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의원 “안철수 출마는 ‘자기 미래’ 챙기겠다는 것”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6 14:06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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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비정상 상태” 강하게 비판한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이게 말이 되냔 말이야.”

 

8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의 얼굴엔 노기(怒氣)가 가득했다. 이때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오는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후였다. 대선에서 패배한 지 불과 100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대선후보였던 안 전 대표의 출마는 국민의당 내에 충격을 가져왔다. 이 의원 역시 실망이 커 보였다. 그는 “‘당의 미래’ 운운하며 출마한 안 전 대표의 목표는 사실 ‘자기 미래’”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있던 국민의당에서 영입한 인사다. 지난해 2월17일 국민의당에 입당했던 이 의원은 2월2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모든 기대 무너졌다”)에서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정치적 신념이나 지향하는 바는 확고한 면이 있다”고 호평했지만 대선을 거치면서 완전히 평가가 뒤집혔다. 그는 “안 전 대표의 행보는 인지부조화나 나르시시즘(자기애)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혹평했다. 이어 “(안 전 대표의 출마는) 국민 기만이자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를 예상했나.

 

얼마 전부터 그런 얘기가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 사실 내년 지방선거가 쉽지 않다. (국민의당에서) 서울시장, 경기지사, 부산시장 등에 후보로 내세울 만한 사람이 없지 않나. 내년 초에 가서 다시 안 전 대표 얘기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지역위원장 109명이 안 전 대표에게 출마를 권유했다고 하는데.

 

109명이 서명했다고 하는데, 공개하라고 하니 공개를 못하지 않나. 서명이 아니라 전화로 공유했다고 하는데 ‘전화로 누구와 공유했느냐’고 물으니 또 말을 못하고 있다. 그리고 109명이나 될 수가 없다. 원외위원장 중에 총선에서 졌지만 20% 안팎으로 득표하고, 이번 대선에서도 안 전 대표의 득표율이 20% 넘게 나온 지역이 있다. 그런 곳들은 대부분 시의원이나 구의원 등이 지역위원장을 하고 있는 경우다. 40~50군데 정도 될 것이다. 나머지는 내가 보기에는 명함 새기고 다니는 것이다. 거기에 기대서 정치 컴백하겠다는 얘기다.

 

 

“安, 박근혜보다 소통 더 어려운 스타일”

 

대선이 끝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전 대표가 나름 비장한 각오를 밝혔는데.

 

비장함이 아니다.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1년 정도 걸린다. 2013년 10월에 당시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저녁을 함께 한 적이 있다. 그때도 대선 패배 후유증을 겪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대선이 끝난 지 10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지금 안 전 대표는 아무렇지 않다. 정상이 아닌 수준이다. 

 

 

대선 당시에는 상황이 어땠나.

 

대선은 이길 수가 없는 것이었다. 보수 후보가 없기 때문에 잠시 올라갈 수 있었고, 방송사와 신문에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 덕분에 조금 떴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안 전 대표나 국민의당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번 대선은 촛불민심과 정권교체, 9년간의 사이비 보수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 

 


대선 때나 현재 안 전 대표의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졌나.

 

대선 당시엔 선대위원회나 후보 간의 교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각자 알아서 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주위에 있는 비서나 측근들에게만 의존한다. 안 전 대표 측은 대선 때부터 원내 의원들과의 교감이 없었다. 호남 의원들을 이끌어서 대선을 치른 것은 박지원 전 대표였다. 박 전 대표가 없었다면 이만큼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박 전 대표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나지 않았나. 그런데 그 빈자리에 대선 패배에 더 큰 책임이 있는 안 전 대표가 나온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대선 레이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박지원 전 대표도 교감이 없었던 건가.

 

난 없었다고 본다. 박 전 대표가 과연 대선 캠프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었을까. 난 몰랐다고 본다. 논란만 낳은 대선 광고 같은 경우에도 미리 보지 못했을 것이다. 득표율이 20%를 넘은 것이 사실 이상한 것이다.

 

 

예전엔 박근혜를 지지했고, 지난해 총선 때 국민의당으로 왔다. 당시의 안철수와 지금의 안철수가 다른가.

 

그때와 다르다. 총선 당시에는 절박함이 있었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오늘날 ‘호남당’이라는 인식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박지원·천정배·정동영을 삼고초려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들 덕분에 대선에서 이 정도 득표라도 한 것 아닌가. 지금에 와서 호남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는 평가는 모욕이다.

 

총선 이후에는 대통령에 너무 집착했다. 대통령 자체가 목적이 됐다. 오히려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소통이 더 어려운 스타일이다. 박 전 대통령은 여러 명이 있는 곳에서 식사하며 얘기라도 했지만, 안 전 대표는 기자들과의 대화도 많지 않았다. 매번 대하기 편한 주변 사람들하고만 어울렸다.

 

 

“인지부조화나 나르시시즘 있는 것”

 

이번에 출마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 이후 안 전 대표에게 기회가 생겼을 거라 보는가.

 

야3당이 지방선거에서 성공하기가 힘들다. 서울시장, 경기지사, 부산시장이 상징적인데 후보 내기가 쉽지 않다. 안 전 대표가 대체 무슨 수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나. 안 전 대표가 2015년에 새정치연합 만들었다가 나온 이유가 지방선거 후보를 하나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나 오거돈 전 장관을 만나서 부탁했는데 거절당했다. 당에 미래가 없다고 봤던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엉망이 된 여파가 지방선거까지 갈 것이다. 그건 막을 수 없다. 

 

 

안 전 대표의 출마를 개인적 욕심으로 보나. 


인지부조화나 나르시시즘이 있는 것이다. 그것 외에는 답이 없다. 충격요법 운운하는데 그게 맞는 말인가. ‘내 미래보다 당의 미래’라고 강조했는데 ‘당의 미래보다 내 미래’라고 보는 것이 맞다.

 

 

안 전 대표의 출마가 본인의 정치에 도움이 될까.

 

내가 봤을 때 끝난 사람이다. 이미 비정상적인 상태다. (안 전 대표의 출마는) 국민 모독이다.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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