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사망 후에도 북한 관광 여전히 활발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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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일부터 3주간 북한에 ‘한국어 스쿨투어’ 다녀온 한국계 네덜란드인 증언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돼 있다가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한 지 약 2개월이 지났다. 그는 올해 6월13일 혼수상태로 본국에 돌아왔고, 결국 6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미국에선 북한 여행을 통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들끓었다. 반면 유럽에선 여전히 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주체 트래블 서비스(Juche Travel Services)는 북한 여행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영국의 여행사다. 이 회사는 매년 여름 외국 학생들이 북한에서 관광을 하며 한글을 배울 수 있는 ‘한국어 여름 스쿨투어’ 프로그램을 주최해오고 있다. 

 

한국어 스쿨투어 안내 홍보사진. © 사진=주체 트래블 서비스 페이스북.

 

영국 여행사, 웜비어 사망 2주 뒤에 북한 관광 

 

한국계 네덜란드인 김영일(Young-il Kim․31)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7월2일부터 24일까지 3주 동안 북한에 머물렀다. 웜비어가 숨진 지 불과 2주 뒤에 북한을 방문한 것이다. 김씨의 아버지는 우리나라 대전 출신, 어머니는 네덜란드 출신이다. 그는 현재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시사저널은 8월10일부터 이메일을 통해 그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북한에 가보고 싶은 이유로 ‘호기심’을 꼽았다. 

 

“호기심이 북한을 찾은 가장 큰 이유였다. 또 직접 북한의 상황을 둘러보고 싶다는 욕구도 있었다.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으로서, 나는 언론을 통해 접하는 정보에 대해 비판적이다. 어떤 사안에 관해 의견을 갖기 전에 직접 관찰하고 경험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웜비어의 사망 사실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웜비어가 사망한 뒤로 미국은 북한 여행을 통제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김씨는 북한을 방문했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나뿐만 아니라 (한국어 스쿨투어에 참여한) 다른 외국인들은 북한을 방문하는 데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북한 관광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주체 트래블 서비스는 내년에도 (한국어 스쿨투어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 한다. 내가 아는 바로는 다른 여행사들 중에서도 북한 관광 프로그램을 취소한 곳은 없다. 다만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다른 여행사들이 요즘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주체 트래블 서비스의 '2017 한국어 섬머 스쿨투어'를 인솔한 영국인 벤자민 그리핀씨가 기자에게 보내온 현장 단체사진. 스쿨투어 참가자들은 북한 최고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김형직 사범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왼쪽에서 7번째 안경 낀 사람이 한국계 네덜란드인 김영일(31)씨다. © 사진=벤자민 그리핀 제공

 

북한 전문 여행사 “미국인은 여전히 관광 제한”

 

이와 관련, 중국에 본사를 둔 북한 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Young Pioneer Tours)’는 지금도 북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행사는 웜비어의 북한행을 주선한 곳이다. 

 

영 파이오니어 투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8월25일부터 4일 동안 북한에서 진행되는 맥주 축제에 참가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 외에도 ‘평양 지하철 투어(9월3~12일)’ ‘북한 건국기념일 투어(9월6~12일)’ ‘평양 자전거&DMZ 투어(9월25일~10월1일)’ 등 올해 말까지만 총 18가지의 그룹 관광 프로그램을 준비해놓고 참가자들을 받고 있다. 

 

여행사측에 지금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지 이메일로 문의했다. 그러자 “미국인인가? 미국 시민만 여행이 제한된다”는 답을 보내왔다. 바꿔 말하면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은 북한 관광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 있는 또 다른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Koryo Tours)’ 역시 현재 북한 관광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여행사측은 시사저널에 이메일을 통해 “미국 국적의 여권 소지자가 아닌 사람은 북한 방문에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8월10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9월1일부터 북한에 방문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 국적의 여권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스쿨투어 참가자들이 태권도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 사진=주체 트래블 서비스 페이스북.

 

“규칙만 지키면…북한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사람 아무도 없어”

 

국무부는 방문 제한의 배경과 관련해 “미국 시민이 북한에서 체포되거나 오랫동안 구금당할 위험이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웜비어는 평양의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쳤다는 이유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혼수상태로 미국에 돌아온 그를 두고 “구타나 고문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영일씨는 이러한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었을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한국어 스쿨투어 참가자 가운데 북한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웜비어의 사례를 언급했는데, 우리가 북한으로 떠나기 바로 전에 그의 사망 사건이 터졌다. 스쿨투어 참가자 모두 그 사건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웜비어의 어떤 행동이 문제가 됐는지에 대해서도 모두 들었다. 우리가 규칙을 잘 지키면 그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체 트래블 서비스에 따르면 한국어 스쿨투어의 참가비용은 1인당 1999유로(270만원)다. 2014년 당시 개성공단에 근무했던 북한 근로자 평균 월급(14만원)의 20배에 가까운 돈이다. 혹시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여행사를 통해 스쿨투어를 운영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김영일씨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북한에 머무르는 3주 동안 좋은 호텔(대부분 양각도 호텔)에서 숙박했다. 매일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했고, 점심과 저녁은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더군다나 매일 관광을 했고, 3시간씩 한국어 강의도 들었다. 우리 참가자들은 낸 돈에 비해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것에 일반적으로 동의했다.”

 

스쿨투어 참가자들이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 사진=주체 트래블 서비스 페이스북.



북한 근로자 월급 20배 넘는 참가비…“오히려 혜택이 더 컸다”

 

김씨에 따르면 한국어 스쿨투어에 참가한 사람은 본인과 인솔자를 포함해 총 11명이었다고 한다. 인솔자는 영국인 벤자민 그리핀(Benjamin Griffin․24)이다. 그리핀은 현재 중국 북경대 옌칭 아카데미에서 정치외교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2013년에 북한을 처음 방문한 뒤로 주체 트래블 서비스의 가이드를 자처하고 있다. 

 

그리핀은 이번 한글 투어 프로그램의 인솔을 앞둔 6월1일 BBC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북한에 처음 가보기 전까지 북한에 대한 내 지식은 유튜브에서 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의 문제에 대해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서로 간에 기본적인 이해는 필요하다. 교육 목적의 관광은 이해로 나아가는 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BBC는 “주체 트래블 서비스를 통한 북한 여행이 그리핀의 눈을 뜨게 해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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