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대형교회 때문에 과세 미뤄선 안 된다!”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2 09:09
  • 호수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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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유예’ 발의했다 역풍 맞는 여야 의원 25명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2년간 유예하자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것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모두 28명. 이 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와 백혜련 대변인, 전재수 의원은 논란이 거세지자 8월10일 소득세법 일부개정안 공동발의를 철회했다.

 

종교인 과세 법안은 2015년 12월2일 제337회 본회의에서 정부안 대안으로 국회를 통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의원 267명 중 찬성 190명, 반대 21명, 기권 56명을 기록했다. 통과된 법안에 따라 정부에서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고 있던 가운데, 여당 의원이자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표 의원이 유예 법안을 대표발의하자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종교인 과세의 경우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정책이어서 이번만큼 여야 가릴 것 없이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종교인 과세란 표현은 반(半)만 맞는 표현이다. 정확한 표현은 ‘종교인 소득세 신고’다. 벌어들이는 소득을 정확하게 국가에 신고함으로써 수입이 많은 종교인은 세금을 내고, 수입이 적은 종교인은 국가의 각종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이 골자다. 이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국민들이 동일하게 지고 있는 의무이면서 권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권이 종교계 반발을 이유로 몇 십 년째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종교인들이 소득세를 신고한다고 해도 국가가 거둬들이는 세원 자체는 크지 않다. 과세 실효성을 주장하는 종교인들의 주장이 이 부분에 있어서는 맞다. 하지만 오히려 절대 다수의 종교인들은 국가가 도와줘야 할 처지에 있다.

 

경기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8월16일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종교계 과세 유예 법안을 발의했다”며 규탄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일부 보수 대형교회, 종교인 소득세 신고 반대

 

사실 종교인 과세 유예는 보수 대형교회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소득세 신고를 하게 될 경우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입이 많은 종교인들이다. 이런 종교인들은 전체 종교인 중 아주 적은 숫자에 불과하다. 대부분 대형교회 목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천주교는 오래전부터 소득신고에 찬성해 왔고, 불교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따라서 종교인 소득세 신고를 반대하는 세력도 전체 기독교가 아닌 일부 보수적 대형교회라고 표현해야 사실에 가깝다. 과세 실효성을 이유로 종교인 소득신고를 반대하는 종교인들 대부분은 세금을 내야 하는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수 대형교회들은 주로 보수정권의 정치적 기반이란 점에서 여당 의원들이 이번 법안 발의에 참여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물론 발의안에 최종적으로 이름을 올린 25명 의원 중 15명은 자유한국당 소속이며, 바른정당 의원도 1명 있다. 하지만 의원들 개개인의 면면을 뜯어보면 정치적 입장과는 상관없이 주로 교회에 출석하는 인사들이 법안 발의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이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17일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열린 ‘새 정부 국정운영 정책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내년 지방선거 의식해 발의한 측면도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진표 의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형교회이자 보수 기독교계의 주요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다.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는 김장환 목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려울 때마다 찾았던 보수 기독교계 대표적 원로다. 이 교회의 장로인 그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을 때부터 이미 교계 내부에서는 김 의원이 종교인 과세에 미온적 반응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우려가 현실로 바뀌면서 김 의원은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았다. 의원 사무실에는 비난 전화가 빗발쳤고, 그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서는 “차라리 다른 당으로 가라”는 식의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법안을 발의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의 경우 서울 강남 지역 대형교회인 사랑의교회에 오래 출석하다 얼마 전 다른 교회로 옮겼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6월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기독교 지도자 기도회까지 참석할 정도로 교회 관련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25명의 의원들 중 자신의 프로필에 종교를 ‘기독교’로 소개하는 의원이 19명이었다.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과세를 할 만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고, 과세를 한다 하더라도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미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미 기독교 일부에서는 자발적으로 목사들이 소득세를 신고하고 있고, 신고 방법들을 친절하게 공유까지 하고 있다.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 주장인 셈이다.

 

과세 실효가 떨어진다는 것도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소득세 신고 운동을 펼쳐왔던 한 목사는 시사저널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납세 의무를 종교인이란 이유로 피해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독교계 내부에서는 종교인 소득신고를 반대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최근에 한 교단은 목사의 겸직을 금지하는 교단법을 통과시켰다. 이런 이유로 평일에 다른 직업을 갖는 종교인들이 목사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게끔 한 법이다. 소득세 신고를 가로막아 국가의 지원도 받지 못하게 하면서, ‘알바’도 하지 못하게끔 하는 일부 목사들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목사만이 ‘성직’이란 잘못된 사고방식이 불러온 비극이다. 종교인 과세 유예를 찬성하는 야당의 한 의원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과세 문제에 소신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자신들이 출석하는 교회가 지역사회 여론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결과적으로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등을 의식한 측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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