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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국 ‘이력 추적’ 요구하는데, 한국 ‘美 보도자료’에만 의존

중국과 너무 다른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정책… 소 모든 부위 수입으로 ‘인간 광우병’ 노출 위험 커

노진섭 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8(Fri) 11:00:00 | 14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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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중국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허용했다. 14년 만이다. 중국은 2003년 12월 미국 워싱턴주에서 광우병(소해면상뇌증·BSE)이 발생했을 때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했었다.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어느 나라도 성사시키지 못한 까다로운 조건을 미국에 제시했고, 이를 미국이 받아들임으로써 양국의 거래가 재개됐다. 중국과 미국 언론을 통해 알려진 그 조건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 소가 태어난 곳, 길러진 곳, 도축된 곳에 대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한다.  

• 뼈를 발라낸 고기로 심장, 신장, 간, 중판위(반추동물의 세 번째 위), 힘줄이 포함된다. 

• 편도선, 회장 말단, 고기 부스러기는 포함하지 않는다.  

• 성장촉진제가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 소의 새끼가 광우병 확진 또는 의심되면 수입을 금지한다.  

이들 조건 중에 가장 큰 특징은 중국이 이력 추적이 된 소고기만 수입한다는 점이다. 소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고 도살됐는지에 대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역이 넓고 농장 규모도 커서 소의 이력 추적이 어렵다고 공공연히 말해 왔다. 실제로 2006년 3월15일 발생한 앨라배마주 광우병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인 미국은 5월2일 “해당 소의 사육 이력을 추적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광우병 발생 원인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미국이 이력 추적이 된 소만 중국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미국은 소의 이력 추적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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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 내에는 이력 추적을 하는 농장이 있다. 이런 농장은 대부분 규모가 작으며, 이력 추적이 된 소고기는 미국 내에서 고급품으로 유통된다. 중국은 미국 내에서 이력 추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우석균 부대표(의사)는 “중국은 이력 추적이 되는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을 허용했다. 일본은 2013년 생후 30개월 미만으로 수입 기준을 완화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20개월 이하 소만 수입했다. 대만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기준을 자국법에 맞춰 내장 등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소 이빨만 보고 30개월 미만 소라고 간주한 채 수입한다. 사실 소 이빨은 마모도가 다 달라서 그 자체만으로 소의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03년 중국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할 때, 우리도 수입을 중단했다. 이후 미국에서 광우병은 두 차례(2005년 텍사스, 2006년 앨라배마) 더 발생했다. 그러나 우리는 2008년 4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재개했다. 심지어 기존 ‘30개월 미만’ 조건을 대폭 완화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제외한 모든 연령의 미국산 소고기까지 허용했다. 이런 정부에 국민은 촛불시위를 벌이며 항의했다. 국민의 압박을 받은 정부는 그해 6월 미국과 협의를 통해 30개월령 이상의 소고기 수입을 보류했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라는 단서를 붙여, 당분간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단서를 떼고 우리 측에 모든 연령의 소고기 수입을 강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광우병에 이처럼 민감한 이유는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식품을 수입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람이 광우병 소의 장기를 먹으면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변종 야콥병)에 걸린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광우병에 걸린 동물의 조직은 동물 사료나 사람의 음식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권고했다.
 

 

‘인간 광우병’에 걸리면 1~2년 내에 사망

 

1986년 영국에서 소가 미친 것처럼 갑자기 침을 흘리고 비틀거리다 죽는 일이 생겼다. 죽은 소를 부검해 보니 소의 뇌에 스펀지처럼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이 병을 광우병이라고 불렀다. 소의 뇌에서 특정 단백질(프리온)을 찾았다. 프리온(prion)은 단백질(protein)과 바이러스 입자(virion)를 합성한 단어로 ‘전염력이 있는 단백질’이라는 뜻이다. 이제까지 알려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질병 감염인자다. 이후 광우병 보고가 증가했고 1992년 3만7000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9년부터 한 해 100건 정도 보고된다.

 

프리온이 사람에게 옮겨오면 ‘변종 야콥병’을 일으킨다. 흔히 인간 광우병이라고 부르는 이 질병에 걸리면 1~2년 내에 사망한다. 광우병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1996년 영국의 젊은이들이 변종 야콥병으로 죽어갔다. 변종 야콥병은 1996년 10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영국에서만 175건, 다른 나라에서 49건이 발생했다. 영국 보건부는 1996년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이 인간에게 감염될 가능성을 인정했다. 영국은 그해 3월 소고기 일시 판매 중지를 선언했고, 유럽연합도 영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다. 그 후 유럽의 소고기 소비량은 40% 감소하고 수많은 소가 떼죽음을 당했다.

