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동거 이어가는 57년생 삼성물산 3인방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7 13:23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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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최치훈 사장, ‘리조트’ 김봉영 사장, ‘상사’ 김신 사장의 역학구도

 

현재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건설·무역·패션·레저시설(테마파크) 운영 등 사업 부문도 다양하다. 이 정도면 가히 웬만한 중견그룹 수준이다. 때문에 대표이사(사장)도 부문별로 역할이 구분돼 있다. 최치훈 사장은 건설부문, 김봉영 사장은 리조트부문, 김신 사장은 상사부문이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 모두 1957년생 동갑내기다. 그룹 내에서는 사업 비중만큼 세 사람의 역학구도를 흥미롭게 보는 시각이 많다. 참고로 패션부문장인 이서현 사장은 미등기임원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몇 년 사이 삼성그룹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계열사다.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다. 주력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4.25%(올 1분기 기준)나 갖고 있다. 국민연금(9.24%), 삼성생명(7.89%) 다음으로 많다. 때문에 삼성물산은 사업의 성격으로나 기업 지배구조로 볼 때 단순하게 볼 곳이 아니다.

 

지난해 말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주당 12만~13만5000원 선에서 박스권에 갇혀 있다. 주가는 실적을 기반으로 하지만 미래 가치도 분명 포함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 가치만 놓고 보면 삼성물산은 각 사업부문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박스권을 뚫고 ‘우상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당장 올 2분기 삼성물산은 매출 7조3192억원, 영업이익 255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12.8%, 영업이익은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어닝서프라이즈’라 할 만하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김봉영 리조트부문 사장, 김신 상사부문 사장(왼쪽부터) © 사진=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


 

화려한 이력 가진 최치훈 사장 선두권

 

하지만 세부 영역을 들여다보면, 주가가 답답한 박스권에 갇혀 있는 이유가 수긍이 간다. 건설부문은 매출이 확대됐지만, 물량의 상당 부문이 삼성전자 등 관계사 공사다. 무엇보다 신규 수주가 줄고 있는 것은 예사롭게 볼 사안이 아니다. 먹거리가 줄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에서 건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80%에 이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룹 공사가 아닌 민간 수주 부문에서 확실하게 증가세가 이어져야 한다. 상대적으로 상사, 패션, 리조트부문의 매출 신장이 삼성물산 실적에 영향력을 미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주식시장에서 삼성물산이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지분을 보유한 핵심계열사의 지분가치가 확대된 측면이 강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삼성물산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3명의 공동대표 속내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은 59개 계열사 에 최고경영자(CEO)만 6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2~3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삼성물산만은 예외다. 김신 사장은 2011년부터 삼성물산 상사부문 대표를 맡아왔고, 김봉영 사장은 1년 늦은 2012년부터 삼성물산을 이끌고 있다. 최치훈 사장은 이보다 늦은 2013년에 취임했지만, 이미 2010년부터 삼성SDI·삼성카드 등 다른 계열사 대표를 역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이는 건설부문 최치훈 사장이다. 현재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어 대외적으로 삼성물산을 대표하는 최 사장은 초등학교는 멕시코, 중학교는 영국, 고교와 대학은 미국에서 나왔다. 정통 삼성맨과는 거리가 먼 글로벌 경영인 출신이다. 미국 터프츠대를 졸업한 뒤,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공군 장교로 군 복무도 마쳤다.

 

최 사장은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지만 이듬해 딜로이트컨설팅으로 자리를 옮겼다. 1988년에는 한국 전투기 사업에 관심을 쏟던 제너럴일렉트릭(GE)에 입사해 18년간 근무했다. 만 38세이던 1995년 비(非)엔지니어로는 처음 GE 항공기엔진 부문 아시아 사장을 맡았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던 최 사장이 삼성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 삼성전자가 그를 고문으로 영입하면서부터다. 이듬해 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사장)을 시작으로 삼성SDI(2010년)와 삼성카드 사장(2011년)을 거쳤다.

 

최 사장은 삼성그룹 전체를 통틀어 핵심 경력을 바깥에서 쌓은 거의 유일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삼성그룹 입사 후 사장만 네 번 한 인물 역시 최 사장이 유일하다. 비결은 탁월한 업무 추진력에 있다. 그룹 내에서 그의 별명이 ‘미스터 해결사’인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장을 맡아 사업부를 턴어라운드 시킨 것이나 삼성SDI가 전지 분야에서 일본 산요를 제치고 20%대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그의 ‘해결사 기질’을 잘 보여준다. 그가 사장으로 있는 동안 삼성카드는 3~4위에 있던 시장점유율을 2위까지 끌어올렸다. 때문에 삼성 내에서도 ‘이재용 시대’ 가장 주목받는 전문경영인으로 최 사장을 0순위로 꼽는다. 성과가 부풀려져 있다는 비판 속에서도 그는 승승장구해 왔다.

 

현재 삼성은 최 사장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해 주고 있다. 최 사장은 2014년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에 취임한 이래 건설업계 CEO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최 사장의 봉급은 20억4400만원이다.

 

하지만 최 사장은 최근 부동의 원톱에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최 사장에 대해 의문 부호를 붙이는 그룹 내 시각도 있다. 그룹 내 권력 다툼에서 다소 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자신이 대표로 있는 건설부문의 부진도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것은 별다른 문제 없이 넘어가는 모양새다.

 

 

리조트·상사부문은 실적 턴어라운드 기록해

 

김봉영 리조트부문 사장은 198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삼성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담당 임원과 삼성전자 경영진단팀장, 삼성SDS 경영지원총괄 등을 역임했다. 관련 업계에서 김 사장은 이 부회장의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된 후 이부진 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호텔신라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김신 상사부문 사장은 1979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줄곧 종합상사 분야에서 일해 온 정통 ‘상사맨’이다. 그 역시 다른 삼성물산 사장들과 마찬가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 전까지는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을 비롯해 삼성물산 금융팀장을 맡아 재무통으로도 평가받는다. 무역업이 회복되면서 상사부문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긍정적인 신호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시너지 효과를 입증해야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4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밝혔지만 현재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삼성물산 내 패션부문은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사장이 사실상 독자경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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