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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진단되지 않는 병, 미병(未病)

[김철수의 진료 톡톡] 아직은 병이 아니지만 결국은 병이 된다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한의사·치매전문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2(Sat) 19:00:00 | 14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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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무개 변호사는 집중력이 떨어졌다. 법률사무소를 개설했으나 글을 보면 눈이 어른거리고 머리가 띵해져서 집중할 수가 없다. 남을 변호하는 예민한 일은 대부분 후배에게 맡기고 본인은 화장품 사업 관련 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얼마 전 투자한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떠맡게 된 일이다. 좋은 머리로 사업하면 쉽게 난관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일이 풀리지 않는다. 사업을 해본 경험도 없고 머리도 예전처럼 잘 돌아가지 않는다. 50대 후반인데도 쉽게 피곤해지고 기억이 가물거릴 때도 많고 오래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병원에 가서 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비롯해 종합검사를 받았으나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증상은 있는데 병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미병(未病)이다. 아직 진단될 정도는 아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병이다. 대부분의 미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치매와 같은 병은 가역적이지 않아서 문제가 달라진다. 사라진 뇌세포를 대신할 새로운 뇌세포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뇌세포가 본격적으로 부서지기 전에, 즉 증상이 없을 때부터 적극적인 예방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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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에는 일반적인 예방과 치료적인 예방이 있다. 일반적인 예방은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사회생활하고, 술·담배를 멀리하고, 물리적·화학적 충격을 피하고, 명상이나 기도로 뇌 건강을 도모하는 것이다. 치료적인 예방은 미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활력이 떨어진 뇌세포의 활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활력을 회복하는 치료는 치매 치료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치료로 모두 가능하다. 다만 치매는 재활의 대상인 뇌세포가 많이 감소돼 있고 뇌세포의 활력도 아주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에 미병 상태에서는 치료의 대상이 되는 활력 떨어진 뇌세포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뇌세포 재활 치료의 의미가 더 크다. 뇌세포가 재활되면 머리가 좋아지고 뇌세포의 수명이 연장된다.

 

이 변호사도 뇌세포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았다. 담(痰)을 없애는 반하와 기체(氣滯), 즉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우기 위한 시호, 보신(補腎)을 위한 숙지황 등 약재를 위주로 뇌세포 재활치료를 했다. 치료를 받으면서 점점 피곤하지 않고 머리가 맑아지고 기억이 잘 떠오르며 글을 읽어도 눈이 부시지 않고 동시에 세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오랜만에 바둑을 뒀는데 전성기 때보다도 2점 이상 실력이 늘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 집이 낡아 허물어지듯이 우리의 뇌세포도 활력이 떨어지고 부서진다. 가꾸면서 살면 비교적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오래되거나 태풍이나 지진으로 집이 많이 훼손되면 혼자 고치기 힘들고 전문가를 불러서 고쳐야 한다.

 

다양한 인생사로 많이 약해진 뇌세포 역시 일반적인 예방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으로 예방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 변호사처럼 나이가 있고 뇌기능에 문제가 보이면 진단에 연연해하지 말고 적극적인 예방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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