꾸는 데 군 장성 3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켈리 비서실장을 포함한 이들 3명이 과연 트럼프 대통령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존재한다. 트럼프가 특히, 지지자들 앞에서 하는 연설에서 워낙 ‘막말’을 많이 사용해 이미 대다수 언론과 심지어 공화당 인사들도 적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8월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지지자 연설을 하기에 앞서, 노련한 켈리 비서실장은 “제발 구체적인 사람 이름은 거명하지 말아 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고했다. 일부러 적을 만들어 파문을 일으키지 말라는 충고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러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이날 “구체적인 이름은 거명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하고 싶은 ‘막말’은 거의 다 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바꾸는 일이 어려운 것이다. 일각에선 “백악관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티브 배넌이 물러났지만, 결코 완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직접 운영했던 극우 매체인 ‘브레이트바트’로 돌아온 배넌이 외곽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반대파들과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브레이트바트가 배넌이 돌아오자마자 아프가니스탄 개입을 강조한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때리기에 나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트럼프 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

 

또 상명하복의 군대 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켈리 비서실장을 포함한 이들 3명의 장성 출신 관료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하는 ‘바른말’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도 의문이다. 대통령과 의견이 다르고 진실을 말해야 할 중요한 순간에 이들이 과연 앞장서서 트럼프 대통령과 싸울 수 있을지 회의적인 것은 사실이다. 쉽게 말해 켈리 비서실장이 백악관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군기 잡기’에는 성공했지만, 자신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트럼프의 산을 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배넌이 백악관 바깥으로 나가기는 했지만, 반(反)이민 정책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핵심적인 정책에는 아직도 배넌의 입장이 반영돼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계층에서 배넌의 낙마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고, 배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트럼프 지지층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기존 정책을 바꿀 수 없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결국, 백악관 ‘군기 잡기’로 대표되는 켈리 비서실장의 등장이 쉽게 ‘트럼프 잡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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