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發 트레이드, 끊이지 않는 ‘뒷돈’ 소문
  •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1 14:31
  • 호수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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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왕’ 김세현 성적 없는 ‘유망주’와 트레이드…올해 들어 4번째 ‘손해 보는 장사’

 

트레이드 데드라인인 7월31일, 넥센과 KIA는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8월1일 이후에도 트레이드는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영입한 선수는 포스트시즌에 뛸 수 없다). 넥센에서 김세현과 유재신이 KIA로 가고, KIA에서 손동욱과 이승호가 넥센으로 왔다.

김세현은 올해 부진하지만, 지난해 세이브왕을 차지한 실적이 있다. 유재신도 발이 빨라 경기 종반 대주자라는 조커로 쓸 수 있는 유용한 카드다. 반면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된 왼손 투수들인 손동욱과 이승호는 프로 무대에서 보여준 게 하나도 없다. 손동욱은 2013년 입단해 통산 승패 없이 13경기 출장에 그쳤고, 올해 입단한 이승호는 팔꿈치 수술로 재활에 힘쓰고 있다.

 

좋게 보면 1군급 선수를 주고 유망주를 받은 게 된다. 실제로 넥센 관계자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상당수 야구전문가는 이 트레이드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수의 경력과 지명도 등에서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 넥센이 손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트레이드가 이번만도 아니라서, 올해 초부터 야구계에는 묘한 소문이 나돌았다.

 

넥센은 3월17일 강윤구와 NC 김한별을 맞바꾼 데 이어, 5월18일 김택형을 주고 SK 김성민을 받았다. 7월7일에는 윤석민을 kt로 보내고, 대신 kt에서 정대현과 서의태가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KIA와의 트레이드를 포함한 4건 모두 넥센의 말처럼 “당장보다 미래를 선택한 결정”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이가 있는 것은 어째서일까.

 

넥센 히어로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된 김세현(왼쪽)과 유재신. © 사진=연합뉴스

 

이해하기 어려운 트레이드 잇달아

 

유망주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망주의 성공 확률은 어떻게 될까. 이것 역시 팀이나 감독, 유망주의 기량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100% 성공이 보장된 유망주는 없다는 점이다. 반면 기존 선수는 기대치가 명확하다. 통산 타율 2할5푼을 친 타자라면, 그 다음 해도 2할5푼은 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 기대의 최대치와 최저치의 차이가 작다. 거꾸로 유망주는 최대치와 최저치의 차이가 지구와 안드로메다만큼이나 크다.

 

트레이드에서 기존 선수를 주고 받는 유망주가 다수인 이유다. 한 야구 관계자는 “유망주는 복권과 같다. 어느 복권이 당첨될지, 또 그 얼마짜리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여러 유망주를 받아 긁어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넥센이 기존 선수를 주고 받은 유망주는 윤석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대일이다. 넥센이 손해를 봤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야구계에서는 ‘뒷돈’과 연관된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기존 선수의 대가가 다소 못 미치는 것은 돈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넥센은 물론 트레이드의 상대 팀들도 모두 부정하고 있다.

 

야구규약상 트레이드할 때 현금을 주고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불법은 아니다. 다만 그 돈이 주된 트레이드의 이유일 때는 KBO가 승인을 하지 않은 적이 있다. 2008년 시즌이 끝난 뒤 넥센이 에이스 장원삼을 삼성에 보내고, 박성훈과 30억원을 받는 트레이드가 합의됐다. 하지만 KBO는 리그 전력의 불균형 등을 고려해 이 트레이드를 승인하지 않았다. 선수 간의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향상이 아니라 돈이 목적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현금 트레이드 자체가 규정 위반은 아니다. 실제로 장원삼은 2009년 시즌이 끝난 뒤 박성훈과 김상수, 그리고 현금 20억원에 트레이드됐다. 이 트레이드를 포함해 당시 넥센발 현금 트레이드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다만 이번 소문은 그때와 다르다. 과거에는 팀 운영비로 쓸 자금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비공식적인 ‘뒷돈’이다. 현재 이장석 넥센 대표는 재미교포 사업가 홍성은씨와 구단 소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 구단 최대 주주가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트레이드를 잇달아 단행해 야구계에서는 뒷돈이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하지만.

 

8월1일 KIA 타이거즈에서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이승호(왼쪽)와 손동욱이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팀 간 전력 균형이 리그 존속과 직결

 

프로야구는 프로축구와 리그 운영 방식이 다르다. 프로축구는 강등제가 있어서 성적이 떨어지는 팀은 하부리그로 내려가고, 대신 하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 올라오는 구조다. 반면 프로야구는 매년 정해진 팀들만으로 리그를 치른다. 승률이 3할대에 불과하다고 해도 프로축구처럼 퓨처스(2군)로 떨어지는 강등제는 없다.

