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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에서] 이재용 재판은 재벌 변화의 시금석

박영철 편집국장 ㅣ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8.30(수) 08:00:00 |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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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재 둘을 놓고 한참 고민하다 이재용으로 골랐습니다.

 

탈락한 나머지 하나는 한·중 수교 25주년입니다. 중국과의 수교 25주년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올해는 앞의 20주년, 15주년과는 몹시 달라서 그렇습니다. 한·중 관계는 계속 삐거덕거릴 듯하니 다음에 적당한 계기에 다뤄보겠습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25일 오후 3시27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징역 5년 선고 기사가 떴습니다. 꽤 국민적 관심사였던 탓에 곳곳에서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습니다. 이재용 1심 기사는 독자 여러분이 지겹게 접하셨을 테니 여기서는 중복을 피해 사견(私見) 위주로 다뤄보겠습니다. 어차피 칼럼이란 게 사견을 쓰는 것이긴 합니다만.

 

이날 재판은 여러모로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재판 이틀 전인 8월23일 재판부가 TV 생중계와 취재진의 법정 촬영을 불허했다는 뉴스가 떴지요, 이때는 사람들이 “무죄가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유죄로 할 것 같으면 생중계를 허용 안 할 까닭이 있느냐”는 게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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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고 당일은 분위기가 정반대였습니다. 선고 전 속보창에 시시각각 올라오는 선고주문을 보면 10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뇌물공여 등 다섯 가지 혐의가 모두 인정된 탓입니다. 이론상으로는 징역 5년에서 45년까지 선고가 가능한 상황이었으니 10년은 많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하한선인 5년에 맞춰놨습니다.

마침 곁에 있던 대학생 인턴기자에게 소감을 물었습니다. “5년이면 2심에서 감형 받아 집행유예 받지 않을까요?” 한국 사회를 25년가량밖에 안 산 젊은이가 나이가 배도 더 차이 나는 기성세대 뺨치게 이 사회의 속성을 잘 알고 있더군요.

 

이런 의미에서 커버스토리를 이재용 1심 선고 관련 기사로 다뤘습니다. 표지에 나오는 한자 財閥(재벌)의 閥은 ‘문벌’이란 뜻입니다. 문벌은 국어사전에 ‘대대로 내려오는 그 집안의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라고 나옵니다. 재벌은 2차대전 전에 일본에서 성행하던 시스템입니다. 일본 발음은 ‘자이바쓰’입니다. 미쓰비시(三菱), 미쓰이(三井) 등이 대표적인 재벌이었죠. 일본의 재벌은 2차대전 후 미국에 의해 강제로 해산돼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러나 2차대전 후 한국에서 맹위를 떨치게 됩니다. 오죽했으면 영어사전에 한국 발음인 재벌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chaebol’이라는 단어가 수록돼 있을까요.

 

한국에서 이재용 재판은 ‘세기의 재판’이라 할 만합니다. 재벌 변화의 시금석이기 때문입니다. 언론 종사자들은 청와대 등 권부(權府)보다 재벌을 비판하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제법 있습니다. 항간에 나도는 “정권은 5년이지만 재벌은 영원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향후 2심과 3심에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한국 최대 재벌 삼성의 후계자에게 1심에서 징역 5년이라는 실형이 선고됨으로써 한국의 재벌 시스템은 큰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저희는 가치 판단에 치우치기보단 향후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측하고 변화의 실상을 독자 여러분께 신속하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사족 한마디 붙입니다. 재벌을 자본주의와 동일시하는 분도 제법 있는데 이는 틀린 견햅니다. 예컨대, 주식회사를 원칙대로만 운영하면 굉장히 민주적인 제돕니다. 지분만큼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거니까요. 우리 사회의 문제는 주식회사를 봉건 스타일로 운영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재용 재판을 계기로 이런 생각이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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