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동산,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8 15:37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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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정부는 주택금융 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화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두 가지 의문이 있다. 우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도 되는가. 다음으로 집값은 안정될 것인가. 더 솔직하게 떨어질 것인가.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장 개입이 확대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4% 인상하기로 했다. 법정 최고 금리를 현재 27.9%에서 2018년부터 24%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을 가구당 1건으로 한정하고, 투기과열지구에 대해서는 집값 대비 대출금(LTV·주택담보대출비율)이나 연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DTI·총부채상환비율)을 40%로 대폭 낮춘 것이 핵심이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 한국에 환생한 것 같다. 그는 노동, 토지, 화폐는 시장에 판매되기 위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자기 조정적 기능에 맡길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주장한 것처럼 인간의 노동은 생명과 관련되고, 토지는 자연의 다른 이름이며, 화폐는 국가금융의 메커니즘에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 개입에 타당한 측면이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집값은 과연 떨어질까. 우선 집값 그 자체의 순환이 가장 중요하다. 주택 가격은 한번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 상당 기간 오르고,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 또 꽤 오랫동안 떨어지는 관성이 있다. 또한 주택은 공급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 수요가 증가하면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거품이 이는 경우도 있다.

 

집값의 자체 순환 외에 주택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주가, 가계대출금리, 물가, 경기 등이 있다. 주가가 상승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부(Wealth)가 늘어난다. 금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가계는 돈을 빌려 집을 사려 한다. 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부동산 수요가 늘어난다. 경기가 좋아야 고용이 늘고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집값을 결정하는 이러한 요인을 고려하면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는 시점이다. 올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가고 있지만, 우리 가계 자산 중 주식 비중이 낮아졌기 때문에 주가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 2016년 8월에 2.9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가계대출금리가 올해 6월에는 3.41%로 높아졌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안팎으로 한국은행의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능력 이하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로 소비심리가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산업생산이 4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속했고 제조업 가동률은 71%로 경기침체 국면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부채로 성장했는데, 세계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릴 정도로 우리 수출 환경도 밝지 않다.

주택경기의 순환 국면상 상승률이 둔화되고 집값을 결정하는 거시경제 변수가 악화되는 시점에서 강력한 수요 억제책은 ‘집값 안정’ 이상으로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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