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으로 변해 가는 두 얼굴의 교사들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7 13:39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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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 만연해진 성범죄…교육 당국 솜방망이 처벌 문제

 

지금까지 학교 안에서의 성범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오래전부터 교사들의 성범죄는 일상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전북 지역의 W중학교를 졸업한 40대 후반의 J씨(여)는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교사들이 뒤에서 여학생의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기거나 30cm 자로 교복 치마를 들추는 것은 매일 겪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J씨는 또 “당시는 그게 성추행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싫어요’ ‘안 돼요’라는 말을 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지금도 비슷한 성범죄는 학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피해 학생들이 학교 측에 피해를 호소해도 적극적인 대처보다는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무마하기 바쁘다. 때문에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교사들의 성범죄 실상이 학교 담장 밖으로 나오기는 쉽지 않다. 설사 학교 담장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돼도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거나 교원 소청 등을 통해 다시 교단에 서고 있다. 학교 안 성범죄, 정말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 일러스트 오상민


 

성추행·성희롱 등 수법도 다양

 

학교 안에서의 성범죄가 어느 정도인지는 한 고등학교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경기 여주경찰서는 여학생 7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A고교 김아무개(52)·한아무개(42) 교사를 구속했다. 피해자는 전교 여학생 210명 중 3분의 1에 달한다,

 

김 교사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여학생 31명을 성추행하고, 남학생 3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교사는 2015년 3월부터 최근까지 3학년 담임교사로 재직하면서 학교 복도 등을 지나가다가 마주치는 여학생 55명의 엉덩이 등을 만진 혐의다. 이들은 또 여학생들의 신체 일부를 쓰다듬거나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피해 여학생 중 14명은 김 교사와 한 교사 모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사의 경우 올해 3월 이 학교의 성폭력 예방·상담을 총괄하는 안전생활부장을 맡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두 교사는 끝까지 자신들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교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김 교사의 경우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학생들이 그랬다고 하니 잘못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A고교의 성범죄 교사는 두 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찰이 전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이 학교 교사 5명이 여학생들에게 “말 안 들으면 뽀뽀해 버린다” 등 성희롱성 발언과 욕설을 했다는 추가 피해 진술이 나왔다.

 

2월27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이민종 감사관이 S여중고 학생 성희롱 의혹 관련 감사 결과 및 학교 성폭력 예방·근절을 위한 긴급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성추행 피해 사실 알고도 쉬쉬

 

학교 측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A고교는 학생들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고도 쉬쉬하면서 오히려 피해를 더 키웠다는 비난을 받았다. A고교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추행이 시작된 것은 2015년 3월부터다. 2년 넘게 성추행이 이어져왔지만 학교 측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피해 여고생 중 2학년에 다니던 1명이 지난해 담임교사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무마됐다. 현행법상 교사는 학생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인지할 경우 학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 학교장은 즉시 경찰에 고발 조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A고교는 적극적인 대응보다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학교가 피해 학생들을 보호하거나 구제하기보다는 오히려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찰은 해당 교사가 사전에 동료 교사들의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학교에 보고하지 않았거나 학교가 보고를 받고도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는지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부산의 한 사립고교에서도 여학생들이 교사들로부터 집단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B고교에서 교사들의 성추행이 시작된 것은 올해 4월부터다. 50대 남자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불필요한 신체접촉과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았다. 두 달 뒤인 6월부터는 다른 남자 교사 3명도 비슷한 행동을 했다. 전체 피해 학생은 확인된 숫자만 2·3학년 21명이다.

