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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세상에 없는 나만의 커피를 만들다

집에서 직접 커피 생두 볶는 ‘홈 로스팅’ 점차 인기

구대회 커피테이너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2(Sat) 11:30:00 | 14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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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종편에서 방송 중인 《효리네 민박》이 화제다. 제주도 애월에 터를 잡은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사는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게 주된 내용이다. 최근 본 것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침에 이상순이 이효리를 깨우기 위해 두 손으로 두피 마사지를 해주면서 이제 일어나라며 귀에 속삭이는 것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정말 ‘심쿵’할 만했다. 이상순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장면에서는 과거 아내와 연애할 때 “결혼을 하면 향긋한 커피향으로 아침을 깨워주겠다”는 로맨틱한 약속이 떠올랐다.

 

결혼 후 몇 번 약속을 지켰는데, 갓 볶은 원두를 핸드밀로 갈아서 종이필터에 담은 후 뜨거운 물로 커피를 내리면 커피향이 집안 구석구석까지 퍼지곤 했다. 그러나 아내가 커피향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난 적은 없었다. 이상과 현실은 좀 달랐다. 어쩌면 커피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로맨틱한 약속을 지속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핸드드립은 물론이고 집에서 직접 생두를 볶는 ‘홈 로스팅’이 인기다. 인터넷에서는 몇 만원대 수망부터 20만~30만원대 전기 로스터까지 다양한 상품이 판매 중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로스터기를 제작해 블로그에 올리는 ‘자작 로스터족’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정말 대단한 커피 사랑이라 하겠다. 필자 주변에도 홈 로스팅을 하는 지인들이 있다. 비록 그들이 전문적으로 로스팅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 실력은 전문가 못지않은 경우가 있다. 어떤 때는 그들이 볶은 커피를 맛보고 감탄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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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블렌딩으로 균형과 조화의 맛 내

 

간혹 커피를 와인에 비교하곤 한다. 바리스타에 해당하는 것이 소믈리에다. 알다시피 소믈리에는 와인전문가로서 세계 각양각색의 와인의 특성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와 테이스팅을 바탕으로 개인 취향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주는 직업이다. 그렇다면 와인에서 커피의 로스터에 해당하는 직업은 무엇일까?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에서 술을 빚는 장인이 로스터에 해당하지 않을까?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 알갱이를 으깨고 발효시켜 선분홍색의 와인을 만드는 사람 말이다. 로스터는 커피농장에서 수확한 생두를 그 특징에 맞게 볶아서 비로소 추출이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이렇게 보면 와이너리의 술 장인은 커피의 바리스타와 로스터 역할을 동시에 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술은 ‘빚는다(Brew)’고 하고, 커피는 ‘추출한다(Extract)’고 표현한다. 그러나 커피에서의 추출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고온·고압으로 짧은 시간에 커피를 뽑아낼 때나 적합한 표현이다. 커피도 빚는다고 표현할 때가 있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커피 브루잉(Brewing)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한 가지 종류의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빚기도 하지만 통상 두 가지 이상의 포도 품종을 섞어 와인 맛의 조화를 추구한다. 혹자는 단일 품종의 포도로 빚은 와인을 남성적이라 하고, 두 가지 이상의 포도 품종으로 빚은 와인을 여성적이라 표현한다. 이는 커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커피 블렌딩 역시 한 가지 원두가 아닌 두 가지 이상의 원두를 섞는다. 두 가지 이상 품종의 커피를 섞을 때 비로소 커피는 균형과 조화의 맛을 낸다고 믿기 때문이다. 흔히 단종이라고 하는 싱글 오리진은 돌직구 같은 커피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이다. 훌륭한 커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이상의 생두를 블렌딩하고 커피를 볶는 것이다.

 

블렌딩을 하고 커피를 볶기도 하지만, 각각의 생두의 특징에 맞게 커피를 볶은 후 사전에 정한 비율로 커피를 블렌딩하기도 한다. 전자를 ‘선 블렌딩 후 로스팅’이라고 하고, 후자는 ‘선 로스팅 후 블렌딩’이라고 한다. 전자의 장점은 로스팅을 한 번에 끝낼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각각의 생두 특징을 살린 로스팅 포인트를 잡기 어렵다는 단점 또한 있다. 후자의 장점은 생두마다 특징을 살려 로스팅 포인트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번 로스팅을 해야 하므로 대량으로 로스팅을 할 때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대개 상업적으로는 선 블렌딩 후 로스팅 방식을 쓴다.

 

홈 로스팅의 가장 큰 장점은 본인이 직접 생두를 볶아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팅을 하는 행위 자체가 즐겁고 멋스럽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상업적인 로스팅과는 달리 본인이 좋아하는 생두 몇 가지를 직접 골고루 볶은 후 블렌딩 비율을 달리함으로써 세상에 없는 커피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은 홈 로스팅만이 가능한 매력이라 하겠다. 지금은 좀 수그러들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즐겨 마셨다는 ‘문 블렌드(Moon Blend)’가 한창 인기를 끌었다. 콜롬비아 4, 브라질 3, 에티오피아 2, 과테말라 1의 비율로 원두를 섞은 것인데, 그 맛과 관계없이 문 대통령을 멋스럽게 만드는 데 일조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뜻밖의 실수로 독특한 맛 ‘인생커피’ 개발

 

어쩌면 《효리네 민박》에서 이상순이 생두를 한줌 집어 수망에 넣은 후 커피를 볶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효리가 좋아하는 블렌딩이에요. 요즘은 커피 볶는 향으로 효리를 깨운답니다.” 비록 닭살이 돋고 두 손이 오글거림은 피할 수 없겠지만, 카라멜 마키아토처럼 달달한 그들의 모습에 대리만족을 얻는 여성들도 많을 것이다. 남편이나 아내가 좋아하는 블렌딩이 있다면 그의 이름을 따서 블렌드 이름을 만드는 것 또한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남편이나 아내 이름이 붙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커피 봉투를 볼 때마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오는 피로감이 한결 줄어들지 않을까.

 

얼마 전 필자는 과테말라 생두를 볶던 중 로스터기 호퍼의 투입구가 열린 줄 모르고 예카체프를 부었다가 두 생두가 의도하지 않게 블렌딩되는 경험을 한 바 있다. 그동안 수천 번 넘게 로스팅을 했지만, 이런 실수는 처음이었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나 혼자라도 마시자’는 심정으로 계속해서 생두를 볶았다. 볶은 후 일주일쯤 지났을 때 커피를 추출했는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부드러움과 고소한 맛이 매력적이었다. 결국 필자는 이 블렌딩을 상품화하기로 결정하고, ‘인생커피’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블렌딩의 실수는 때로 뜻밖의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바로 이 맛에,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여름, 로스터기가 뿜어내는 후끈한 열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커피를 볶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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