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들의 성지 ‘코믹콘’이 서울에 온다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1 14:39
  • 호수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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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들의 축제에서 세계적인 거대 문화행사로 성장한 코믹콘

 

전 세계 ‘오타쿠’들의 성지, 할리우드 신작 영화와 코믹스 소식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접할 수 있는 곳, 약 20억원에 달하는 경제 규모를 지닌 행사. 매년 7월 미국에서 열리는 코믹콘(Comic-con International)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올해는 이 행사를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 8월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서울 삼성역 코엑스에서 ‘코믹콘 서울’이 열리는 것.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행사임에도 지난 2월17일 판매를 시작한 얼리버드 티켓은 10분 만에 전량 매진되는 기염을 토해 화제를 모았다. 대체 코믹콘이 무엇이기에 그러냐고? 코믹콘의 역사와 그 가치를 알고 나면 수긍이 가는 현상이다.

 

© 사진=EPA연합

 

그해 가장 핫한 팝 컬처 소식은 코믹콘으로부터

 

먼저 모든 코믹콘 행사의 원조인 ‘코믹콘 샌디에이고’의 역사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1970년 3월 만화를 사랑하는 네 명의 청년이 소박한 행사를 열었다. ‘골든 스테이트 코믹북 컨벤션’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는 일반 만화 팬들이 모여 자신이 소장한 만화책을 판매하거나 교환하고, 소수의 작가들을 초청해 작은 강연 및 대화 시간을 갖자는 취지였다. 첫 행사 참가자는 300명이었다. 소박하게 시작한 행사에 점차 입소문이 붙기 시작했고, 지금은 매년 12만 명 정도의 팬들과 각종 엔터테인먼트 회사 관계자들이 운집하는 거대 행사가 됐다.

 

콘텐츠 역시 만화에 국한하지 않는다. 만화·영화·드라마·소설·게임·장난감·캐릭터 상품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장르가 코믹콘을 채운다. 그해 준비되고 있는 가장 창의력 있는 콘텐츠의 최신 정보를 구하려면 코믹콘에 가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참가 회사들로서는 자신들의 ‘주력 상품’을 앞다퉈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샌디에이고 코믹콘은 원조의 자존심을 철저히 지킨다. 현재 미국에서는 뉴욕·LA 등 20개가 넘는 대도시에서 독자적 코믹콘을 진행하고 있지만, 샌디에이고 행사와는 철저히 구분된다. 표기법에서부터 약간의 차이가 있다. 샌디에이고 코믹콘은 하이픈(-)을 넣어 ‘Comic-con’으로 쓴다.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코믹콘 인터내셔널, 줄여서 SDCC는 정식 등록 상표다. SDCC는 매년 행사를 비영리로 진행한다는 기조를 오늘날까지 지켜오고 있다. 입장권 판매 등으로 발생한 수익금은 이듬해 행사 예산으로 쓰인다.

 

매해 코믹콘이 크게 주목받는 것은 영화와 드라마 등 인기 미디어의 최초 공개와 한정 판매 상품 등이 갖는 희소성 때문이다. 대규모 영화 스튜디오들은 이듬해 라인업을 아예 여기에서 공개한다. 마블과 DC처럼 코믹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회사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워너브러더스·20세기폭스 등 스튜디오들의 신작 공개에 발맞춰 감독과 배우 등 스타 군단이 대거 참석을 결정해 직접 팬들과 만난다. 유명 작가들은 사인회를 열고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고, 하스브로와 레고 등 완구 회사들은 코믹콘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한정판 상품을 판매한다. 특히 SDCC에서 공개되는 라인업과 참석 스타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SDCC 예매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매년 전쟁이 벌어진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만 예매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기간에는 신규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예매 대기와 예매의 지난한 지옥을 통과하더라도 행사 개최 몇 달 전에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못했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런 유명세를 감안할 때, 한국에서 일어난 얼리버드 예매 전쟁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닌 것이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열린 ‘코믹콘 샌디에이고’ 행사에서 영화나 드라마 캐릭터를 재현한 팬들의 모습 © EPA·dpa·AP·UPI 연합

 

매즈 미켈슨, 스티븐 연, 코믹콘 서울에 온다

 

올해 열린 SDCC에서도 신작 소식이 쏟아졌다. DC코믹스는 《원더우먼》 속편 제작, 2019년 북미 개봉 예정인 《수어사이드 스쿼드2》 제작 소식을 공개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의 최고 인기 캐릭터였던 할리 퀸(마고 로비)과 조커(자레드 레토) 등이 고스란히 속편에 출연할 예정이다. 마블은 이듬해 공개할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의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매번 신작에 쏟아지는 관심과 인기를 반영하듯 온라인에 트레일러가 유출되며 스포일러가 퍼져, 마블 측은 사태 수습으로 한 차례 곤욕을 겪기도 했다.

 

올해 최고의 게스트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의 속편 《킹스맨: 골든 서클》의 배우들이었다. 풋티지 공개와 함께 콜린 퍼스, 태런 에저튼, 채닝 테이텀 등 주연배우들이 등장해 팬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아토믹 블론드》 행사차 참석한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팬들과의 대화 도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의 속편에 언제든 기꺼이 출연하겠다고 밝힌 것도 화제가 됐다.

 

그렇다면 코믹콘 서울은 어떻게 치러질까. 일단 주최 측은 할리우드 스타를 초청하는 것으로 화제성을 꾀하는 모양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매즈 미켈슨. 미국 NBC 드라마 《한니발》 시리즈와 영화 《더 헌트》(2012) 등으로 유명한 덴마크 출신의 연기파 배우다. 최근에는 《닥터 스트레인지》(2016),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등 블록버스터와 인연을 맺고 한층 대중적인 이미지를 확보했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워킹데드》의 주인공 글렌으로 잘 알려져 있고, 얼마 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도 출연한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 역시 내한 소식이 일찌감치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마블 스튜디오 부사장 CB 세블스키도 행사장을 찾는다.

 

볼거리도 구색을 갖췄다. 뤽 베송 감독의 SF 대작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 특별 상영회, 라이브 드로잉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화가 김정기의 라이브 드로잉 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시공사·드림웍스 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엔씨코믹스 등 게임 퍼플리싱과 영화 배급사, 캐릭터 회사 등이 총출동한다.

 

코믹콘 서울은 엄밀히 SDCC와는 연관이 없다. ‘뉴욕 코믹콘(NYCC)’을 주최하는 기업 리드팝이 주관하는 행사로, SDCC와는 별개로 열리고 있는 각 도시 코믹콘의 연장선으로 봐야 정확하다. 코믹스 팬덤으로 시작된 자발적 행사가 아닌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장르의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은 행사라는 점에서도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 차이가 있다. 하지만 팝 컬처를 향한 관심을 반영한 문화행사 저변 확대라는 취지만큼은 환영할 만하다. 미국만큼이나 매년 여름을 들썩이게 하는 행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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