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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최승호 PD “공범자들이 얼마나 ‘잘사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인터뷰]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 감독 최승호 PD

홍주환 인턴기자 ㅣ shotshot93@naver.com | 승인 2017.09.03(Sun) 14:00:00 |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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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해직 PD 최승호. 그는 2012년 ‘MBC 170일 파업’ 당시 해직됐다. 올해로 해직 6년 차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해고된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지난해 공개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의 대화 녹취록에 의하면 그는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증거는 없지만” 해고됐다.

 

그렇다면 ‘증거 없이’ 최 PD를 해고한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8월17일 개봉한 영화 《공범자들》 첫 장면에서 최 PD는 이렇게 말한다. “잘들 산다.” 2017년 2월, 백 본부장은 MBC 부사장이 됐다.

 

그들의 이런 ‘잘사는’ 모습을 담은 《공범자들》이 최근(8월24일 기준)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다큐영화로는 드물게 개봉 1주일 만에 이뤄낸 성과다. 《공범자들》 상영이 한창이던 8월23일, 최 PD를 서울시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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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GV(관객과의 대화를 뜻하는 용어)가 자주 열려 바쁘겠다.

 

GV가 거의 매일 있다. 돈도 없고 영화를 홍보하려면 관객과 만나면서 입소문 좀 내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웃음).

 

 

GV에서 들은 관객 반응 중 무엇이 기억에 남나.

 

‘그동안 MBC·KBS 구성원들이 권력에 순응하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며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했던 관객들이 꽤 있다. 그런 반응을 들으면 좀 울컥한다.

 

 

《공범자들》이 정권이 교체된 후 개봉한 게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애초에 《공범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고 정권이 교체될 것으로 보고 만들기 시작했다. 정권 교체 후 변화에 대한 열망이 뜨거울 때, ‘여전히 MBC·KBS는 적폐세력이 점령하고 있다’고 알리는 게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한창 촛불집회로 뜨겁던 2016년 12월부터 영화 제작에 착수했다.

 

 

탄핵이 기각됐다면 영화가 못 나왔을 수도 있겠다.

 

박 전 대통령 임기 내엔 개봉하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도 상영관이 별로 없는데, 박 전 대통령 아래선 상영관을 1개라도 잡을 수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고대영 KBS 사장,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직접 찾아 ‘공영방송 파괴’에 대해 묻는 장면이 많다.

 

공영방송을 망친 ‘공범자들’이 어떤 태도로 책임을 회피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안광한 전 사장의 경우, 내가 ‘정윤회의 아들이 MBC 드라마에 캐스팅되기 전 정윤회와 만났다는 보도가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말도 없이 계속 도망만 쳤다. 이 전 대통령은 ‘MBC가 망가졌다고? 그런 일이 있었어?’라는 식이었다. 사람들이 그들의 무책임한 모습을 보고 분노하길 바랐다.

 

 

최 PD도 분노했는지 영화에서 종종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질문하기 위해 그들을 만나기 전 항상 ‘화내지 말아야지’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영화에서 김재철 전 사장을 만났는데, 그가 ‘MBC가 권력에 지배받지 않도록 민영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때는 정말 분노를 참기 힘들더라. MBC를 망친 장본인이 그런 말을 하다니 말이다.

 

 

“김장겸 사장, MBC 사태를 이념대결로 본다”

 

백종문 부사장의 답변이 명대사 중 하나로 꼽힌다. 최 PD를 해고한 이유를 물으니 그는 ‘방송의 미래를 막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때가 (지난 5월) UHD 방송 개국행사였을 텐데, 백 부사장이 행사 시작 전 나를 봤다. 내가 자신을 취재할 것이라고 직감하지 않았겠나. 행사 중 어떤 답변을 할지 계속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낸 답변이 ‘방송의 미래를 막지 마’다.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멋진 미사여구를 짜낸 것 같은데, 관객들은 오히려 그 답변에 가장 크게 분노했다고 하더라. 

 

 

영화 개봉을 앞둔 시점에 공교롭게도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과 언론사 전·현직 간부 간 문자를 다룬 보도가 이슈였다.

 

《공범자들》이 언론이 정치권력에 장악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해당 보도는 언론이 경제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언론계엔 정·재계와 관계를 잘 유지해 본인의 커리어를 쌓으려는 인물이 적지 않다. 언론계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폐단 중 하나다. 안 전 MBC 사장에게 장 전 사장의 인사 청탁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도 MBC 기자 출신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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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 ‘김장겸 MBC 사장은 절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보는 이유가 있나.

 

김 사장은 현 MBC 사태를 이념대결로 보고 있다. 그는 입사 때부터 우파적인 이념성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자신이 좌파 노조와 정권에 의해 탄압받는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 아마 버틸 수 있는 한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위원회(방문진) 이사장 임기도 1년 정도 남았다.

 

이미 MBC 구성원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의 파업도 에견된 상황이다.(MBC노조의 파업은 8월 29일 전체 조합원 중 93.2%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MBC노조는 9월4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고 이사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만 기다릴 순 없다. 그가 자진 사퇴하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등 당국이 MBC의 편파보도, 부당노동행위와 이를 방조한 방문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줘야 한다.

 

 

그동안 뽑힌 MBC 내 대체인력, 경영진과 가까운 제3노조와의 관계도 좋진 않은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김 사장의 퇴진이 먼저다. 그가 물러나야 이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 다만 현재도 제작거부·파업에 동참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대체인력 기자·PD 등이 꽤 있다.

 

 

대법원에서 해고무효소송이 2년째 계류 중이다. 복직될 것으로 보나.

 

당연하다. 이미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빨리 나올 것 같진 않다. 대법원장 임명 문제도 있어 최소 몇 개월은 더 걸릴 듯하다.

 

 

MBC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업무방해 소송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손해배상은 MBC 경영진이, 업무방해는 검찰이 제기했다. 1·2심 모두 노조가 승소했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공정방송’ 사수 목적의 파업을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했다. 대법원에서도 승소한다면 매우 중요한 판례로 남으리라고 생각한다. 권력이 다시 언론을 통제하려 든다면 대대적인 파업을 감당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복직이 된다면 어떤 일을 가장 먼저 하고 싶나.

 

MBC 재건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다시 《PD수첩》을 맡아도 좋다. 후배들이 MBC에 다닌다는 것을 다시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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