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초대받은 오뚜기의 두 얼굴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7.31 12:55
  • 호수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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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가 오뚜기SF 지분 취득 후 급성장 배경 주목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여전

 

7월27일부터 이틀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 간의 간담회에 오뚜기가 포함돼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오뚜기의 매출은 2조107억원, 영업이익은 1425억원을 기록했다. 재계 순위로 치면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중견기업의 오너가 문 대통령의 초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오뚜기식’ 상생모델을 높게 평가한 것 아니겠냐”고 말한다. 오뚜기그룹의 정규직 전환 비율은 현재 100%에 가깝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뽑아 쓰지 말라”는 고(故) 함태호 창업주의 유지에 따라 마트 시식사원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오뚜기의 투명한 상속 과정도 찬사를 받았다.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은 최근 창업주가 보유한 ㈜오뚜기와 ㈜조흥의 지분을 상속 받는 과정에서 15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5년 동안 분납하기로 했다. 함 창업주는 숨을 거두기 직전 오뚜기재단에 100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편법적인 지분 이동과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부를 상속하는 기존 재벌가와 비교되면서 ‘갓뚜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7월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 초청 간담회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 간담회에 오뚜기 참석해 주목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문 대통령의 초대 명단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했던 게 일자리 늘리기와 비정규직 문제였다.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설치를 지시한 곳도 일자리위원회였다. 문 대통령은 7월20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오뚜기식’ 상생 모델을 통해 민간에까지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착한 기업’ 오뚜기의 선행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때문이다. 오뚜기그룹은 현재 지주회사 격인 ㈜오뚜기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오뚜기는 다시 오뚜기냉동식품(88.89%)과 오뚜기SF(26.20%), 오뚜기삼화식품(80%), 오뚜기물류서비스(17.9%), 오뚜기제유(24%) 등을 거느리고 있다.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이 28.91%를 가진 최대주주다. 지난해 함태호 창업주로부터 16.59%를 상속받으면서 보유 주식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함 창업주의 두 딸인 염림·영혜씨도 각각 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가 ㈜오뚜기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다.

 

함 회장 일가는 계열사의 주식도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의 지분은 35.63%에 달한다. 그래서일까. 오뚜기라면은 현재 매출의 99%를 ㈜오뚜기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올린 5913억원의 매출 중 5892억원이 ㈜오뚜기를 통해 나왔다. 내부거래 비중은 해마다 증가했다. 2013년 4579억원에서 2014년 4692억원, 2015년 5050억원, 2016년 5892억원으로 커졌다.

 

덕분에 함 회장 일가는 매년 고액의 배당을 타갔다. 오뚜기라면의 주당 배당금은 2013년 1750원(배당률 35%)에서 2016년 5000원(배당률 100%)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총 배당금이 50억7193만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함 회장 일가는 오뚜기라면을 통해서만 매년 수십억원의 배당금을 타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오뚜기물류서비스나 오뚜기제유, 오뚜기SF, 알디에스, 상미식품 등 나머지 계열사들도 마찬가지다. 함 회장 일가는 이들 회사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함 회장 일가가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 가치가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 기업 역시 적게는 41%, 많게는 73%까지 매출을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내부 거래를 통해 번 돈은 다시 배당 형태로 함 회장 일가에 돌아간다. 이들은 계열사 배당만으로도 매년 100억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1500억원의 상속세를 과감히 납부한 것과는 다른 모습인 것이다.

 

5월13일 서울랜드에서 열린 ‘스위트홈 제22회 오뚜기 가족요리 페스티벌’에서 외국인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뚜기SF 지분 취득 과정 편법 승계 논란도

 

