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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잡는 여고생’ 최혜진, 10억 계약 맺고 프로 전향

최혜진 “특별히 기억에 남는 루키 되고 싶다”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30(Wed) 15:30:00 |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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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홀(파4·298.5야드)에서 1온 시켜서 이글 했던 것이 오늘 라운드에서 제일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프로가 돼서도 공격적이고 당차게 경기하는 것이 목표여서, 프로였어도 오늘 같은 플레이를 했을 것 같다. 아무리 잘하는 상황이어도 공격적으로 하려고 한다.”

- 보그너 MBN 여자오픈

 

“최종라운드 5번홀(파4·287.6야드)의 거리가 조금 짧았다. 그래서 1온을 시도해 볼 수 있는 홀이었다. 드라이버 샷을 쳤고, 운이 좋아서 그린 라인을 타고 3m 정도 붙었다. 그린 입구까지 거리가 251.5야드 정도 나왔던 것 같다. 그래서 욕심을 냈다.”

- 초정탄산수·용평리조트 여자오픈

 

참으로 묘한 일이다. 두 경기 다 폭우가 내려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어렵사리 속행된 대회에서 모두 이겼다. 주인공은 ‘프로 잡는 여고생’ 최혜진(18·부산학산여고3)이다. 샷을 해 놓고 잘 맞았을 때 웃는 모습이 아직은 앳된 여고생이다. 귀여움이 묻어나는 외모다. 

 

하지만 막상 그린에 나서면 무서운 선수가 된다. 생글생글 웃고 있지만 승부근성이 살아 있다는 얘기다. 재미난 사실은 그가 우승한 2개 대회 모두 수중전에서 역전승으로 일궈낸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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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의 아마추어 다승 타이기록

 

최혜진의 아마추어 고별전은 그도 잊지 못할 환상적인 경기였다. 17번홀(파4)에서 승부가 갈렸다. 공동 선두를 이루며 팽팽한 접전을 벌였던 게임은 김소이(23·PNS창호)가 무너지면서 최혜진이 우승했다. 화려한 아마추어 고별식을 가진 것이다. 최혜진은 8월20일 경기도 양평 더 스타 휴 컨트리클럽(파71·6711)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합계 14언더파 199타를 쳐 박지영(21·CJ오쇼핑)을 2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그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초정탄산수·용평리조트 여자오픈에 이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시즌 2승을 올렸다. 이는 1999년 임선욱(34)의 한 시즌 2승에 이어 프로대회에서 18년 만의 아마추어 다승 타이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 기록보다 용평에서 우승한 것을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이유가 뭘까.

 

“항상 아마추어로서 프로골프 대회를 나오면서 시드전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많이 들었다. 또한 시드전이 얼마나 힘든지 익히 알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부담감과 걱정이 늘 마음속에 있었다. 그런데 우승하면서 모든 것이 해결됐다. 정말 기분이 좋다.”

8월23일 생일이 지나면서 만 18세가 됐다. 그래서 8월24일 프로로 전향했다. 물론 이전에 4년간 활동했던 국가대표를 미리 반납했다.

 

그는 부산학산여고 3학년 4반이다. US여자오픈 2위에 오른 뒤 학교를 찾은 최혜진. 교무실을 찾은 그는 깜짝 놀랐다, 친구들의 환영파티에. 경기 중에 늘 무덤덤하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기쁨의 눈물이 맺혔다. 학교수업에 조금 부실한 것이 사실이다. 중학교 2학년 시절부터 국가대표 합숙을 하느라 한 달에 한두 번밖에 학교에 가지 못했다.

 

그런데 이날 학교를 찾은 그는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학산의 동문이었다. 학교를 찾기 전에 고향인 김해에 내려가 친구네 가게에서 돼지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는 합창대회가 예정돼 있던 학산여고 대강당에서 ‘최혜진! 최혜진!’을 연호하는 전교생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최혜진이 클럽을 잡은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 마니아였던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골프를 접한 것이다. 그는 다른 친구들보다 골프에 늦게 입문했고, 대회 출전도 늦었다. 그런데도 좋은 성적을 내 소질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친구들과 어울려 평범한 학창 시절의 추억을 쌓지 못한 게 아쉽지만, 골프 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다.

 

최혜진의 지도를 맡아온 학산여고 조영석 예체능교육부 부장은 “혜진이의 기량이 알려지면서 외부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많았지만 끝까지 모교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혜진의 강점은 무엇일까.

 

167cm에 가냘픈 몸매지만 장타를 낸다. 드라이버를 285야드 이상 시원하게 날린다. 여기에 송곳처럼 날카로운 아이언 샷이 돋보인다. 특히 두둑한 배짱과 강한 멘털이 강점이다. 아마추어이기는 하지만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뒤를 보지 않는다. 앞만 보고 샷을 한다. 어느 때는 무모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대부분 성공적이다. 수비형이 아닌 공격형이다. 이 때문에 우승보다 자신이 원하는 스코어를 뽑아낼 때 엄청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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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

 

장타를 내는 비결에 대해 그는 “페어웨이가 좁고 맞춰서 쳐야 하는 홀도 드라이버로 오히려 강하게 쳐서 바로 보내려고 하는데 그런 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또 체력이 떨어지고 스피드가 줄었다는 생각이 들면 무거운 장비를 들고 휘두르는 연습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하면서 좋아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목표는 무엇일까.

 

“단기 목표는 내년 루키로 출전하니까 신인왕을 차지하고 싶고, 조금 욕심내 보자면 신인이지만 상금랭킹 1위 등 특별히 기억에 남는 루키가 되고 싶다. 그리고 박세리, 박인비 프로처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 골프를 즐기면서 오랫동안 하고 싶다. 오래 치기 위해서는 몸 관리를 잘하고 부상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어릴 때 더 운동을 열심히 해 둬야 나중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노력해야 롱런하는 골프 선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혜진에게 골프란 무엇일까. ‘세계를 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고 여행도 되는 좋은 운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마추어와 프로 세계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마추어는 ‘명예’지만 프로는 ‘돈’이다. 상금이 걸려 있으면 샷이 달라진다. 먼저 멘털이 바뀐다. 한 타 한 타에 돈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대로 샷을 못하는 것이 골프다. 최혜진은 이를 극복해야 한다. 물론 뒤를 봐줄 매니지먼트사(YG스포츠)와 든든한 메인 스폰서를 등에 업고 그린에 나서기 때문에 마음껏 기량만 발휘하면 된다. 

8월28일 롯데그룹과 연간 10억원의 스폰서 계약을 맺은 최혜진은 8월31일 강원 춘천의 제이드팰리스골프클럽에서 열리는 한화클래식에서 프로데뷔전을 갖는다. 그가 첫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낼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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