 

항상 같은 팀들로 시즌을 치르는 만큼 팀 간의 전력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프로축구처럼 팀 간의 전력이 크게 차이가 나면 매년 뻔한 시즌을 치르게 돼 팬들의 관심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팬들의 관심이 낮아지면 프로리그로서 존속하지 못할 위험성도 생긴다. 그렇기에 리그 입장에서 팀 간의 전력 균형은 리그의 존속과도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다.

 

매년 다른 팀이 가을야구(포스트시즌)를 다투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프로야구는 프로축구와 달리 신인을 뽑을 때도 자유계약이 아닌 드래프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수한 자원이 골고루 팀마다 배분되게, 또한 지난해 성적이 나쁜 팀에 상대적으로 우수한 자원이 갈 수 있게 해 팀 간의 전력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선수 보강보다 현금이 목적인 트레이드가 빈번하게 일어나면 리그의 전력 균형은 무너진다. 돈 많은 구단이 가난한 구단에 돈을 주고 우수한 선수를 쉽게 영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팀 간의 전력 불균형은 더더욱 심해진다. 가을야구에 나가는 팀은 항상 그 팀이 그 팀이고, 하위권을 헤매는 팀도 항상 그 팀이 그 팀인 상황이 되는 것이다.

 

물론 넥센은 현금 트레이드 파동을 딛고 2013년 이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있다. 우수한 선수를 끊임없이 발굴해 선수단 운영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것 역시 사실이다. 올해도 현재까지(8월2일 시점) 5위를 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6위 SK와는 3경기 차이, 4위 LG와는 0.5경기 차이다. 더 높은 순위를 노려봄 직한 시기다. 즉, 선수를 팔기보다 보강할 때라는 것이다. 그런데 넥센은 미래를 선택했다.

 

지난해 세이브왕을 차지한 김세현의 공백이 당장 크지는 않을 것이다. 김상수와 이보근 등으로 그 공백을 이미 메워왔고, 한현희라는 마무리 카드도 있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여기에 무더운 여름철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선발 투수의 이닝을 관리해준다고 해도 불펜 소모는 피할 수 없다. 그런 만큼 불펜의 깊이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그런데도 넥센은 오히려 불펜의 카드 하나를 내주는 선택을 했다. 트레이드라는 게 당장보다는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

 

 

팬들에게 가을야구보다 더 큰 가치는 뭘까

 

거꾸로 KIA는 현 상황에서 최고의 트레이드를 해냈다. KIA의 유일한 약점은 불펜이다. 구원진 평균자책점이 5.89로, 전체 9위다. 우승을 위해서는 불펜 보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이브왕 경력이 있는 불펜 투수를 영입한 것이다. 또 유재신은 접전 상황에서 대주자로 가치가 있다. 게다가 그 대가도 팀 전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왼손 투수 2명이다. 이승호나 손동욱이 잠재력을 터트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미래의 이야기다. 가을야구 혹은 그 이상을 목표로 한 팀에 미래는 오지 않은 날에 불과하다. 지금은 전력을 다할 때다.

 

넥센은 그렇지 않다. 가을야구보다 미래가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가을야구만이 아니라 우승하는 팀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기존 선수에 트레이드 등으로 끌어모은 유망주들이 잠재력을 숫자로 나타낸다면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도 선수를 지키며 우승을 노릴까. 앞으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하는 기존 선수들도 나오기 시작한다. 넥센이 그 선수들을 모두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과연 넥센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메이저리거인 박병호와 강정호 등이 모두 복귀한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사이 또다시 당장보다는 미래라는 명목으로 트레이드에 나설 일은 없을까.

 

사실 넥센이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얇은 선수층에 있다. 물론 퓨처스에도 선수는 많다. 다만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이가 커 장기레이스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김세현과 같은 선수를 보내기보다 영입할 때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넥센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프로구단은 기본적으로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해야 한다. 팬들에게 가을야구보다 더 큰 가치는 무엇일까. 미래를 알 수 없는 유망주의 성장도 볼거리 가운데 하나지만, 그것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내 지칠 수밖에 없다. 목동구장 시절부터 넥센의 입장료는 비싼 편이다. 그 비싼 입장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미래’를 위해서라는 말이 얼마큼 와 닿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넥센과 KIA의 트레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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