 

이들 교사의 수법도 신체접촉 등 강제추행이나 성희롱 발언이 주를 이뤘다. 피해 학생들은 “엉덩이나 발바닥 등 신체를 만지고, ‘너는 비키니가 잘 어울리겠다’ 등 성희롱 발언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B고교도 여주의 A고교처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고교 측은 7월7일 피해 사실을 인지해서 바로 신고했고, 그 뒤에 전수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학교 측에서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늑장 대처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해당 가해 교사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자 부산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고, B고교는 뒤늦게 해당 교사들을 직위해제했다. 가해 교사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범죄 의식’이 전혀 없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신체접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친밀감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즉 학생들의 신체를 만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전북 부안의 C여고에서는 수년 동안 여학생 40여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50대 체육교사가 구속됐다. 이 교사는 수업 중에 여학생들의 신체를 접촉하거나 교무실로 따로 불러내는 수법으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학교 담장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는 ‘장난’ ‘훈육’ ‘교육’ ‘친밀감 표시’ 등을 이유로 성범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교사가 여학생을 사적인 공간으로 불러내 “좋아한다”면서 성폭행한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조기에 털어놓고 공론화시킬 수 없었던 배경에는 학교와 교사 집단의 폐쇄성이 있다. 같은 교사들끼리의 잘못은 ‘교육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축소시키고 은폐해 온 역사가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말해 봤자 나만 피해를 더 보게 될 텐데 졸업할 때만 기다리자’는 심정으로 참아왔다”며 “연이은 학교 내 교사에 의한 성범죄는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 문화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안에서의 성범죄는 그 대상이 ‘학생’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회식 자리 등을 이용해 남자 교사가 여교사를 성추행하기도 하고, 또 학부모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있었다. 교장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제주도의 한 고교 J교사(43)는 회식 자리에서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하고 학교에서 여학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J교사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년3개월 동안 같은 학교 여교사 4명을 회식 장소 등에서 만나 허벅지를 쓰다듬는 등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학교 체육관 사무실에서 여학생(17)에게 성관계 이야기 등 성희롱적 발언 등 성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C교장(58)이 회식 자리에서 학부모를 성추행했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C교장은 교사와 학부모 10여 명이 참석한 회식 자리에서 학부모 D씨(33·여)의 허벅지를 만지고 어깨를 주무르는 등 수차례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또 2차로 간 노래방과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D씨를 끌어안는 등 추행을 계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에 대해 여교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 회원들이 서울의 한 공립학교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성폭행 가해 교사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성범죄 교사 교단에서 영구 퇴출해야”

 

이처럼 학교에서 성범죄가 만연하는 원인 중 하나로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지난해 4월 서울 은평구의 한 고등학교 법인은 체육교사 조아무개씨(35)를 성희롱과 욕설 등을 이유로 직위해제하고 해임 처분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열린 교원소청심사위는 조씨에 대해 “징계 필요성은 인정되나, 신체접촉 없이 학생들과 장난치는 과정이었다”며 “직위해제는 적법하나 해임은 과하다”고 학교에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조씨는 1년 만인 지난 5월 복직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여교사를 성추행한 전력이 있는 사람을 다시 초등학교 교장으로 발령 냈다가 여론의 질타가 있자 발령을 취소하는 촌극을 벌였다.

 

충청남도의 경우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5명의 교직원이 성범죄로 인해 파면·해임 등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금도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배경에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교육 당국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5건의 교직원 성범죄에 대한 징계를 보면 초등학생을 강제 추행한 초등학교 교감만 파면됐다.

 

나머지는 성희롱 초교 교사 감봉 3개월, 강제추행 고교 교사 정직 1개월, 강간미수 초교 교사 정직 3개월 등에 그쳤다. 성범죄 전력이 있는 교사들이 계속해서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사회적 흐름과 교육 당국의 처벌 수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최근 교육부에 따르면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2012년 61건에서 2013년 53건, 2014년 44건, 2015년 97건이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성범죄로 징계처분을 받은 것은 135건이다.

 

물론 교육 당국도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러 가지 대책을 쏟아냈다. 2015년 4월에는 ‘학교 내 교원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교원 성범죄를 줄이는 데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고 했으나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제 식구 감싸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교육 당국은) 학교 안에서 교사 성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일벌백계’ 차원의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일이 드러날 때마다 학생들만을 상대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미흡하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등을 대상으로 성 평등 교육과 인권교육이 의무화되어야 한다”며 “학생 상대 성범죄 교사는 교단에서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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