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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뛰든 못 뛰든 내 스타일이면 뽑겠다”

신태용의 파격 행보, 위기의 대표팀 월드컵으로 인도할까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6(Wed) 11:00:00 |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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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신태용이다. 대한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는 7월4일 신태용 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신태용 감독이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한국 축구가 위기에 몰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3년간 그는 각급 대표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소방수’로 나서 급한 불을 진화해 왔다.

 

신태용 감독은 2015년 2월 현재 고인이 된 이광종 감독이 급성 백혈병으로 물러나자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리우올림픽에 나서 8강에 올랐다. 2016년 11월에는 아시아 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안익수 감독을 대신해 20세 이하 대표팀과 함께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 나서 16강에 진출했다. 최고의 성과는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팀을 정비해 최선의 결과를 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현재 한국 축구는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18 FIFA 러시아월드컵으로 가는 길이 캄캄하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재신임을 받고 6월 카타르 원정에 나섰지만 2대3으로 패했다. A매치에서 한국이 카타르에 진 것은 무려 32년 만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A조 2위인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남은 최종예선 두 경기에서 1승 1무 이상을 거둬야 자력으로 본선행을 확정한다. 3위 우즈베키스탄이 불과 승점 1점 차로 뒤쫓고 있어 최악의 경우 3위 아래까지 추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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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용’ 꼬리표, 지도자로 성장시킨 원동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감독 경험이 풍부한 김호곤 부회장을 새로운 기술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기술위원장 선임까지의 공백기 동안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위기의 A대표팀을 맡아야 한다는 대세론이 불었다. 외국인 감독 선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월드컵 성공 경험이 유일한 국내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현재 대표팀에 필요한 건 경험보다 소통, 그리고 세밀한 전술·전략이다”라며 판을 흔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독단적인 선수 선발과 원칙 없는 기용, 단조로운 전술로 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새롭게 출범한 기술위원회는 5시간의 격론과 투표를 통해 현 A대표팀 주력 선수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을 선임했다. 신태용 감독은 “왜 또 위기 상황에 나서느냐고 주변에서 말렸지만 그런 건 계산하지 않았다. 소방수로 불러준다는 건 나에 대한 신뢰다. 거기에 부응하겠다”며 A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소감을 밝혔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국내용이란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1992년 K리그 신인상 수상을 시작으로 MVP 2회, 베스트 11에 9회나 선정됐다. 리그 우승 경험만 6회로 역대 K리그 선수 중 그보다 화려했던 이는 없었다. 하지만 국가대표와는 유달리 거리가 멀었다. A매치 23회 출전에 3골을 기록했지만 K리그에서 낸 성과에 비하면 초라하다. 월드컵 출전 기록은 없다. 2001년 K리그 MVP를 차지했지만 이듬해 열린 한·일월드컵을 TV로 시청했다. 히딩크 감독은 그를 찾지 않았다.

 

그 좌절감이 지도자 신태용을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 감독으로선 국내용이 아닌 국제용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선수 시절부터 뛰어난 축구 전술 이해와 선수단 통솔 능력으로 될성부른 떡잎으로 통했다. 만 40세이던 2009년 기회가 왔다. 선수 시절 몸담았던 성남 일화가 그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경험이 일천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신태용 감독은 부임 첫해에 리그 준우승, 2년 차에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3년 차에는 FA컵 우승에 성공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에는 “스스로 생각해도 나는 난놈인 것 같다”라고 말하며 감격을 표시했다.

 

 

“파격과 유연함으로 대표팀을 바꿔라”

 

감독 신태용의 강점은 파격과 유연함으로 대표된다. 갓 마흔에 감독 생활을 시작한 그는 유럽식 매니지먼트로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경직되고 강압적인 한국 조직문화 대신 자율에 기반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창의적이고 영리한 축구가 그라운드에서 표출되려면 생활에서도 적극적인 자기표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이승우와 펼친 ‘밀당’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자기표현에 과감한 이승우는 기존 한국 지도자와 잡음이 있었지만 신태용 감독은 자유와 목표의식을 동시에 심으며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냈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능하다는 것도 그 과정에서 증명했다. 슈틸리케호에 소통 문제가 불거지면서 위기가 닥친 것은 신태용 감독이 20세 이하 대표팀을 맡으며 A대표팀을 완전히 떠난 직후부터였다.

 

전술 구사에서도 기존의 인식을 깼다. 그는 “세계적인 강호(强豪)를 보면 3개 정도의 전술을 유연하게 쓰며 능동적으로 경기 운영을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A대표팀 감독들이 플랜A의 극대화에 집중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선수들의 전술 이해 능력과 구사 능력이 그걸 받치지 못한다고 지적하지만 그때마다 신태용 감독은 “한국 선수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유럽파들이 소속팀에서는 하는데 대표팀에서 할 수 없다는 건 편견이다”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A대표팀 감독 취임 후 신태용 감독은 불과 2주 사이 자기 색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코치진 선임부터 파격이었다. 전경준·김해운 코치처럼 자신과 익숙한 이들을 합류시키는 동시에 김남일·차두리 코치도 품어 눈길을 모았다. 김남일 코치는 신태용 감독과 큰 접점이 없었음에도 수비 전술 강화와 팀 내 기강 확립 차원에서 과감히 끌어들였다. 자기 사람이 아님에도 팀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영입이었다.

 

차두리 코치 선임은 깜짝 뉴스였다. 지난해 전력분석관 신분으로 슈틸리케호에 합류했지만 6개월 만에 사임했던 차두리 코치를 다시 데려온 것이다. A대표팀 수장이 바뀌었다고 3개월 만에 재합류하는 데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차두리 코치 본인도 이를 의식한 듯 거절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책임은 모두 내가 지겠다”며 일주일간 끈질기게 설득해 마음을 돌렸다.

 

선수 선발 원칙도 파격적이다. 그는 “뛰든 못 뛰든 내 스타일이면 뽑겠다”고 선언했다. 홍명보, 슈틸리케 등 전임 감독들이 “뛰지 않으면 뽑을 수 없다”는 당위성 중심의 원칙을 선임 당시 부르짖었던 것과는 대조된다. 신태용 감독의 발언은 원칙 부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옳은 선택이라는 평가다. 결국 전임 감독들은 유럽에서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을 선발하는 것을 놓고 원칙 파괴라는 불필요한 논란과 싸워야 했다. 신태용 감독은 영리하고 과감하게 그 원칙의 함정을 빠져나갔다.

 

“선수로서 월드컵을 못 나간 게 평생 한이었다. 감독으로 월드컵에 나가 더 높은 곳으로 가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싶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에 대한 자신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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