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꽃놀이패 쥐고 있는 김정은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6 09:54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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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고받는 핑퐁대전(大戰)이 점입가경입니다.

 

북한이 미군기지가 있는 괌을 탄도미사일로 포위사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이 붙으면 다윗은 방어에 급급한 게 정상인데, 북한이라는 다윗이 미국이라는 골리앗을 상대로 공갈·협박을 일삼고 있는 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주된 패턴입니다.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보니 2차대전 후 첫 핵전쟁이 한반도에서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도 우리 사회에서 스멀스멀 생겨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가 주식시장입니다. 안보불감증이 지배하던 서울증시는 7월25일부터 내림세로 돌아서서 8월11일에 39.76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 주위에도 “이러다 전쟁 나는 거 아냐?” 하면서 묻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쟁이 날지 여부는 오직 신(神)만 알겠지요.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한 가지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습니다. 과연 북한이 괌 주변에 미사일 사격을 하겠느냐는 것과 이에 맞서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겠느냐는 것입니다. 둘 다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고, 특히 후자는 극히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7월29일 조선중앙TV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미사일을 발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런 낙관적인 견해는 문제가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모두 이성적·합리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사 이래 발생한 모든 전쟁 중 ‘설마?’ ‘에이 그럴 리가?’ 하다가 발발한 전쟁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만 봐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우연히 발생한 국지적인 마찰이 전면전으로 비화(飛火)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핵전쟁만 해도 지금은 한반도가 ‘핫 플레이스(hot place)’지만, 한반도 못지않게 위험한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카슈미르라는 지역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죠. 아시다시피 두 나라는 핵보유국입니다. 감정도 몹시 안 좋아 서로 원수지간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다시피 인도와 파키스탄, 북한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후진국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핵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뭘 뜻하는 것일까요. 핵이라는 기술이 그렇게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2차대전 무렵만 해도 핵이 최첨단 기술이었던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평범한 기술에 지나지 않습니다.

 

핵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분쟁 당사국 중 하나는 핵을 갖고 있고 하나는 없는 경웁니다. 남한과 북한이 딱 여기에 들어맞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서로 핵을 갖고 있으면 아직까지는 ‘공포의 균형’이 작동됐습니다. 우리는 불행히도 핵이 없습니다. 반면 북한은 지난 수십 년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해 왔고, 그 결과 이제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핵공갈’을 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김정은은 지금 양손에 꽃놀이패를 쥐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을 마음대로 갖고 노는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것이 그 하나요, 또 하나는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하자고 달려드는 것입니다.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이런 식의 흐름 전개면 김정은이 손해 볼 일은 결코 없을 것 같군요.

 

대한민국 입장에서 상황은 점점 비관적입니다. 핵보유국인 북한을 비보유국인 남한이 당할 길이 없습니다. 미국이 있지 않느냐 하는 분이 있으면 빨리 꿈 깨시는 게 좋습니다. 미국이 북한한테 절절매는 게 안 보이십니까. 이제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방치했던 ‘자주국방’을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주국방에는 물론 핵도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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