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결의로 다시 고조되는 ‘한반도 8월 위기설’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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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도 북 도발에 두 손 들었다…원유 수출 금지 항목은 제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8월6일 새벽 4시(한국시간) 초강력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이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안보리 차원의 새로운 대북제재다. 북한의 주력 품목 수출 금지와 신규 노동자 수출 제한 등이 핵심이다. 북한 수출 3분의 1 수준인 10억 달러 가량을 감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대북 제재와 무엇이 달라졌나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제재안을 놓고 “이번 세대(a generation)의 가장 혹독한 제재”라며 “북한 정권에 대한 단일 제재로서는 가장 광범위한 경제제재 패키지”라고 평가했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2371호는 기존의 대북 제재안을 구체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현재까지 대북제재 결의는 이번까지 포함해 총 8차례 채택됐다. 앞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한 1718호를 시작으로 1874호(2009년), 2087호·2094호(2013년), 2270호·2321호(2016년), 2356호(2017년) 등이 채택됐다. 이미 포괄적인 내용은 대부분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이번 결의는 북한의 석탄, 철, 철광석, 납, 납광석(lead ore)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기존 결의 2321호에서는 북한의 석탄 수출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한선을 없애고 전면 수출을 금지했다. 다만 러시아를 고려해 나진항을 거쳐 제3국산 석탄을 수출하는 경우에는 제재 적용을 제외하는 기존 내용은 유지시켰다. 기존 결의에서 인도주의 목적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왔던 철, 철광석 수출도 전면 금지했다. 수출 금지 광물에 납과 납광석까지 포함했다. 북한의 현금 유통 창구로 알려진 수산물의 수출 역시 금지됐다.

 

북한 노동력의 신규 수출도 더 이상 늘릴 수 없도록 했다. 유엔 회원국은 자국 내에 체류하는 북한 노동자의 수를 안보리 결의 채택 시점을 기준으로 더 늘릴 수 없다. 북한은 40여 개국에 5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벌어들인 달러의 상당수는 북한 당국이 가져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존 결의 2321호에선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는 식의 선언적 내용에 불과했다.

 

이 밖에 북한의 외환창구 역할을 해온 조선무역은행, 노동당 소속 외화벌이 기관인 ‘39호실’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조선민족보험총회사 등 4개 기관과 장성남·조철성 등 개인 9명을 신규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일부 언론은 “미국 당국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름도 제재 명단에 명기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김정은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이 실제로 김정은 이름을 제재 리스트에 포함하려 시도했는지 공식 확인되진 않았다.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인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 항목은 결의안에서 제외됐다.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을 금지하면 군 장비 기동이 어려워져 북한이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미국 또한 의지를 갖고 이 문제를 처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밀무역 등을 통해 원유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초래할 초강력 제재에는 소극적인 탓이다.

 

 

지지부진하던 대북 제재 논의, ICBM 발사에 ‘급물살’

 

7월4일 ICBM 발사에 대응한 대북 결의안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지지부진했었다. 이튿날 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됐지만, 중국과 러시아 측은 “군사옵션은 배제해야 한다”며 정면충돌했다. 이후에도 미국과 중국·러시아는 선명한 대립각을 드러내며 협상을 진척시키지 못했다.

 

협상에 동력을 불어넣은 원동력은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었다. 북한이 7월28일 2차 ICBM급 미사일 발사를 단행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명분이 약해졌다. 미국의 자세는 더욱 강력해졌다. 헤일리 미국대사는 “대화를 위한 시간은 끝났다”며 긴급회의 소집조차 미뤘다. 곧바로 치열한 물밑협상에 들어갔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까지 예고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북한이 7월28일 밤 실시한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미사일 2차 시험발사 모습. 다음 날인 7월29일 낮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미사일을 발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ICBM 도발 문제로 마주 보고 달려왔던 미·중은 충돌 직전에 합의를 끌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 발표를 전격 연기했다.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원유 문제나 나진항 수출 등 중국과 러시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결의안 채택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곧바로 안보리는 이례적으로 주말 오후(현지시각) 긴급회의를 소집한 뒤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의 1차 ICBM 시험발사 이후 33일 만이다. 2차 ICBM 시험발사를 기준으로 하면 일주일 만이다.

 

 

고조되는 ‘8월 위기설’…위기 뒤 유화국면 올까

 

안보리가 고강도 추가 제재 결의를 채택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한층 더 높아지게 됐다. 북한은 기존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가 도발을 감행해왔다.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사일 발사나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시기적인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8월 중순쯤 이뤄질 수 있다. 8월 하순에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을지훈련)이 예정돼 있다. 9월9일은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인 ‘구구절’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을지훈련에 반발하거나 정권을 과시하기 위해 8~9월을 도발 시점으로 종종 택해 왔다. ‘8월 위기설’의 배경이다.

 

미국의 인내심도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ICBM급 미사일이 미국 본토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까지 도달하자 미국의 자세는 더욱 강경해졌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기업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은행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미·중 관계까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또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이했지만, 일각에선 8월 위기설을 넘기면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결의안 채택으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의 입장을 확인한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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