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여자’라는 병, 처방전은 페미니즘
  • 노혜경 시인·前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1 13:43
  • 호수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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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어떤 위대한 생각 가운데는 살면서 저절로 깨닫는 것들도 있지만, 대개는 누군가가 고심해서 명제로 정리한 덕분에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생각을 전개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많은 과학적 생각들도 그렇지만, 철학이나 인문학의 수많은 공리들도 알고 보면 누군가가 이미 말한 것이다. 특정한 개인의 발명이 아니라 인류문명이 성숙하면서 말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

 

페미니즘의 가장 힘센 격언은 내 생각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명제다. 이 명제는 개인적인 것을 규정하는 권력이 남성의 것이어서 여성들의 언어나 일상은 언제나 사적인 것으로, 개인적인 것으로 여겨진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옛날에 서울 동숭동 낙산아파트 아래 다가구주택에 살 때였다. 큰방 창문 바로 아래가 골목길이 약간 넓어진 공터였는데, 어느 날 밤에 남성의 폭언과 여성의 비명이 들려왔다. 놀라서 창밖을 내다보니 어떤 남자가 여자를 개 패듯 패고 있었다. 놀란 나는 112에 신고를 했다. 남자는, 경찰이 달려왔는데도 여전히 폭력을 멈추지 않고는 “내 마누라 내가 버릇 가르치는데 경찰이 왜 나서냐”고 했다. 여성은 가정에 속해 있고 따라서 사생활의 영역이므로, 가정폭력은 경찰이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남자인 경찰의 동조였다. 서너 번 신고를 하고서도 그 사건은 경찰이 개입해서가 아니라 남자가 여자를 질질 끌고 다른 곳으로 가는 방식으로 없어져버렸다.

 

2000년 김대중의 방북과 2007년 노무현의 방북은 새삼 느낌이 다르다. 이미 우리는 세상이 변하는 시간대에 살고 있다. 2007년 10월2일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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