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어디까지 폭등할까? ‘정부’를 보라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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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비트코인의 미래, 중요한 요소는 ‘정부’의 결정

 

비트코인이 또 다시 요동치고 있다. 주말에 400만원대를 돌파한 비트코인은 이 기사를 쓰고 있는 현재 1비트코인 당 48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1주일 전에 380만원대였으니 그새 100만원이 폭등했다. 멈출 기미 없이 계속되고 있는 비트코인의 급등에 ‘하루만 늦게 팔 걸~’ 생각하며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아무리 롤러코스터를 타는 비트코인이라지만, 왜 하필 지금 이렇게 급등하고 있을까. 

 

현재 1비트코인의 가격은 48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1주일 전에 380만원대였으니 그새 100만원이 폭등했다. © 사진=Pixabay

 

비트코인으로 흐르는 엄청난 자본들

 

하나, 비트코인이 직면했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2주 전인 8월1일은 비트코인의 분열이 점쳐지던 날이었지만 무탈하게 넘어갔다. 업그레이드 방식을 놓고 비트코인의 이해당사자(주로 개발자 커뮤니티와 대형 채굴업자)간 갈등이 커졌고 비트코인이 쪼개질 것인가에 관심이 모였다. 결국 쪼개져서 ‘비트코인캐시(Bitcoin Cash, BCH)’가 등장했지만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뉴욕합의(비트코인 업그레이드 방식을 위해 뉴욕에서 모여 이뤄낸 합의)를 통해 ‘세그윗2x’를 활성화하는데 성공했고 확장성과 거래 처리 능력 등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7월21일 채굴업계 측의 합의가 확인됐고, 7월23일 세그윗2x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이에 따라 7월24일 이후에는 비트코인의 분열을 피했다는 전망이 나왔고 1비트코인의 거래 가격 역시 급등하며 회복세에 접어든 것도 이 시기다. 비트코인이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나눠지는 분열을 ‘포킹(forking)’이라고 부르는데 쪼개졌으니 ‘하드포킹’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의 절대 대세는 유지했으니 ‘소프트포킹’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 

 

둘, 아마도 가상화폐로 향하는 거대한 자본 탓일 수 있다. 최근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가상화폐 개발에 조달되는 금액은 초기 단계의 벤처캐피탈이 조달한 금액을 넘어선다. ICO는 ‘가상 화폐 공개 발행’을 뜻하는데 블록체인 기반의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금을 모집하는 방법이다. 최근 수개월동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상 화폐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돈이 몰렸다. 그리고 근래 이런 흐름은 더 빨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8월10일 또 다른 가상화폐인 파일코인(Filecoin)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는 ‘프로토콜랩스’는 총액 5200만 달러 펀딩을 목표로 했던 ICO 결과를 공개했다. 그런데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가 나왔다. 다우존스는 프로토콜랩스에 모인 ICO의 규모를 2억5천만 달러로 집계했다. 이번 ICO에 참가한 투자자자들은 세쿼이아 캐피탈 등의 벤처캐피탈과 100명 정도의 개인 투자자들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의 시장 화폐를 가상 화폐로 환전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수요가 비트코인의 가격을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셋, 월스트리트가 비트코인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의 심리적 요인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나 CNBC 등 경제 매체들은 이전보다 훨씬 잦은 빈도로 비트코인의 시세를 전하고 향후 전망을 설파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의견들 중 상당수는 비트코인을 ‘투기’의 대상이라고 말하기보다 ‘좋은 성과를 올릴 재테크 수단’으로 전하고 있다. 

 

비단 월스트리트의 얘기에 개인투자자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가상통화 시장이 1200억 달러까지 치솟자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기관 투자자도 가상통화를 무시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견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자신의 고객들에게 “가상통화 투자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곳에 큰돈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이 법정 통화의 지위를 결정하는 건 정치의 영역

 

기사를 마치고 있는 이 시점에도 비트코인은 바쁘게 움직이며 48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가 궁금해진다. 비트코인의 지지자들은 가상통화가 단순히 재테크용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 화폐라고 확신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정부나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 스스로가 경제적 자율성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맥스(BitMEX)의 창업자 아서 헤이즈는 “이론적으로는 적당한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거래량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강세를 기대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대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가상통화란 말 그대로 돈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말은 달콤할 뿐 성공하기 어렵다는 부정론도 설득력 있다. 비트코인재단의 공동 설립자인 패트릭 마크도 부정적이다. 그가 가진 근거는 ‘부족한 확장성’이다. 화폐는 널리 쓰여야 힘을 가진다. ‘범용성’의 문제인데, “비트코인은 이 범용성이 낮다”고 마크는 지적했다. 가까운 미래에 가상통화로 모든 거래를 취급하는 것이 무리일 거라는 뜻이다. 

 

비트코인의 가격을 예측할 때 주목해봐야 할 부분은 오히려 경제가 아닌 정치일 수도 있다. 비트코인이 법정 통화의 지위를 손에 넣을 수 있느냐는 상승과 하락에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이런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정부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 중 하나로 인정한 뒤 비트코인 가격이 급상승한 사례가 이미 정부의 힘을 증명했다. 

 

가상화폐간 벌어질 주도권 다툼도 주목 포인트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아닌 새로운 가상화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상하이의 에너고랩스가 만든 ‘TSL’, 베이징의 클리퍼어드바이저가 내놓은 ‘클리퍼코인’ 등이 주인공인데 모두 중국산 가상화폐다.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자체 가상화폐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의 대결이 비트코인의 등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여러 정치적 결정을 눈여겨 봐야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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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일본의 캡슐 호텔.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 중 하나로 인정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급상승했다. © 사진=E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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