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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꽃놀이패 쥔 검찰 수사 종착역은 어디일까

우병우 비롯한 前 정권 핵심 실세·차세대 전투기 사업 수사까지 이어질 듯

박혁진 기자 ㅣ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6(Wed) 16:00:00 |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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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수사는 검찰 입장에선 꽃놀이패를 쥔 것이나 다름없다.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관된 정치인, 공직자, 기업인 등이 두루 연루돼 있다는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이미 지난 정권 초부터 불거진 문제에 대해 박근혜 정부 사정기관들이 왜 들여다보지 않았는지도 검찰 입장에선 파고들 여지가 있다. 여기에 KAI가 협력업체들과의 관계에서 행한 이른바 ‘갑의 횡포’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문재인 정부 그리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첫 사정수사로 택하기에 절묘한 패라는 평가가 많다.

 

언론에서도 이번 수사에 대해 이런저런 예측들을 많이 쏟아내고 있는데 실제 검찰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하성용 전 KAI 사장이나 장명진 전 방위사업청장의 경우 수사의 최종 종착역이 아닌 중간 체류지일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두 사람을 넘어 전 정권 핵심 실세들과 관련된 의혹까지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친박 중진 정치인과 문고리 3인방 중 한 사람의 이름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 불거진 문제에 대해 왜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결국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생산까지 이어졌는지를 들여다보면 이를 비호한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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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KAI 의혹 네 차례나 외면

 

사실 지난 정권이 KAI 관련 의혹에 ‘메스’를 들이댈 수 있는 기회는 네 차례나 있었다. 일단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2013년 4월 하성용 전 사장이 KAI 경영관리본부장 시절 회사 자금을 횡령해 10억여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검찰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공직사회 기강 차원에서 어떤 기관이라도 걸리면 바로 손을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고, KAI도 이름이 거론됐으나 검찰로 자료가 넘어가지 않았다”며 “당시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로 들어오기 전이라고 보면 정권 초부터 청와대에서 일했던 실세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결국 민정수석실이 관련 의혹의 사실관계 확인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 전 사장이 KAI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두 번째로 이런 내용의 제보가 2014년 경찰 범죄정보팀으로 흘러들어갔고, 경찰도 제보자 등을 조사했으나 수사를 확대하지 않고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감사원에서 2015년 10월 발표한 감사 결과에는 수리온의 개발 과정에서 자행된 ‘원가 부풀리기’와 이에 관여한 관계자의 용역대금 편취 의혹 등이 담겨 있었다. 감사원에도 하 전 사장의 개인 비리 첩보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내용은 감사 결과에서 빠졌다.

 

마지막으로 검찰 역시 2015년 초 감사원에서 처음으로 수사 참고자료를 이첩 받았지만,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검찰은 이때부터 내사를 꾸준히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7월14일에야 KAI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권 초반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감사원·검찰·경찰 등 주요 사정기관에 하 전 사장 관련 비리 첩보가 꾸준하게 들어갔음에도 단 한 번의 확인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 전 사장을 비호하는 실세가 있다는 의혹도 여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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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 논란, KAI 자체개발 의사 밝히면서 일단락

 

KAI 수사의 또 다른 목적지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KF-X)이 될 것이란 말도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KF-X 사업은 국방부가 2014년 차세대 전투기를 기존 미국 보잉사의 F-15SE에서 록히드마틴사의 F-35A로 기종을 바꾸면서 불거졌다. 당초 록히드마틴에서 KF-X 사업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이전받기로 했지만 무산됐다. 기술이전은 미국 정부의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F-35A를 사오면 기술이전이 가능한 것처럼 알렸다. 하지만 기종변경이 이뤄진 후 록히드마틴은 기술이전을 거부했고 이러면서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이 문제가 불거질 당시 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차세대 전투기 기종이 바뀐 것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기술을 이전받지 못해 공군에 중대한 전력 공백이 생기게 됐으니 책임져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지 않았다.

 

이번 KAI 수사가 차세대 전투기 사업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의 근거는 바로 KAI가 기술이전 논란의 핵심인 전투기 레이더 AESA(다기능위상배열) 개발 사업을 떠맡았기 때문이다. 기술이전 논란은 KAI를 통한 국내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기종 교체→기술이전 거짓말 논란→KAI 자체개발 발표’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결국 정권 최고위층의 조율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 결국 KAI나 KF-X 사업의 또 다른 주체인 방위사업청은 차세대 전투기 관련 의혹들과 관련해서도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이 KAI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자료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검찰 관계자는 “100명이란 수사진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한 것은 매우 큰 규모”라며 “KAI의 사업과 관련한 거의 모든 자료를 압수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외에도 최근 차세대 전투기 교체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로비스트 린다 김과도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그리고 혹시나 린다 김이 입을 열 경우 얻을 수 있는 진술 등을 합치면 검찰수사는 곧바로 전 정권 핵심 실세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7월20일 본지 인터뷰에서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관련해서도 지금쯤이면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검찰이) 지금 드러난 수리온 헬기와 하성용 전 사장 개인비리를 목표를 수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하 전 사장 비리는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고, 당시 청와대 개입 여부나 정권 실세 개입 여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배후를 규명하기 위해 일단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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