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사망했더라도 해지하면 위약금 내야”
  • 변소인 시사저널e. 기자 (byline@sisajournal-e.com)
  • 승인 2017.08.02 13:50
  • 호수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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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변경 후 3개월 내엔 위약금 면제 안 돼 LG, 뒤늦게 “관련 규정 수정”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휴대전화·인터넷·IPTV(인터넷TV)를 해지하려고 사망 증빙서류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IPTV는 아버지가 명의변경을 하신 후 3개월이 지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위약금 없는 위면해지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이용약관에는 이용자 사망 시 위면해지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명의변경한 지 3개월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말뿐이네요.”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해당 글을 게시했다. 위면해지는 약정기간 내에 해지를 하더라도 위약금 없이 해지해 주는 것을 말한다. LG유플러스 측은 A씨에게 약관에 준해 가입자 사망 시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반환금 없는 해지 처리가 가능하지만, 명의변경 후 3개월 이내에는 반환금 없는 해지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A씨는 사망에 따른 해지임에도 불구, 일반 해지로 기간에 따른 위약금을 물거나 명의변경일부터 3개월이 지나도록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2015년 10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LGU 강남직영점에서 시민들이 아이폰6S를 개통하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SKT·KT와 달리 LGU+ 명의변경 조건 따져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고의적으로 명의를 변경하거나 무분별한 명의변경 직후 위면해지를 받는 등 악용 사례가 있어 내부 지침이 생긴 것으로 안다”며 “사망은 물론, 군 입대나 설치 불가 지역에 따른 문제도 명의변경 3개월 전 해지 시에는 다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는 모두 설치 불가 지역, 이용자 군 입대, 사망 등의 경우에 인터넷과 IPTV 해지 시 위약금을 면제해 주는 규정을 이용약관에 명시해 놓고 있다. 각 통신사 홈페이지 하단을 살펴보면 이용약관을 확인할 수 있다. 이통 3사 모두 △이사한 지역에서 기존에 이용하던 서비스 설치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 △고장 누적시간이 일정량 이상 발생한 경우 △명의자가 현역으로 군입대하는 경우 △사망한 경우에 할인 반환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해당 약관에 따라 위면해지 시, 명의변경에 대한 조건을 다시 따지는 곳은 LG유플러스뿐이다. 휴대전화 단말기의 경우 사망 시에 이통 3사 모두 위약금을 면제해 준다. 특히 SK텔레콤과 KT 이용 고객은 명의변경 여부나 기간에 상관없이 사망자 명의로 가입된 인터넷과 IPTV 모두 사망 증빙서류만 제출하면 위약금을 물지 않고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사망자가 사망 전에 명의변경을 한 이력이 있는지, 명의변경 후 3개월이 지났는지를 판단해 위면해지 여부가 가려진다. 

 

따라서 LG유플러스는 명의변경 후 3개월 이내라면 모든 위면해지가 불가능하다. 이런 내용은 약관에도 나와 있지 않아 통상적으로 이용약관만 염두에 둔 이용자들은 직접 해지를 신청하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알 길이 없다. 상담원에게 명의자 정보를 알려주고 입력하고 나서야 위면해지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다. 사망자를 놓고도 악용 소지를 빌미로 셈을 하는 격이다. 

 

기자는 직접 이통 3사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명의자 사망 시 인터넷 위면해지 조건에 대해 문의했다. SK텔레콤과 KT 상담원에게 명의변경과 상관없이 사망 시 위면해지가 가능하냐고 묻자 “전혀 상관이 없다”며 다소 황당해했다. 반면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는 명의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정보가 없으면 이런 조건에 대해 알아보는 것조차 어려웠다. LG유플러스 상담원은 명의자 사망 시엔 위면해지가 된다고 먼저 안내했다. 이어 명의변경 기간과의 상관성에 대해 묻자 “명의변경 3개월 전에는 위면해지는 절대 불가능한 걸로 나온다. 시스템에 날짜가 맞지 않는 걸로 표시된다”며 난처해했다. 사망했는데도 고인의 이름으로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느냐고 묻자 안타까워하며 “회사 지침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리점 직원 등 위면해지 조건을 잘 아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 악용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일반인들은 대부분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사망자에게까지 악용 방지를 명목으로 위면해지를 가려서 하는 것이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 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사망 시 위면해지는 약관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약관이 우선돼야 한다”며 “비용 회피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를 약관보다 우선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 면제 사유가 먼저고 악용을 막기 위한 내부 규정은 그다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명의변경도 사업자가 허락한 합법적인 계약이기 때문에 합법적인 계약에 대한 약관은 지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상식선에서도 사망자가 우선이 돼야 한다. 잦은 명의변경을 제한하는 규정은 일반 이용자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라며 “휴대전화의 경우 같은 상황에서 위약금 없이 해지가 모두 가능한데 명의변경을 들먹이며 해지를 막거나 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도덕성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꼬집었다.

 

 

LG, 본지 보도 직후 위약금 면제 규정 수정

 

한편 LG유플러스는 7월25일 시사저널e 보도가 나간 직후, 인터넷과 IPTV 해지 시 위약금 면제 규정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론 사망과 군 입대 등의 상황에서는 명의변경 기간과 상관없이 인터넷과 IPTV 해지 시 위약금을 물지 않고 해지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내부 소통 문제에서 비롯된 실수였다”며 “책임자가 관련 규정을 수정하고 담당 직원들에게 사망과 군 입대 시에는 무조건 위면해지가 가능한 것으로 교육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LGU+, 지나친 ‘해지 방어’ 집착이 부른 또 다른 화

 

LG유플러스가 지나치게 해지 방어에 집착한 나머지 불미스러운 일도 한 차례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22일 LG유플러스 고객 상담을 대행하는 LB휴넷의 세이브 부서에서 5개월간 근무하던 특성화고 실습생 홍아무개양이 극한의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홍양은 LG유플러스 서비스를 해지하겠다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해지를 막는 역할을 하는 해지 방어 부서로 알려진 세이브(SAVE) 부서에서 근무했다. 해지 방어 업무는 숙련자도 꺼리는 업무다. 불만을 갖고 떠나려는 고객을 붙잡는 일이기 때문에 폭언 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야근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홍양은 생전에 실적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친구와 가족에게 괴로움을 호소했다.

 

사건 직후 시민단체들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결국 LG유플러스는 사건 발생 약 5개월 후인 지난 6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현장 실습생 사망 사건 경과·교섭결과 보고회’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유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은 “협력사 고객센터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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