오뚜기그룹을 두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올 초 발행한 대규모기업집단 외 일감몰아주기 사례 분석 보고서에서 “오뚜기그룹 4개사(오뚜기물류서비스·오뚜기SF·알디에스·상미식품)의 내부거래 비중이 특히 높다”면서 “하지만 자산 규모 5조원 미만 기업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한 회계사는 ㈜오뚜기의 연결재무제표에 오뚜기라면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에 주목한다. 그는 “진짬뽕이나 진짜장이 큰 히트를 쳤던 2015년 ㈜오뚜기의 영업이익은 15% 증가했다. 반면 오뚜기라면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38%에 이른다”며 “오너 일가의 이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뚜기라면이 라면을 싸게 만들어서 ㈜오뚜기에 비싸게 팔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뚜기그룹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일감몰아주기뿐만이 아니다. 오뚜기SF의 경우 편법 승계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참치 등 수산물 통조림을 생산해 ㈜오뚜기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37억원과 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9%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11% 증가했다. 함 회장과 장남 윤식씨가 각각 14.41%와 38.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2013년까지 이 회사는 오너 일가의 지분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오뚜기가 이 회사의 지분 46.7%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뒤를 이어 상미식품(17.35%)과 오뚜기라면(17.06%) 순이었다. 하지만 2014년 함 회장과 장남이 이 회사의 주요 주주로 등장한다. 현재 함 회장과 장남이 각각 14.41%와 38.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뚜기 측은 구체적인 지분 취득 과정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사가 실권한 주식을 함 회장 일가가 취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함 회장 일가가 이 회사 주식을 취득한 후 회사 경영상황이 급격히 호전되기 시작했다. 2012년까지 이 회사는 적자 상태였다. 165억원의 매출과 6억6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함 회장 일가가 지분을 취득하기 직전 매출은 221억원으로 74%나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1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오뚜기SF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437억과 20억원을 기록했다. 함 회장 일가가 주식을 취득하기 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오뚜기 “배당 통한 오너 일가 이익 챙기기 아냐”

 

오뚜기SF는 ㈜오뚜기와 상미식품, 오뚜기라면, 오뚜기냉동 등 계열사의 지원이 있었기에 고속 성장이 가능했다. 지난해 오뚜기SF의 계열사 의존도는 75.29%까지 증가했다. 2013년 66.51%보다 1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함 회장의 장남인 윤식씨는 오너 3세라는 이유로 알짜 계열사의 주요 주주가 됐다. 지분 가치 상승은 덤이었다. 바꿔 말하면 기존 주주인 상미식품이나 오뚜기라면은 그만큼의 손해를 입었다는 얘기가 된다.

 

식품업계 안팎에서 “편법 승계를 통한 오너 3세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2·3세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며 덩치를 키우고, 이 돈으로 주력 계열사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기존 재벌의 승계 공식”이라며 “오뚜기SF의 경우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입한 이후 실적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편법 승계’나 ‘후계자 밀어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민주화 논쟁이 확대된 2000년대 후반부터 주요 그룹은 계열사와의 거래 규모를 축소하는 데 공을 들였다. 오너 일가 지분이 있는 비상장 회사와의 거래 문제가 사정기관의 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이나 형제 회사 거래라는 꼼수까지 동원할 정도였다. 오뚜기그룹의 경우 이런 흐름과 반대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오뚜기그룹 측은 “오너의 경영 상황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배당을 통한 오너 일가의 이익 챙기기는 절대 아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짧게 해명했다. 

 

 

함영준 오뚜기 리더십도 ‘​흔들’​

 

오뚜기의 모태는 1969년 설립된 풍림상사다. 고 함태호 창업주는 ‘한국형’ 수프와 케첩, 마요네즈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들 제품은 현재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라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오뚜기는 농심과 삼양식품에 밀려 3위 자리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12년 삼양식품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이후 삼양식품과의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10년 함태호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은 함영준 회장의 ‘공격 경영’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식품업계는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회장 승진 당시 오뚜기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주력 사업인 참치통조림과 카레 등이 경쟁에서 밀리며 업계 5위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함 회장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위기 타개에 나섰다.

 

덕분에 오뚜기는 식품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주가는 390.8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증가율이 40%도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최근에는 쟁쟁한 재벌 총수들이 참석하는 청와대 간담회에 초대되기도 했다.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함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룹 지원을 등에 업은 계열사들은 고속 성장을 이어갔고, 다시 배당의 형태로 거액의 현금이 함 회장 일가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오뚜기SF의 경우 편법 승계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착한 기업’ 이미지로 마케팅 효과를 누려온 오뚜기 입장에서는 ‘옥에 티’인 것이다. 함 회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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