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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정치 안 해?” 잊을 만하면 정치 부름 받는 주커버그

민주당 출신 여론조사 전문가 영입으로 불거진 정계진출설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7(Mon)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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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치에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도구가 된 SNS의 대표 주자인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CEO의 정계 진출설. 잊을 만하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올해 벽두부터 그랬다. 주커버그는 매년 연초에 '올해 해야 할 일'을 공개해왔다. 2016년의 목표는 이랬다. ‘365마일 달리기’와 ‘중국어 배우기’, ‘자신의 가정용 인공지능을 구축하기’ 등이다. 

 

2016년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숙제를 스스로 던졌다면 2017년의 목표는 좀 달랐다. 그가 내놓은 올해의 숙제는 ‘현실 속에 파고 들어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2017년 말까지 미국 전역을 돌며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게 계획이었다. “2017년에는 미국 전체를 돌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생활과 일,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듣고 토론하는 걸 과제로 삼고 싶다.”

 

대외적으로 내놓은 주커버그의 올해 숙제는 이런 의미였다. IT기업의 대표니까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사람들의 삶에 끼치는 현실을 알고 싶다는 것. 예를 들어 편리함을 부여하는 자동화의 부작용은 실업으로 나타난다. 이런 자동화로 삶에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듣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 과제를 하기 전 우리는 역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동안 발전된 기술로 생산성은 향상되고 네트워크는 강화됐다. 다수가 이로운 효과를 얻었지만 과거보다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도 많다.” 

 

바뀐 종교관도 정치 진출론의 단서로 주목 받아

 

정치권의 민생 탐방 같은 이런 발표가 나왔으니 당장 정치적인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나 영국의 가디언은 주커버그의 행보를 정치와 연관 지었다. 가디언은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경영하면서 동시에 정치 경력을 쌓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의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1월 그의 딸 탄생을 계기로 설립한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 재단'에는 2008년 버락 오바마 당시 후보 캠프 출신이자 차량공유서비스 우버의 전략 담당 부사장을 지낸 데이비드 플루프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을 치렀던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출신 켄 메홀맨이 합류했다. 주커버그 측은 "재단의 운영 방법과 자선 사업을 효율적으로 시행하는 방안 등을 위해서"라고 영입 이유를 밝혔지만 그런 것 치고는 영입 인사들의 이력이 더욱 화제가 됐다. 

 

한때는 주커버그의 종교관이 변한 점이 주목받았다. '무신론자'였던 주커버그가 '유신론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메시지를 보낸 주커버그는 “무신론자가 아니냐”는 페이스북 유저의 질문에 “아니다. 유대인으로 자랐고 여러 생각을 갖게 되는 시기를 거쳤다. 그리고 지금은 종교가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정치에서, 특히 백악관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에게 종교는 뜨거운 감자며 검증의 대상이다. 미국 최초의 카톨릭 대선 후보였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 내내 “미국에서 교황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잠재우는데 상당한 시간을 써야 했다. ‘유신론자 유대인’으로 커밍아웃한 주커버그는 '무신론자'라는 꼬리표를 최근에서야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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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스스로 부여한 숙제를 하기 위해 주커버그는 지금 미국 전역을 돌며 '리스닝 투어'를 하고 있다. 그런 투어 중 하나였던 하버드대 졸업 연설은 꽤 화제를 모았다. 5월25일 하버드대 졸업생 앞에 선 주커버그는 ‘기본 소득’의 도입을 주장했다. 기본 소득은 여러 해 동안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던 제도였다. 기본 소득 지지자들은 인공지능과 로봇 등으로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그에 따른 빈부 격차가 확대될 것이며 따라서 부의 분배 시스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대안 중 하나가 기본소득 제도다. 

 

주커버그는 하버드대에서 “GDP와 같은 경제 지표 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의미 있는 역할을 맡고 있는지 등의 관점에서 발전의 정도를 측정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새로운 세상에 도전할 수 있도록 쿠션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기본 소득과 같은 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주커버그가 기본 소득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정치적인 수사를 아끼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의 적극적인 발언에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정계에 나갈 것 같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주커버그는 “정계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해명은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 언론들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치 참여’에 관한 질문에 마치 녹음기를 틀 듯 비슷한 답변으로 일관하며 말을 아끼는 주커버그의 대답 탓이다. 난감한 질문에 가급적 말을 아끼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적 행동 중 하나다. 그리고 그가 “아니다”고 부정한 것이 정치 참여 가능성을 제로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오바마의 고문이자 클린턴의 전략 담당자를 영입해

 

그렇게 “아니다”를 반복하는 주커버그 측이 최근 또 흥미로운 영입을 단행했다. 조엘 베넨손(Joel Benenson)이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 재단’에 합류하면서 또 한 번 그의 정계 진출설이 불거져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베넨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고문을 지낸 인물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선거 전략을 도왔다. 주커버그 측은 베넨손의 역할을 “재단의 조사 활동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알렸지만 그의 전력 때문에 주커버그의 정계 진출설만 점점 강해지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IT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워낙 크다. 자연스레 IT와 정치권은 뗄 수 없는 관계다. 클린턴 전 후보의 부통령 후보 리스트에 팀 쿡 애플 CEO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흐름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IT업계에서 성장한 인물들은 점점 현실 정치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안랩을 창업한 IT 전문가로 시작해 국회의원을 거쳐 유의미한 지지율을 얻은 대선주자가 됐다. 프랑스 엠마누엘 마크롱 정부에서 디지털 장관으로 임명한 무니르 마주비도 그렇다. 그는 정치 경력이 전무한 인물이며 스타트업 창업자다. 농부와 현지 고객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중심의 식품 네트워크인 'La Ruche Qui Dit Oui'를 만들어서 유명해진 사업가다. 

 

이런 IT의 대표 인물들이 속속 정치에 뛰어드는 게 흐름이라면, 주커버그는 단연 영입 1순위다. 자수성가로 억만장자가 됐고 그의 삶 자체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며 그를 모델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매스컴을 통해 대중에게 자주 소구된다는 점도 유리하다. 특히 ‘막대한 부’는 과거 정치라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례를 만들었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퍼블릭폴리시폴링이 7월18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 주커버그가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트럼프와 주커버그는 각각 40%씩 똑같은 지지를 얻었다. 재미로 던진 여론조사지만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주커버그의 '정치 등판론'은 앞으로도 뜨거운 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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