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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열공’ 위해 보고·감시 자처하는 청년들

젊은 층에서 ‘기상스터디’ ‘캠스터디’ 등 SNS 활용한 신종 스터디문화 싹트는 이유

김예린 인턴기자 ㅣ yerinwriter@naver.com | 승인 2017.08.11(Fri) 14:37:49 | 14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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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6개월째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아무개씨(28)는 아침 9시부터 컴퓨터로 화상채팅사이트에 접속한다. 온라인 화상채팅 스터디모임인 ‘캠스터디’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책상만 보이도록 캠의 위치와 각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화면에는 교재와 필기도구, 자신의 손만 나온다. 창에 띄워진 다른 화면들을 통해서는 다른 스터디원이 책을 넘기거나 공책에 필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씨는 “다른 사람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도 받고 소속감도 느낀다. 남들도 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딴짓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취업이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한 신종 스터디문화가 싹트고 있다. 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사진으로 인증하는 ‘기상스터디’와 일상을 보고하는 ‘생활스터디’,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생방송하는 ‘캠스터디’ 등이 그런 예다. 스터디 참여자들은 규칙적인 생활과 공부 습관을 길러주고 정서적으로 의지가 된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스스로 의지력과 통제력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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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날 본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공부”

 

온라인 스터디는 서로 감시하고 자극하면서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해 이뤄진다. 김씨가 한 달째 운영 중인 캠스터디도 이런 경우다. 이 스터디의 목표는 아침 9시부터 밤 12시 사이에 9시간을 공부하는 것이다. 주말이든 평일이든 매일 9시간씩 화상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부하는 모습을 생방송한다. 학습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벌점을 매기고 벌점 1점당 500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김씨는 “자율적으로 공부가 안 돼 캠스터디를 시작했더니 정해진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학습시간이 모자라거나 스터디에 빠지면 벌금을 내야 하니까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캠스터디는 불안감을 달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는 “혼자 공부하면 내가 잘하고 있나 불안해진다. 그런데 스터디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면 이들 중 합격자도 나오니까 이렇게 계속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싶다”고 설명했다. 타인을 의식하고 자신과 비교하면서 자극을 받기도 한다. 1년 넘게 캠스터디를 하고 있는 행정공무원 준비생 우아무개씨(25)도 “누군가 나를 보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서로 누적된 공부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니 계속 비교하면서 자신을 다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상스터디도 인기다. 2년째 행정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송아무개씨(25)는 매일 아침 7시에 휴대폰 카메라로 치약 묻힌 칫솔을 촬영해 카톡방에 공유한다.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증하기 위해서다. 송씨는 “혼자 일찍 일어나기 힘든데 스터디를 통해 강제성을 부여하니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도서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출석체크 스터디’와 하루 학습계획이나 달성 정도를 보고하는 ‘생활스터디’ 등 일상을 공유하는 다양한 스터디들이 생겨나고 있다.

 

스터디에 참여하는 이들은 대체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자체적으로 정한 규칙에 따른 상벌체계가 확실하다보니 규칙적인 생활 및 공부습관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언론사시험을 준비하는 한아무개씨의 기상스터디는 정해진 시간에 기상을 인증하지 못할 경우 팀원 모두에게 1000원가량의 기프티콘을 돌린다. 한씨는 “다른 팀원이 3명 있어서 하루라도 늦게 일어나면 최소 3000원이 든다. 벌금이 세다보니 억지로라도 일어나게 되면서 하루를 알차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격려 취지의 상을 주기도 한다. 생활스터디를 하고 있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 홍아무개씨는 “하루 목표량을 제일 잘 채운 팀원에게 주 1회 1000원 상당의 기프티콘을 보내는데 나름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 “언제까지 남에게 의존할 순 없어”

 

효율성도 온라인 스터디의 장점으로 꼽힌다. 7개월간 기상스터디에 참여했던 언론사 취업준비생 손아무개씨(26)는 “온라인으로 하면 오프라인 스터디에서처럼 팀원들을 만나는 데 소비되는 시간을 공부에 더 투자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온라인 스터디의 특성상 구속력이 약하다는 한계도 있다. 규칙을 어기고 잠적하거나 갑자기 그만두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캠스터디 운영자인 김씨는 “예치금 5000원을 미리 걷어서 스터디 규칙을 어길 시 벌금을 매겨 차감한다. 그러나 그리 큰 액수가 아니어서 갑자기 ‘잠수’를 타는 이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온라인 스터디 문화가 성행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나친 취업난과 경쟁으로 불안과 좌절을 느끼는 청년들이 스스로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기 위해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또한 “어릴 때부터 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부모가 관여하다보니 스스로 해나가는 힘이 떨어지면서 상대에게 의존하게 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성인이 되어서까지 외부통제에 의존하는 배경에는 개개인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교육시스템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체성을 상실했다는 프레임으로는 젊은 세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절대 수동적이거나 의타적인 게 아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같이 모여서 고민을 나누고 서로 압박해주는 문화 자체가 각박하고 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스터디로 도움은 얻을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스스로의 의지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로 자극은 되겠지만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부여를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의식하고 하는 것은 자칫하면 공부의 집중도라든가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혜숙 교수도 “스터디에 의지해 자기 통제력과 자신감을 얻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스스로 관리해보려고 해야 한다. 언제까지 남에게 의존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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