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쓰려면 ‘오바마처럼~’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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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가장 잘 이해하는 정치인...2017년 최다 ‘좋아요’ 받은 오바마의 트윗

 

250만이 300만으로 올랐고 이 기사를 쓰는 시점에는 어느새 430만이 됐다. 오바마의 트윗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의 숫자다. 미국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의 폭력 시위는 전 세계 인터넷에서 반향을 불러왔다. 이런 흐름 속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작성한 트윗 하나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들의 아기들과 눈으로 교감하는 오바마의 트윗은 430만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올해 트위터에서 가장 공감하는 메시지가 됐다, © 버락 오바마 트위터


 

다양한 인종의 아기와 전직 미 대통령의 눈맞춤

 

사진 속 창문에는 다양한 인종의 아기들이 모여 있다. 그 창문에 손을 짚은 오바마는 아기들과 눈을 맞추며 웃는다. 메시지는 이랬다. “피부색과 배경, 종교 등을 이유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은 없다.”​

 

오바마의 트윗이 등장하기 전, 2017년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트윗은 맨체스터 테러에 관해 미국 팝가수인 아리아나 그란데가 올린 메시지였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가슴이 찢어졌다. 너무 미안하다. 뭐라 할 말이 없다”​는 말에 270만명이 그란데에게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했다. 오바마는 이 팝스타의 트윗을 사뿐히 넘어섰다. 특히 샬러츠빌 사태에서 백인우월주의를 적시하지 않고 두루뭉술 책임 소재를 뭉개 비판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시점이라 더욱 그랬다. 어쨌든 하나 확실해진 점은 있다. 오바마는 여전히 SNS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정치인이라는 거다. 430만이라는 숫자가 증명했다.

 

정치인 입장에서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의 차이는 ‘거리’다. 수많은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건 비슷하다. 하지만 매스미디어와 달리 소셜미디어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거리를 가깝게 만든다. 기업과의 거리도, 대통령과의 거리도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짧아졌다. 트위터가 없던 시절을 생각해보자.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그림 자체가 그려지지 않았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는 페이스북보다 트위터를 더 자주 사용했다. 그의 트윗은 팔로우하는 지지자들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여성과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히스패닉과 흑인 등의 유색인종으로 구성된 연합군 말이다. 지지자들이 관심 갖는 주제를 트위터를 통해 내보냈고 이게 성공했는데, 메시지가 품은 컨셉은 ‘공감’이다. 그리고 ‘공감’(empathy)은 정치인 오바마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

 

현직 정치인 시절 오바마는 이랬다. 예를 들어 젊은 세대를 향해서는 “의회가 재정 대출 금리를 인상하지 않도록 나와 함께 움직여 보자”고 트위터에 호소했다. “나는 금리를 인상시키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하는 게 아니라 “함께 움직이자”는 메시지를 선택했는데 이건 작지만 큰 차이였다. 학비를 해결하기 위해 학자금을 대출 받은 뒤 수많은 빚을 진 채 사회에 진출하는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금리의 상승이나 하락은 큰 관심사다. 오바마는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어깨 걸고 나가자고 했다.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젊은 세대들이 많이 사용하는데 그들의 문제가 아닌 얘기를 일방향으로 전달한다면? 그 정치인은 소외될 것이다. 결국 공감을 불러오려면 자신의 타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2011년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와 함께 앉아 트위터로 올라온 질문에 답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그는 다음해 재선 도전부터 트위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 사진=연합뉴스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면 효과를 얻을 지 하나의 흐름으로 수행해

 

2008년 첫 대선 때 오바마 캠프에는 IT팀이 없었다. 반면 2012년 재선에 도전할 때는 오바마 캠프 내에 IT 팀이 존재했다. 당시 IT팀은 4개 그룹으로 쪼개져 있었다. 테크팀, 디지털팀, 분석팀, 필드팀이었다. 테크팀은 말 그대로 회사 내 IT 개발 부서 같은 곳이었다. 디지털팀은 웹사이트(BarackObama.com)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유권자와 접하는 소셜미디어를 담당하는 별도 팀이었다. 분석팀은 지지자 성향 등 각종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다. 필드팀은 선거에 필요한 자원봉사자를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오바마가 트위터에 하나의 메시지를 날리려면 어떻게 했을까. 분석팀이 갖고 있는 트위터 팔로우들의 연령, 인종, 나이 등이 반영된 취향과 동향 등이 먼저 베이스로 깔린다. 디지털팀은 그걸 바탕으로 오바마의 메시지를 소셜에서 어떤 방법으로 포장해 유권자의 공감을 가져올 것인지 고민한다. 그런 절차를 거친 뒤에야 메시지는 나간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을 중요하게 취급했고 따라서 인재들을 영입했다. 당시 디지털팀의 최고 책임자인 조셉 로스파스는 2004년 온라인소셜 활동과 브랜딩을 컨설팅하는 '블루스테이트 디지털'이라는 회사의 창업자 중 한 명이었다. 

 

지디넷은 “오바마의 IT팀은 대통령이 된 뒤에도 데이터 수집을 업데이트하고 계층별 매력 포인트를 세분화하며 지지자들을 조직하는데 힘썼다”고 전했다. 특히 SNS에서 축적된 인맥 정보를 활용해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면 자신들이 노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하나의 흐름으로 수행했다. 

 

오바마가 직접 아기 사진 트윗을 올렸는지, 아니면 오바마의 보좌진이 올렸는지를 알 순 없다. 어쩌면 현직 정치인일 때처럼 치밀한 분석을 거쳐 올린 트윗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8년의 대통령 재직 기간 동안 소셜미디어를 중요하게 여겼고 다뤘다. 8년의 경험이 자연스레 묻어난 결과라고 해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치인이 트위터를 쓰려면? 오바마처럼 제대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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