 

아직 한국에서 변종 야콥병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 그러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4년 가정의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한 김용선 한림대 의대 미생물학 교수는 “광우병이 국내에서 발생한다면 변종 야콥병 환자의 발생 가능성이 세계에서 제일 큰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소고기뿐만 아니라 소 내장, 골, 뼈까지도 식재료로 사용하는 민족이며, 변종 야콥병에 잘 걸리는 유전형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7월18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우리 농림축산식품부는 7월19일 “미국에서 생긴 ‘비정형 광우병’은 특정 사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연 발생하는 개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위험이 낮다고 본다”고 발표했다. “미국산 소고기 현물 검사 비율을 기존 3%에서 30%로 확대한다”는 대책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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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중단’ 조치 않는 정부

 

비정형 광우병은 8살 이상의 나이 든 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정형 광우병은 육골분(肉骨粉) 사료를 먹은 소에서 나타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는 다분히 ‘미국산 소고기나 비정형 광우병은 안전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정형 광우병과 비교해 ‘역학 차원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안전하다는 OIE의 발표를 비틀어 ‘비정형 광우병은 안전하다’는 근거로 삼은 것이다.

 

7월26일 마련된 ‘미국 다섯 번째 광우병 발생 사태에 대한 전문가 기자 설명회’에서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비정형 광우병은 역학적으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이지 ‘안전하다’는 수사로 착각하면 안 된다”며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은 물론, 현행 수입요건에 비춰 봐도 생산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공식 역학조사가 끝날 때까지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정형 광우병이든 비정형 광우병이든 일단 발생했다면 어떤 경위, 어떤 형태로 발생했는지 공식 확인될 때까지는 수입을 중단하고 완전히 파악된 후 수입을 재개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중단하지 않았다. 2012년 4월 미국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도 정부는 현물 검사 비율을 50%로 높였지만 수입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 브라질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정부의 태도는 달랐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브라질은 비정형 광우병이라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국민 안전을 고려해 즉각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같은 비정형 광우병인데, 우리 정부의 잣대는 달랐다.

 

유독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에만 관대한 이유는 각국과 맺은 수입위생조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고기를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등지에서 수입한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검역중단이나 수입중단 조치를 하도록 수입위생조건에 명시돼 있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과의 수입위생조건에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요할 경우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번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이번 미국 광우병 사태를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라고 판단하지 않은 셈이다. 우석균 부대표는 “정형이든 비정형이든 광우병은 모두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 정형·비정형 광우병 모두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인간 등 동물에 감염되는 걸로 나온다”며 “현재까지 비정형 광우병이 쥐·햄스터·양·소나 인간과 유사하게 형질을 변경한 쥐, 최종적으로 영장류에서까지 감염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물 검사 비율을 3%에서 30%로 크게 높였다. 고기를 보고 냄새를 맡아서 변질 상태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광우병까지 찾아내기란 어렵다. 광우병은 도축한 소의 뇌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대책은 수입 절차를 느리게 할 뿐, 국민의 안전과는 무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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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도자료 한 장에 의존하는 한국 정부

 

농림축산식품부가 미국의 역학조사가 나오기도 전에 안전 여부와 대책까지 발표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당시 미국 농무부(USDA)가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한 보도자료 한 장이 주효했다. 그 자료에는 ‘앨라배마주에 한국에 소고기를 수출하는 도축장 및 가공장 없음’ ‘수입되는 미국산 소고기는 30개월령 미만의, 특정위험물질(SRM)이 제거된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은 이를 토대로 즉각 언론에 안전 여부와 대책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광우병 소 나이 판정 근거나 사육 농장 위치 등 검역 자료는 없었다.

 

이처럼 우리 정부는 미국에서 통보해 오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만일 미국이 사실을 왜곡 또는 축소해 우리 측에 통보해 와도 우리 정부가 확인할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통상위원장은 “이번에 정부가 발 빠른 조치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미국이 통보해 온 것을 한국이 강화해 확신시키는 꼴”이라며 “광우병 발생국에서의 광우병 위험물질을 유럽처럼 법으로 명확히 지정하고, 민간업체의 자율이 아니라 국가 간의 협의로 관철해야 한다. 지금처럼 미국 육류 수출업체가 위험 부위를 알아서 잘 걸러내기를 바라는 방식은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일단 수입을 중단하고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런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치는 국민 먹거리 안전에 대한 안일한 대처”라며 “선제적으로 수입중지 후 진상조사, 검역강화 등 부수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수입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수입중단 조처를 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2008년 5월8일 대국민 광고를 통해 했던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즉각 중단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지 않아 스스로 주권을 저버려 국민의 자존심과 건강권을 짓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광우병 예방 노력을 요구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컨슈머리포트’를 발간하는 미국의 대표적 소비자단체인 미국 소비자연맹의 마이클 핸슨 박사(의사)는 2008년 8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미국 육류 수출업체들이 소고기를 수출하기 전에 광우병 검사를 하도록 허용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간이검사(quick test)를 하면 소 한 마리당 15달러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광우병 전수 검사를 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민간업체에 이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한국 정부도 이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현재 농무부에서만 이 검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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